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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고객 감동' 아시아나, 알고 보니 코로나 핑계 '고객 갑질'
입력: 2022.05.04 12:59 / 수정: 2022.05.06 08:47

수시로 기종 변경·비행 결항 통보…일정·좌석 변경 고통은 소비자 몫

고객 감동을 앞세운 아시아나항공이 코로나 팬데믹을 핑계로 잦은 항공 기종 및 운항 일정을 변경하면서 고객 불편을 초래한 것으로 드러났다. /더팩트 DB
'고객 감동'을 앞세운 아시아나항공이 코로나 팬데믹을 핑계로 잦은 항공 기종 및 운항 일정을 변경하면서 고객 불편을 초래한 것으로 드러났다. /더팩트 DB

[더팩트 | 정문경 기자] '고객감동'을 앞세운 국적항공사 아시아나항공이 코로나 팬데믹으로 국민 모두가 고통을 받고 있는 기간 동안 자사 수익을 늘리기 위해 수시로 기종 변경과 빈 좌석을 채우기 위한 운항 일정 변경 등으로 고객들에게 불편을 전가시키는 '갑질'을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4일 <더팩트>가 독자 제보를 바탕으로 아시아나항공의 정도를 넘어선 고객 응대와 상품 판매 현황을 취재한 결과 아시아나는 일부 비즈니스 기종의 경우 세 차례나 특별한 이유 없이 변경하는가 하면 조금이라도 좌석이 비면 앞 뒤 시간 비행편을 합쳐서 운항하고, 인터넷으로 땡처리 티켓가격으로 팔아서 오버 부킹을 시킨 뒤 판매된 시간이 아닌 인근 비행편으로 이동시켜 비행기 좌석을 채웠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에 따라 코로나 팬데믹으로 억눌린 일상에서 모처럼 탈출하려던 이용자들은 갑자기 바뀐 일정에 혼란을 겪게 됐으며 이미 예약한 여행 일정을 조정하는 불편뿐만 아니라 촉박한 일정 때문에 조기예약 할인 혜택 포기도 감수해야 했다. 아시아나측은 이 같은 '고객 갑질'을 하면서도 이용자들에게는 문자 발송을 통해 코로나 등을 이유로 변경 사실을 통보하며 불만을 잠재우는 방법을 사용했다.

아시아나 내부에서도 이런 저급한 상품 판매는 중단해야한다는 말이 나오고 있을 정도로 아시아나항공의 수익 극대화 마케팅은 도를 넘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최근 국가고객만족도(NCSI) 조사에서 항공 부문의 2년 연속 1위를 차지하며 '고객감동 서비스'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는 것과 달리 실제로는 고객 불편 사례가 잇따르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11월 18년 만에 비즈니스석을 도입한 이후 수시로 기종 변경을 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난 아시아나항공. /더팩트 DB
지난해 11월 18년 만에 비즈니스석을 도입한 이후 수시로 기종 변경을 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난 아시아나항공. /더팩트 DB

◆ 두, 세 차례나 바뀌는 4~6월 비즈니스석 기종 변경
아시아나 항공의 기종 변경은 지난해 11월부터 도입한 비즈니스석 비행기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했다. 아시아나측은 '고객 편의 강화와 수익성 제고를 위해 비즈니스석 클래스를 다시 운영한다'면서 비즈니스석을 없앤 지 18년 만에 다시 야심차게 도입했으나 잦은 기종 변경으로 고객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지난달 12일 아시아나항공 김포발 제주 노선(OZ8972편) 항공권을 예약한 김 모 씨는 비행기를 탈 때까지 무려 두 차례의 기종 변경을 경험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4일 김 씨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은 지난달 10일 비즈니스석을 운영하는 기종에서 비운영 기종으로 변경한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공지에는 '비즈니스석의 경우 불포함 기종으로 변경되면 일반석으로 자동 다운그레이드가 되기 때문에 티켓을 환불하고 새로 일반석으로 구매하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김 씨는 항공사 측의 설명대로 기존 항공권을 환불하고 일반석으로 재구매했다. 재구매 당시에는 조기 예약 할인 혜택을 포기해야 했다. 그러나 막상 항공기를 탈 때는 비즈니스석이 있는 기종으로 바뀌어 있었다. 김 씨를 비롯해 항공권을 재구매한 고객들의 불만이 이어졌다. 결국 항공기가 출발도 하기 전에 '비즈니스석을 포함한 기종 → 불포함 기종 → 포함 기종'으로 두 차례나 변경된 것은 물론 비용까지 절감할 기회를 놓치게 된 것이다.

김 씨는 "애초 사전 예약을 통해 싸게 산 항공권을 환불받고, 출발 시점이 임박해 부랴부랴 일반석으로 재구매를 해야 하는 불편을 감수해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항공사 측은 기종변경을 하게된 경위는 물론 제대로 된 사과조차 하지 않았다. 비즈니스석이 없는 기종이었다면 애초에 조기 예매 할인 혜택을 받고 티켓을 구입했을 것 아닌가"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더팩트>가 확인한 바에 따르면 5월 김포`제주 구간의 비행편은 세 차례나 기종을 변경했다. 5월 15일 김포-제주 OZ8943편과 5월20일 제주-김포 OZ8936편 역시 비즈니스석 있는 기종에서 없는 기종, 다시 있는 기종, 또 없는 기종 등으로 기종이 바뀌었다. 기종이 바뀔 때마다 고객들은 환불과 예매를 다시 해야하는 불편을 겪고 있다.

문제는 이용자들의 불편뿐만 아니라 이로 인해 고객들이 누려야할 사전 예매 할인 혜택을 받지 못 한다는 점이다. 항공 티켓의 경우 출발 일정에 앞서서 예약할 경우 값이 싸지는 등 가격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해당 노선의 기종 변경과 관련해 아시아나항공 내부 관계자는 "비즈니스석이 없는 기종으로 변경됐다는 1차 문자를 받고, 고객들은 대부분 기존 티켓을 환불 후 일반석으로 재구매했다. 그러나 중간에 다시 비즈니스석이 포함된 기종으로 변경된 것을 보고 공항과, 예약과에 항의가 쏟아진 건 사실이다"고 말했다.

아시아나항공의 비즈니스클래스 운영은 코로나19 사태로 국제선 운항이 사실상 중단되고 국내 저비용항공사(LCC)들이 공격적으로 국내선 운항을 확대함에 따라 탑승객 유치를 위한 특가 항공권 판매 등 항공사 간 ‘출혈 경쟁’이 심화됨으로써 수익성 악화를 타개하기 위해 대형항공사(FSC)의 강점인 비즈니스석 서비스를 특화하기로 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지난달 12일 아시아나항공 김포발 제주 노선(OZ8972편)은 출발 전까지 항공기가 무려 세 차례나 변경됐다. /더팩트DB
지난달 12일 아시아나항공 김포발 제주 노선(OZ8972편)은 출발 전까지 항공기가 무려 세 차례나 변경됐다. /더팩트DB

◆ 일정 변경, 좌석 변경, 오버 부킹도 코로나 때문?

일정 변경과 관련한 소비자 피해는 이 뿐만이 아니다. 지난 2월 아시아나항공 김포~제주 노선 항공권을 예약 구매한 이모 씨는 한달 후인 지난 3월 예약 내역을 확인하고 깜짝 놀랐다. 출발 시간부터 지정한 좌석까지 모두 바뀌어 있었기 때문이다. 이 씨는 항공권 예약을 취소할 때까지 항공사로부터 문자나 이메일 등 어떠한 공지도 받지 못했다.

일각에서는 잦은 기종 변경뿐만 아니라 오버부킹(초과주문)에 대한 문제제기도 이어졌다. 좌석이 많이 남은 스케줄의 경우 정해진 좌석보다 많은 수량의 항공권을 온라인으로 저렴하게 팔고, 이후 출발 시기에 맞춰 좌석이 비어 있는 항공기로 일정을 조정한다는 것이다.

아시아나항공 내부 관계자는 "유류비 절감 등을 이유로 갑작스럽게 비행 일정을 취소하고, 좌석이 남은 비행기 탑승률을 높이는 식으로 운영하는 사례도 있다. 특히, 코로나가 한창일 때는 고객들에게 문자로 '코로나 확산 탓'이라고 공지한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30편 이상의 일정으로 판매를 한 뒤 한 달 동안 판매 추이를 지켜보다 판매가 저조한 비행편은 결항시키거나 출발 일정 열흘 전부터 심하게는 하루 전까지 항공권 판매 상태를 살펴 예약률이 저조한 경우 결항을 결정하고 앞뒷편 좌석이 남은 항공편으로 고객들을 이동시킨다는 방식이다.

항공편의 결항은 국제 여객 운송 약관에 따라 정비, 기상 등 천재지변, 조종사의 부족 등에 이유에서만 결항을 할 수 있다. 아시아나항공의 여객운송약관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은 법령, 정부기관의 명령 또는 요구, 파업 기타 노사분규, 안전 운항을 위한 예견하지 못한 조치 또는 정비, 천재지변 및 기타 불가항력적인 상황이 발생했을 경우에 예고 없이 운항 시간의 변경, 항공편 취소, 운항중지 등을 행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이처럼 안전 상 혹은 천재지변과 같은 사유일 때에만 결항이 가능하지만, 내부 제보자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은 '손익상의 목적'을 이유로 항공편의 결항 및 스케줄 변동을 진행한다는 것이다. 특히 이 과정에서 소비자의 동의를 따로 구하지 않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의 메시지로 통보 안내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아시아나항공 측은 "오버부킹 운영은 사실이 아니며, 관행적으로도 일어나지 않는다"라며 "다만 소비자가 예약 발권할 때 기종 변경과 항공 일정 변경(결항) 가능성을 사전에 고지하고 있으며, 변동될 시 이메일과 메시지로 안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약관에 따라 불가항력적인 상황일때 일정 조정이 있다"고 덧붙였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항공 결항은 국제 약관에 따라 중대한 사유에 의해서만 일어나며, 다만 기종 변경의 경우에는 예약, 발권 상황에 맞춰 비행기를 변경하는 경우는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비즈니스석에서 일반석으로 변경된 건의 경우에 자체적인 판단보다 공항 사정 혹은 불가항력적인 부분이라고 알고 있다"며 "이에 대해 이메일과 문자 안내드리고 있고, 티켓 안내 담당자들이 안내하며 발생 차액 조치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편함을 느낀 소비자에게 도의적인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의 잦은 기종 변경에 대해 "단기적인 비행 일정 변경 등은 해당 지방공항공사에서 결정을 위임하고 있고, 국토부는 추후에 실태 조사를 위해 자료를 받고 있다. 항공사에서 180석 비행기 운영에서 10여석 정도의 예약이 들어오면 수익적 측면에서 어렵기 때문에 예약자에게 양해를 구하고 비행편을 옮기는 경우가 있는 것으로 안다. 다만 이 과정에서 소비자에게 불편함을 주는 부분도 있기 때문에 그 사이에서 적절한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jmk0108@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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