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고용률, 스타벅스 4.3%·이디야 3.3%·투썸 3%
스타벅스 서울대치과병원점은 장애인들도 편리하게 주문할 수 있도록 태블릿, 점자 메뉴판, 필담 노트 등을 마련했다. /문수연 기자 |
[더팩트|문수연 기자·이선영 인턴기자] 20일 제42회 장애인의 날을 맞은 가운데 사회 곳곳에서 장애인 인식 개선을 위한 활발한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커피 프랜차이즈 업계에서도 장애인 고용 증진, 장애인의 편리한 시설 이용을 위한 제도 개선이 꾸준히 이뤄지고 있지만 업체별로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스타벅스, 장애인 고용 확대에 '휠체어 이용 고객 위한 매장' 오픈까지
장애인의 날을 하루 앞둔 19일 커피 프랜차이즈업계 시장 점유율 상위 3개 업체인 스타벅스, 투썸플레이스, 이디야 매장을 찾아 장애인을 위한 제도 개선이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지 살펴봤다.
먼저 업계 1위인 스타벅스 코리아는 지난 2020년 12월 3일 세계 장애인의 날을 기념해 서울대치과병원점을 오픈하며, 전 세계 스타벅스 최초로 장애 여부를 가리지 않고 누구나 쉽게 이용할 수 있는 포괄적인 디자인을 적용한 매장을 선보였다.
휠체어 이용자가 많은 병원 내에 위치한 만큼, 서울대치과병원점 곳곳에는 장애인의 편의를 생각한 시설이 마련돼 있었다. 인테리어뿐만 아니라 주문 시스템 또한 일반 매장과 차별화됐으며, 장애인 파트너 고용 수도 높았다.
먼저 해당 매장은 휠체어 이용 고객의 진출입이 용이하도록 모든 문을 자동문으로 설치했다. 색약자를 위해 입구부터 카운터까지 이어지는 길의 바닥 색을 다르게 구성했으며, 주문은 카운터뿐만 아니라 테이블에서도 가능하도록 태블릿을 배치했다. 점자 메뉴판, 필담 노트 사용도 가능했다.
또한 휠체어 이용 고객이 음료 주문 및 수령 시, 파트너와 보다 원활한 의사소통을 할 수 있도록 주문 구역과 음료 제공 구역 아래쪽에 공간을 둔 바(bar) 디자인을 채택했으며, 매장 가운데 놓인 바 테이블의 높이도 휠체어 이용 고객에 맞췄다. 더불어 매장 내 장애인 화장실을 마련했으며, 세면대 냉·온수 버튼에는 점자로 안내 표시를 넣었다. 매장 입구에 마련된 안내도도 점자로 만들었다.
해당 매장은 장애인 손님뿐만 아니라 장애인 고용 증진에도 초점이 맞춰져 있다. 파트너 15명 중 8명이 청각장애인, 지적장애인이었으며 업무에 제한이 생기지 않도록 동 시간대 근무 인원도 일반 매장보다 많게 배치했다. 이날 매장에도 총 3명의 장애인 파트너가 근무 중이었다.
서울대치과병원점 부점장은 "장애인 고용 증진뿐만 아니라 장애인에 대한 고객 인식 개선에도 도움이 되는 것 같다"며 "고객의 소리에도 장애인 파트너에 대한 긍정적인 반응이 많았다"고 말했다.
스타벅스는 서울대치과병원점에 이어 지난해 6월 장애인 인식개선을 위한 포괄적 인테리어 매장인 세종충남대학교병원점을 오픈했으며 향후 휠체어 이용 고객을 위한 매장을 더욱 확대할 계획이다.
해당 매장 외에도 스타벅스는 분기별로 장애인 채용을 꾸준히 시행하고 있으며 올 3월 기준 스타벅스의 장애인 파트너 수는 823명을 기록했다. 스타벅스에서 근무 중인 중증 장애인은 374명, 경증 장애인은 75명이다. 스타벅스의 장애인 고용률은 업계 최고 수준인 4.3%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스타벅스는 장애인 파트너의 역량을 강화하도록 하는 장애인 바리스타 챔피언십을 꾸준히 개최하고 있으며, 4월 12일부터 5월 13일까지 한 달간 장애인 참여형 장애 인식개선을 위한 크리에이티브 텀블러 그림 공모전 'BETTER TOGETHER'도 진행 중이다.
이디야는 시각 장애인들이 어려움 없이 원하는 음료를 선택하고 주문할 수 있도록 전국 매장에 점자 메뉴판을 비치했다. /문수연 기자 |
◆ 이디야커피, 전 매장에 점자 메뉴판 도입
업계 3위인 이디야커피는 지난 2019년 시각 장애인의 주문을 돕기 위해 전국 매장에 점자 메뉴판을 비치했다. 전 매장에 점자 메뉴판을 도입한 곳은 이디야가 유일하다.
이디야의 점자 메뉴판은 제품명뿐만 아니라 상세 정보까지 메뉴판에 점자로 등재해 시각 장애인들이 어려움 없이 원하는 음료를 선택하고 주문할 수 있도록 제작됐다.
이디야 매장에 방문해 직원에게 점자 메뉴판을 요청하자 메뉴판을 제공받을 수 있었다. 다만 신메뉴는 업데이트되지 않아 변경된 메뉴는 직원의 안내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점자 메뉴판에는 점자를 읽지 못하는 시각 장애인과 저시력자들이 애플리케이션(보이스 아이)을 통해 음성으로도 메뉴 설명과 가격을 들을 수 있도록 메뉴판에 QR코드가 삽입돼 있었다. '폰마킹' 앱을 설치한 뒤 코드를 스캔하자 메뉴와 가격이 화면에 텍스트로 나타났고 음성 출력도 가능했다.
이 외에도 이디야는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꾸준히 펼치고 있다. 청각장애인 지원 센터인 강남 청음복지관과 MOU를 맺고 오랜 기간 관계를 이어나가고 있으며 현재 바리스타, 로스터 등 다양한 직무로 근무 중이다.
인사팀에서도 지속적으로 관계를 유지하며 채용 가능 시 희망 업무와 T.O에 따라 인력 채용을 진행하고 있다. 이디야커피의 장애인 고용률은 지난해 기준 3.3%다.
또한 이디야는 청각장애인 바리스타 대회 후원 및 다양한 지역 장애인 직업훈련시설과도 MOU를 맺고 지원 활동을 펼치고 있다.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투썸플레이스 종로알파빌딩점에는 슬로프가 설치돼 있었지만, 점자 메뉴판은 비치돼있지 않았다. /이선영 인턴기자 |
◆ 투썸플레이스, 점자 메뉴판 無·슬로프 설치 미흡
업계 상위 3개 업체 중 투썸플레이스는 장애인을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이 가장 소극적이었다.
서울 강서구, 종로구 일대 투썸플레이스를 방문한 결과 점자 메뉴판이 마련된 곳은 한 군데도 없었다. 가맹점은 물론 직영점도 마찬가지였다. 장애인 고용률도 약 3%로 커피 프랜차이즈 업계 상위 3개 업체 중 가장 낮았다.
앞서 지난 2018년 4월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는 GS리테일, 호텔신라, 투썸플레이스를 상대로 장애인 출입에 필요한 경사로 등 편의시설을 설치해야 한다며 차별구제소송과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이후 2020년 2월 호텔신라, 투썸플레이스와는 강제 조정이 성립됐으며 투썸플레이스는 직영점에 장애인 편의시설을 설치할 것을 약속했다. 하지만 2년여가 지난 현재까지 투썸플레이스의 변화는 여전히 더딘 것으로 나타났다.
투썸플레이스 관계자는 "관련 법에 따라 300㎡ 이상의 대형 매장에 주출입구 슬로프 설치 등을 진행하고 있으며, 가맹점에서 관련 시설을 설치하게 되면 본부에서 비용 일부를 지원하는 등 장애인 편의성을 높이고자 노력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 외에도 매장 운영 매뉴얼에 '매장 내 시각장애인 안내견 출입' 등의 내용을 포함하는 등 함께 어울리는 사회를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관계자는 "입구 슬로프 설치, 불편함 없는 주문 등 장애인이 이용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게 가장 우선이라고 생각해 꾸준히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라며 "최근 키오스크, 모바일 주문이 활성화되면서 사각지대가 발생하고 있는데 장애인의 접근성에 대한 개선이 이뤄지길 바란다. 법적 의무화 전 대형 프랜차이즈가 솔선수범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장애인 고용에 대한 부분도 꾸준히 개선되길 바란다"라며 "장애인개발원에서 장애인 바리스타를 양성하는 등 정부에서 다양한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데 업체와 공공기관이 연계해 채용을 확대해 나가는 것도 좋을 것 같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