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이동걸·기업 윤종원·수출입 방문규, 국책은행 수장 거취 주목
오는 5월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는 가운데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사진), 윤종원 IBK기업은행 행장, 방문규 수출입은행 행장 등의 거취를 둘러싸고 다양한 전망이 나오고 있다. /더팩트 DB |
[더팩트│황원영 기자] 윤석열 정부 출범을 앞두고 금융권 인사 시계가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정권 교체에 따라 금융당국은 물론 국책은행 등 금융권 내에 굵직한 인사 변동이 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면서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책은행의 수장인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윤종원 IBK기업은행 행장, 방문규 수출입은행 행장 등의 거취를 놓고 설왕설래가 오가고 있다.
이들 은행장은 금융위원장, 기획재정부 장관 등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한다. 이 때문에 통상 정권교체가 이뤄지면 국책은행 수장도 바뀌었다. 특히 현 국책은행장들은 친정부 성향의 인사들로 자리를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무성하다.
◆ 이동걸 회장, 부산 이전 놓고 윤 정부와 대립…거취 불투명
국책은행 수장 중 임기가 가장 많이 남은 인물은 이동걸 회장이다. 이 회장은 오는 2023년 9월 임기가 만료된다. 이 회장은 문재인 대통령 취임 후 4개월이 지난 2017년 9월 회장직에 올라 2020년 9월 연임했다. 산업은행 회장이 연임에 성공한 건 26년 만이었다.
이동걸 회장은 대표적인 친민주당 인사다. 2017년 문재인 대선 캠프 당시 비상경제대책단에서 활동했으며 노무현 정부 때는 금융감독위원회 부위원장, 한국금융연구원 원장 등을 역임했다. 앞서 지난 2020년 이해찬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출판기념회에 참석해 민주당 20년 집권론을 언급한 게 알려져 논란이 되기도 했다.
산업은행은 산업금융채권 발행 및 굵직한 인수합병을 단행하는 핵심 국책은행이다. 따라서 집권 여당의 경제책사가 주도권을 쥘 수밖에 없다. 박근혜 정부 때 선임된 동명이인 이동걸 전 산업은행 회장도 2017년 문재인 대통령 취임 직후 임기를 1년 5개월 남겨두고 회장직에서 물러났다.
이동걸 회장은 현재 윤석열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윤 당선인은 지난 1월 산업은행의 부산 이전 방안을 밝혔다. 부산을 대한민국 경제발전 핵심거점으로 육성하기 위해서 꼭 필요한 정책이라는 것이다. 실제 윤 당선인은 지난 3월 8일 선거운동 당시 부산을 방문해 산업은행 부산 이전을 약속하기도 했다. 국민의힘 의원 15명은 지난 1월 산은 본점의 부산 이전을 골자로 하는 한국산업은행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공동 발의하며 윤 당선인에 힘을 실었다.
반면, 이동걸 회장은 산업은행의 지방 이전에 대해 반대하고 있다. 이 회장은 "산업과 기업이 돌아가는 방식을 모르니까 (부산 이전을 추진)하는 것"이라며 "지난 5년간 산은 회장으로서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산은이 금융경제 수도인 서울에서 아우르며 전국의 균형 발전을 지원하는 게 효율적"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산은의 지방 이전은 진보가 아닌 퇴보"라며 비판 수위를 높였다.
이동걸 회장이 산업은행 부산 이전에 공식적으로 반대 입장을 나타낸 만큼 새 정부 출범 이후 임기를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낙하산 인사로 논란을 빚었던 윤종원 기업은행장은 올해 12월 임기를 마친다. 사진은 지난 2020년 1월 윤 행장이 서울 중구 을지로 IBK기업은행 본사에 출근했으나 노조 측의 거부로 발길을 돌리는 모습. /중구=정소양 기자 |
◆ 낙하산 인사 논란 윤종원 행장, 교체 가능성 솔솔
윤종원 행장은 올해 12월 임기를 마친다. 기업은행은 기획재정부가 지분 53%를 보유한 국책은행인 만큼 윤 행장의 교체 가능성도 크다는 분석이다.
특히, 윤종원 행장은 낙하산 인사 논란으로 곤욕을 치렀다. 윤 행장은 문재인 정부의 두 번째 청와대 경제수석을 지낸 인물로 2020년 1월 기업은행장에 올랐다. 취임과 동시에 낙하산 인사라는 주장이 제기되며 노조와 대립각을 세웠다. 내부출신 인사로 관치금융을 끊어냈던 기업은행에 10년 만에 관료 출신 인사가 선임됐기 때문이다. 기업은행은 2010년부터 조준희 은행장에 이어 권선주, 김도진 은행장이 임명되면서 관치금융 논란을 끊어냈다.
게다가 윤종원 행장의 은행 관련 업무가 전무하다는 점도 비판의 대상이 됐다. 결국 윤 행장은 첫 출근 당시 전국금융산업노조에 막혀 기업은행 본점 문턱을 넘지 못하고 외부에서 업무 보고를 받기도 했다. 당시 이 같은 논란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은 "기업은행은 일종의 공공기관과 같아 인사권이 정부에게 있다"고 말했다. 역으로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인사권을 휘두를 수 있는 셈이다.
이에 따라 새 정부가 들어서면 은행 내부적으로 파장이 일 전망이다. 윤 행장이 자리를 잡은 이후 들어온 임원에 대한 연쇄적인 인사까지 이뤄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기업은행은 현재 디스커버리펀드의 대규모 환매 중단 사태에도 연루돼 있다. 금융위원회가 업무 일부정지 1개월, 과태료 47억1000만 원 등의 조치를 내렸으나 피해자들은 여전히 배상 비율과 정경유착 의혹 등을 두고 다투는 상황이다. 법률 리스크가 윤 행장 퇴임 시기를 앞당길 수 있다.
기업은행은 중소기업을 지원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립됐다. 하지만, 시중 은행처럼 개인 고객에게도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기업은행이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낙하산이 아닌 은행업무를 잘 아는 내부출신 인사가 행장으로 선임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방문규 한국수출입은행장의 임기는 올해 10월까지다. /더팩트 DB |
◆ 방문규 행장, 오는 10월 임기 마무리…교체 여부 관심사
올해 10월 임기가 만료되는 방문규 행장의 교체 여부도 관심사다. 방 행장은 정통 경제관료 출신으로 지난 2019년 11월 수출입은행장에 취임했다.
금융당국 수장 구성 등의 일정을 고려하면 임기를 채울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통상 후보 지명부터 임명까지 한두 달 가까이 소요된다는 점도 힘을 싣는다.
다만, 친정부 성향은 걸림돌이다. 방문규 행장은 노무현 정부 때 청와대 선임행정관으로 있으면서 친문 핵심인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와 인연을 맺었다. 이후 김 전 경남지사가 설치한 경제혁신추진위원회의 비상근 위원장을 맡아 수출입은행장까지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