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에 글로벌 악재까지…한은, 총재 공석에도 기준금리 또 올렸다
  • 황원영 기자
  • 입력: 2022.04.14 10:32 / 수정: 2022.04.14 13:57
사상 첫 총재 없는 회의서 0.25%포인트 인상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14일 금통위 의장 직무 대행위원인 주상영 위원 주재하에 정기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했다. /더팩트 DB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14일 금통위 의장 직무 대행위원인 주상영 위원 주재하에 정기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했다. /더팩트 DB

[더팩트│황원영 기자] 한국은행(한은)이 기준금리를 현 1.25%에서 연 1.50%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이로써 기준금리는 9개월 만에 1%포인트 오르게 됐다. 사상 처음으로 총재 공백 속에서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정기회의가 개최된 가운데, 인플레이션 우려와 미국의 양적 긴축에 대비해 서둘러 금리 인상을 단행한 것으로 분석된다.

한은 금통위는 14일 금통위 의장 직무 대행위원인 주상영 위원 주재하에 정기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했다.

앞서 한은 금통위는 코로나19 팬데믹에 대응하기 위해 2020년 5월부터 15개월 동안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 수준(0.50%)으로 유지했다. 이후 지난해 8월 기준금리를 0.75%로 0.25%포인트 올린 뒤 지난해 11월과 1월 기준금리를 두차례 연속 0.25%포인트씩 인상했다. 이번 인상으로 기준금리는 1.50%까지 올라왔다.

금통위가 총재가 없는 상황에서도 금리 인상을 결정한 것은 물가 상승 압박이 거세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3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06.06(2020년=100)으로 전년 동월 대비 4.1% 상승했다. 이는 2011년 12월(4.2%) 이후 10년 3개월 만에 최고치다. 1년 후 물가상승률을 보여주는 기대인플레이션율도 2.9%로 2014년 4월(2.9%) 이후 7년 11개월 내 가장 높았다.

시중에 풍부한 유동성도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에 영향을 미쳤다. 한은에 따르면 2월 평균 광의 통화량(M2 기준)은 3662조6000억 원으로 1월보다 21조8000억 원(0.6%) 증가했다. 시중 통화량은 전년 동월 대비(평잔·원계열) 11.8% 늘었다. 2020년 하반기 9%대로 한 자릿수를 기록했던 시중 통화량 증가율은 지난해부터 10%대로 올라섰고, 14개월 연속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 중이다.

원자재가격 급등에 따른 물가 인상 요인도 쌓여있다. 특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국제유가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 지난달 두바이유 평균 가격은 배럴당 110.93달러로 1년 전보다 72.1%나 급등했다.

작년 수입물가와 생산자물가는 각각 17.6%, 6.4% 올라 13년, 1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원가 상승 부담은 가공식품, 외식 등으로 전가되고 있다. 또한, 원·달러 환율이 1230원대를 넘어서는 등 달러 강세가 이어지면서 수입물가도 오르고 있다. 앞서 지난 5일 한은은 당분간 월 4%대 물가상승률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빅스텝(한 번에 0.5%포인트 이상 금리 인상) 에 나설 가능성도 한은 금리 인상에 힘을 실어준다.

미국 기준금리는 지난 3월 0.00~0.25%에서 0.25~0.50%로 올랐다. 오는 5월 3일~4일(현지시간) 예정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정책금리를 0.50%포인트 인상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는데, 이 경우 미국 기준금리는 0.75%~1.00%로 올라선다. 한국과 금리 격차가 좁아지면 달러 유출과 원화 가치 하락 등이 이어져 한은으로서는 금리 인상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좀처럼 줄어들지 않는 가계부채도 기준금리 인상 배경으로 꼽힌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가계 빚은 1862조 원(판매신용 포함)으로 2003년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대출금리 상승에 따른 이자 상환 부담과 올해 1월부터 확대 시행된 차주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로 대출 감소를 유도하는 것이다. 지난해 상반기 기준 GDP(국내총생산) 대비 가계부채 비중은 104.2%로 코로나19가 확산되기 이전인 2019년 말보다 10.8%포인트 상승했다.

won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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