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개선·신사업 안정화·포트폴리오 다각화·해외 사업 비중 확대 등 필요
대교가 적자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구원투수'로 창업자 강영중 대교그룹 회장의 장남 강호준 대표(사진)가 나섰으나 상황은 달라지지 않고 있다. /대교 제공, 더팩트 DB |
[더팩트│최수진 기자] 학습지 사업을 주력으로 하는 대교가 2년째 적자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강영중 대교그룹 회장의 장남 강호준 대표가 실적 개선을 성공시키기 위한 '구원투수'로 발탁, 지난해부터 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대교를 이끌고 있으나 실적 반등을 꾀하지 못하고 있다.
오너일가의 장남으로 입사 12년 만에 대표직을 맡게 된 강호준 대표의 어깨가 무거운 이유는 실적 외에도 또 있다. 특정 사업부문에 치중된 포트폴리오도 다각화, 수년째 매출 비중 2%대 수준인 해외 사업의 영향력 제고 등 묵직한 과제를 눈앞에 두고 있다.
◆ 장남 강호준, 대교 진두지휘…미션은 '적자 탈출'
학습지 출판·제조·판매를 주력 사업으로 대교는 지난해 3월 이사회를 열고 강호준 당시 최고전략책임자(CSO·상무)를 신임 대표로 승진시켰다.
1980년생인 강호준 대표는 성균관대 졸업 후 미국에서 미시간대에서 MBA를 마치고, 지난 2009년 대교 해외사업전략실로 입사했다. 이후 대교아메리카본부장, 대교인베스트먼트 비상무이사, 대교홀딩스 CSO, 대교 해외사업총괄 본부장 등을 거쳤다.
대교를 총괄하게 된 강호준 대표가 해결해야 할 최우선 과제는 '실적 개선'이다. 당시 대교 측은 인사 배경과 관련해서도 "신임 대표를 중심으로 올해 실적 회복에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대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법인 전환 34년 만인 2020년 첫 적자를 기록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대교는 2019년 연결 기준 매출 7619억 원, 영업이익 294억 원을 기록했다. 그러나 이듬해 매출은 6270억 원, 영업적자 280억 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17.7%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적자 전환됐다.
대교는 돌파구로 인사 카드를 꺼내들었다. 2020년 초 대교에서 대표직을 수행하던 박수완 당시 대표는 2014년부터 7년간 대교를 이끌었으나 중도 사임했다. 박수완 전 대표가 임기를 1년 남기고 갑작스러운 사임을 결정한 것을 두고 업계 안팎에서는 "사실상 실적 부진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것"이라는 해석이 주를 이뤘다.
이후 강호준 당시 상무가 대표 직무대행을 맡았고, 약 열흘 뒤 열린 이사회에서 대표로 선임됐다.
대교가 지난달 공시한 '2021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매출은 6384억 원, 영업적자는 283억 원이다. 대교의 누적적자는 563억 원으로 확대됐다. /더팩트DB |
◆ '강호준 체제' 효과 '글쎄'…취임 첫해 커진 적자 폭
강호준 체제에서도 대교의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대표 취임 첫해 성적 역시 '역성장'이었다. 적자 폭은 오히려 더 커졌다.
대교가 지난달 공시한 '2021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매출은 6384억 원, 영업적자는 283억 원이다. 전년 대비 매출은 1.8% 개선됐으나, 영업적자는 전년 대비 조금 더 늘어났다. 대교의 누적적자는 563억 원으로 확대됐다.
대교의 사업부문은 △교육서비스와 출판 △교육기관 △해외교육 등으로 나뉜다. 이 가운데 해외교육사업을 제외하고 모두 적자를 기록했다. 특히, 매출 비중의 94.6%(2021년 기준)를 차지하는 '교육서비스와 출판사업' 부문의 영업적자는 2020년 141억 원에서 지난해 275억 원으로 2배가량 늘어났다.
대교 측은 적자 폭 확대 배경으로 △코로나19로 인한 매출 회복 지연 △원가 부담 △지난해 '대교 써밋' 광고 확대에 따른 마케팅 비용이 증가 등을 꼽았다.
그러나 지난해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광고선전비는 255억8900만 원으로, 2020년 광고선전비(240억750만 원)와 비슷한 규모를 유지했다. 상승 폭은 6.29% 수준이다.
대교 관계자는 "교육 시장이 빠르게 비대면으로 전환되고 있는 가운데 대교 인공지능(AI) 학습 서비스 '대교 써밋'과 초등 전과목 인공지능(AI) 디지털 학습 '마카다미아 올인원'을 통해 에듀테크 시장 공략을 본격화하는 데 집중했다"며 "또한 디지털 교육사업 확장뿐만 아니라 포트폴리오 확장을 위한 시니어 타깃 신규사업 론칭, 인수합병(M&A)을 통한 성장 동력 마련하기도 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앞으로도 '대교 써밋'과 '마카다미아 올인원' 등으로 에듀테크 사업을 적극 공략해 실적 개선에 힘쓸 계획"이라며 "시니어 신사업인 '대교 뉴이프'를 통해 노인 장기 요양사업과 시니어 전문인력양성, 시니어 라이프케어 솔루션 등으로 단계별로 성장시켜 나갈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대교가 강영중 대교그룹 회장 인사말에 추가할 만큼 중요하게 생각하는 '해외 사업'은 여전히 부진하다. 매출 비중은 2014년부터 최근까지 2%대 수준에서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대교 홈페이지 갈무리 |
◆ 강호준 대표, 해결 과제는 '신사업 발굴·해외 매출 확대'
전체 매출의 95%를 차지하는 교육서비스와 출판사업 부문 '쏠림 현상' 역시 해결해야 할 과제다.
강호중 대표는 먼저 '시니어 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해당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지난 1월 시니어 토탈 케어 서비스 브랜드 '대교 뉴이프'를 론칭했다. 시니어 인지 활동 콘텐츠, 장기요양보험 서비스 사업, 요양보호사 교육원 운영, 시니어 라이프 케어 제품 출시 등 시니어를 위한 케어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대교 관계자는 "대교 뉴이프를 통해 향후 시니어 계층에게 교육의 영역을 넘어 케어의 영역에서 잔존 기능의 유지 및 강화, 가치를 제공하기 위해 장기요양보험 시장을 포함한 시니어 시장의 '데이케어'와 '방문서비스'에 접목할 것"이라며 "시니어 인력 양성, 시니어 전용 생활용품, 여행 사업 등 시니어 사업에 확장시킬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일찌감치 신사업으로 점찍은 '해외 프렌차이즈 사업'이 있지만, 부친으로부터 바통을 이어받은 강호준 대표가 지난 20년간 부진을 딛고 해외사업 부분에서 반등을 꾀하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글로벌 영역 확대는 강영중 회장이 1990년대부터 공을 들인 목표다. 강 회장은 해외 진출을 위해 1991년 로스앤젤레스에 현지법인 '대교아메리카'를 설립하고, 1997년 대교캐나다도 설립했다. 2000년대 들어서 영국, 호주, 싱가포르, 뉴질랜드 등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또한, 강 회장은 2013년 눈높이의 새로운 브랜드 이미지(BI)를 공개하면서 해외시장을 적극적으로 개척하겠다고 공언했다.
20여년 동안 노력에도 해외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대에서 멈춘 상태다. 지난해 기준 '해외교육사업'부문의 매출 비중은 2.5% 수준이다. 연도별 '해외교육사업'의 매출 비중은 △2014년 2.1% △2015년 2.3% △2016년 2.5% △2017년 2.6% △2018년 2.7% △2019년 2.9% △2020년 2.3% △2021년 2.5% 등에 그친다.
심지어 매출은 2016년 211억 원에서 지난해 161억 원으로 줄었고, 영업이익은 2014년부터 2020년까지 매년 적자를 기록했다. 연도별 영업적자 규모는 △2014년 44억 원 △2015년 31억 원 △2016년 38억 원 △2017년 31억 원 △2018년 31억 원 △2019년 8억 원 △2020년 16억 원 등이다. 지난해에는 21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으나 그간의 누적적자를 상쇄하기엔 턱없이 모자라다.
대교 관계자는 "코로나19 영향으로 그동안 해외 사업 과제를 운영관리 측면에서 손익, 시스템 및 제도, HR 운영, 정책 개선 등에 초점을 두고 사업을 진행했다"며 "그 결과 지난해에는 사업 확장보다 영업이익 개선에 힘써, 흑자전환에 성공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기존의 법인, 마스터 프랜차이즈 관리 체계를 재정립했고, 올해는 아이레벨 사업 확장과 비교과 사업 확대 그리고 신규 사업 발굴을 통해 차별화된 글로벌 사업 성장 기회를 마련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jinny0618@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