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석화 손들어준 법원…"박철완 의결권행사금지 가처분 신청 기각"
23일 재계에 따르면 금호석유화학 개인 최대주주 박철완 전 상무가 제기한 OCI 의결권행사금지 가처분 신청이 법원에서 기각됐다. /더팩트 DB |
[더팩트ㅣ이성락 기자] 오는 25일 금호석유화학 정기 주주총회(주총)를 앞두고 회사 측과 박철완 전 상무 측이 치열한 신경전을 이어가고 있다. 배당안과 사외이사 선임안 등 주총 표 대결을 염두에 둔 기 싸움으로, 현재까지 재계에서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회사 측이 무난히 승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3일 재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최근 금호석유화학 개인 최대주주(8.5%)인 박철완 전 상무가 제기한 OCI 의결권행사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앞서 OCI는 금호석유화학과 주식을 상호 교환하는 방식으로 금호석유화학 주식 17만1847주를 넘겨받았다. 이에 박철완 전 상무는 지난달 '경영권 방어' 목적으로 자기주식을 우호주주인 OCI에 넘겼다며 법원에 OCI가 보유한 금호석유화학 주식에 대한 의결권행사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법원은 "자기주식 처분에 신주발행 관련 법리가 적용되는 것을 전제로 한 채권자(박철완 전 상무)의 주장은 더 살펴볼 필요가 없다"며 박철완 전 상무의 주장이 오히려 회사 자산에 대한 소유권 행사에 부당한 제약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또 박철완 전 상무가 자기주식 처분이 사회 통념상 현저히 불공정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한 부분에 대해서도 "금호석유화학의 자기주식 처분은 이례적이지 않다"며 "그 처분 과정에서도 불합리한 사정은 발견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법원 판결 직후 금호석유화학은 입장을 내고 박철완 전 상무의 행보와 관련해 "무분별한 이의 제기"라고 지적했다. 회사는 "친환경 소재 사업 파트너십 강화를 위해 주식을 상호 교환한 것이 '정당한 경영 활동'이었다는 점이 확인됐다"며 "특히 박철완 전 상무의 가처분 신청이 법적, 사실적 근거가 없다는 것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이처럼 박철완 전 상무가 회사 의결권행사에 대한 가처분 신청을 제기하고, 이를 법원이 기각하자 곧바로 회사 측에서 박철완 전 상무의 행보를 문제 삼는 등 갈등 양상이 나타나는 건 오는 25일 주총에서 표 대결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삼촌인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에게 반기를 들었던 박철완 전 상무는 주주 배당, 사외이사 선임 등을 놓고 또 한 번 주주제안을 내며 경영권 분쟁 2차전을 예고했다. 박철완 전 상무는 지난해 주총에서 별도 주주제안을 냈지만, 표 대결에서 패배해 상무 직책에서 해임됐다.
재계 안팎에서는 오는 25일 주총 표 대결을 앞두고 금호석유화학이 승기를 잡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사진은 회사 측과 대립하고 있는 박철완 전 상무. /박철완 전 상무 측 제공 |
구체적으로 회사 측은 올해 주총에서 주주 이익배당으로 주당 1만 원(보통주 기준)을 결정했다. 그러나 박철완 전 상무는 1만4900원의 배당안을 요구했다. 사외이사 후보와 관련해서는 회사 측이 박상수 경희대 명예교수, 박영우 사단법인 에코맘코리아 이사 등을 추천했고, 박철완 전 상무는 자체적으로 이성용 전 신한DS 대표, 함상문 한국개발연구원 국제정책대학원 명예교수를 제안했다.
현재까지 재계에서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회사 측이 무난히 승리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먼저 배당안에 대해서는 "주당 1만 원도 역대 최고액으로, 박철완 전 상무의 제안은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한 수준의 주주환원을 지향하는 회사의 주주환원 정책과 괴리가 있다"는 회사 측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금호석유화학이 추천한 사외이사 후보에 대해서도 '전문성이 철저히 검증된 인물'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와 관련해 글로벌 양대 의결권 자문사인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와 글라스루이스는 회사 측이 제안한 배당안과 사외이사 선임안에 모두 '찬성'을 권고했다. 자문사 권고안은 주요 기관과 외국인 투자자의 의결권 행사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주요 주총 안건을 분석하고 ESG 평가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인 한국ESG연구소 또한 회사 측의 배당안, 박상수 사외이사 선임안 등에 대해 '찬성' 입장을 밝혔다.
물론 자문사들의 권고가 금호석유화학 쪽으로 일방적으로 쏠리는 건 아니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과 서스틴베스트가 박철완 전 상무 측의 손을 들어줬다. 세계적인 국부펀드인 노르웨이 중앙은행 투자관리청(NBIM)도 박철완 전 상무가 제안한 안건에 찬성했다. 박철완 전 상무는 "세계적인 국부펀드인 NBIM은 펀드의 규모로도 널리 알려져 있지만, ESG를 바탕으로 한 사회적 책임 투자에 대해 높은 기준을 적용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박철완 전 상무 측이 반전을 일궈내기엔 부족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날 법원이 박철완 전 상무의 의결권행사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해 우호지분이 늘어난 것도 금호석유화학 측이 승기를 굳힌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지난해도 엇갈린 권고안이 나온 상황에서 회사 측이 완승을 거뒀다"며 "지난해와 비슷한 분위기에서 주총 전 표심에 영향을 줄 만큼의 유의미한 반격 카드가 제시되지 않는다면 같은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rocky@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