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 업계 안팎에서 KT '시즌'과 CJ ENM '티빙' 간 통합설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사진은 강국현 KT 커스터머부문장 사장. /KT 제공

[더팩트｜한예주 기자] KT '시즌(Seezn)'과 CJ ENM의 '티빙' 통합설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업계에서는 KT가 경쟁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부진한 성적을 내고 있는 시즌을 연착륙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 티빙으로 통합하기 위한 작업에 돌입할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현재 국내 토종 OTT 업계가 'SK텔레콤-웨이브'와 'KT-CJ ENM' 연합체로 양분된 가운데, 시장에 또 한 번 지형 변화가 올지 관심이 쏠린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7일 서울 송파구 소피텔 앰배서더호텔에서 열린 KT 미디어데이에서 강국현 KT 커스터머부문장 사장이 시즌과 티빙의 통합 여부에 대해 입을 열었다.

강국현 사장은 "현재 결정된 바 없다"면서도 "국내 OTT 강화를 위한 다양한 협력을 강구 중에 있다. 국내 토종 OTT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시즌과 티빙 통합 가능성은) 열려있다"고 말했다. 넷플릭스·디즈니플러스 등 글로벌 OTT 대비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향후 통합을 검토할 수도 있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특히, 이날 KT그룹 미디어 전략이 스튜디오지니와 스카이TV, 올레tv 중심으로 발표된 점도 통합설에 힘을 싣고 있다. 강 사장은 "올해 올레tv에서 편성되는 콘텐츠는 모두 동일하게 시즌에도 편성이 된다"며 "시즌은 아이돌라이브, 관찰 예능에서 경쟁력이 있어 그런 부분에서 서로 협력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앞서 KT와 CJ ENM은 지난달 콘텐츠 동맹을 체결했다. 지난달 CJ ENM이 KT스튜디오지니에 1000억 원 규모 지분투자 결정을 발표하며 콘텐츠 사업 분야에서 협력 계획을 공식화했다.

당시 OTT 업계에서는 양사의 혈맹 배경을 두고 KT가 시즌을 정리하려는 계획이 포함된 것으로 보는 시선도 적지 않았다.

앞서 구현모 KT 대표는 지난해 1월 KT 스튜디오지니를 독립 법인으로 설립하고, OTT 시즌을 통해 '디지코(DIGICO)'를 이루겠다고 천명했다. 이후 시즌을 100% 자회사로 분사하고, 지니뮤직의 최대주주로 앉히는 'KT→시즌→지니뮤직'의 지배구조 개편에 들어갔다. 같은해 8월에 별도 법인으로 시즌을 출범했다.

업계에서는 KT와 CJ ENM의 합종연횡이 국내 OTT 지형에 긍정적인 변화를 몰고 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CJ ENM 제공

구 대표의 지지 아래 이목을 끌었던 시즌은 기대와 달리 부진한 성적표를 냈다. KT는 유료방송시장에서 국내 최대사업자지만 OTT 분야에선 두각을 보이지 못했다.

실제 데이터 분석 솔루션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 2월 기준 국내 OTT 월 활성 이용자 수(MAU)는 안드로이드 기준으로 넷플릭스 852만 명, 웨이브 341만 명, 티빙 267만 명, 쿠팡플레이 239만 명, 디즈니플러스(+) 124만 명, 시즌 109만 명, 왓챠 78만 명 순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OTT 가입자를 늘리기 위해선 독점 제공 가능한 오리지널 콘텐츠가 필요하다"면서 "하지만 지난해 출범한 KT 시즌은 자체 콘텐츠 라이브러리가 부족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KT로서는 타 플랫폼과의 합종연횡을 진행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향"이라며 "CJ ENM 또한 티빙의 확장전략이 회사 미래에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국내 OTT와의 통합에 긍정적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금융투자업계에서도 CJ ENM과의 협업으로 성과가 기대된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김회재 대신증권 연구원은 "지니는 CJ ENM으로부터 1000억 원의 투자 유치에 성공해 컨텐츠 제작의 노하우 습득과 플랫폼 추가 확보라는 성과를 달성했다"며 "궁극적으로는 티빙과 시즌의 합병도 가능하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현재 KT는 CJ ENM과 상호협력위원회를 만들어 다양한 협력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강 사장은 "윤경림 KT그룹트랜스포메이션 부문장 사장이 위원장을 맡고 그 밑에 미디어 콘텐츠 주요 임원이 참석하는 등 상당히 톱 레벨에서 진행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통합이 실현된다면 앞으로 국내 OTT 지형에도 변화가 불가피해 보인다. 티빙은 그간 국내 시장에서 웨이브(SK텔레콤·지상파 3사 연합 OTT)와 2위 자리를 두고 경쟁해왔다. 지난 17일 데이터융복합·소비자리서치 컨슈머인사이트가 공개한 '이동통신 기획조사' 결과를 보면 티빙의 유료이용률은 18%로 웨이브(17%)를 제치고 넷플릭스(60%) 다음에 자리했다. 전년도 같은 조사에서는 10%에 불과했지만 1년 만에 웨이브를 뛰어넘었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두 업체가 운영하는 OTT 플랫폼이 최종적으로 합쳐질지 아니면 콘텐츠 교류만 할지는 결정되지 않았지만 국내 OTT 서비스들이 힘을 합치면 국내 1위는 물론이고 글로벌 사업자에 맞설 수 있는 힘을 기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hyj@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