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장사 18개 중 9개 '공모가 하회'…하락율 50%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국내 증시에 신규 상장(스팩제외)한 18개 종목 중 9개 종목이 공모가를 하회 중이다. /더팩트 DB |
[더팩트ㅣ박경현 기자] 올해 공모주 투자 수익률이 지난해 대비 크게 떨어지고 있다. 특히 새내기주의 절반은 상장 후 공모가 아래로 주가가 떨어지는 등 수익률 양극화가 나타나고 있어 투자 시 신중함이 요구되고 있다.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국내 증시에 신규 상장(스팩제외)한 18개 종목 중 9개 종목이 공모가를 하회 중(21일 기준)이다.
올해 공모가 대비 등락률에서 가장 큰 하락폭을 나타낸 업체는 바이오에프디엔씨(-32.32%)다. 이어 △나래나노텍(-28.86%) △애드바이오텍(-26.86%) △이지트로닉스(-25%) △노을(-24%) △브이씨(-23.33%) △모아데이타(-22.75%) △인카금융서비스(-21.94%) △스톤브릿지벤처스(-9.25%) 순으로 하락폭을 나타냈다.
주가가 공모가보다 두 배 이상 오른 종목도 지난해 대비 현저히 줄었다. 올해 상장한 새내기 주 중에선 오토엔(255.66%)과 유일로보틱스(160%) 만이 공모가 두 배를 웃돌고 있다. '따상(공모가 두 배로 시초가 형성, 이후 상한가 도달)'을 기대하는 건 이미 오래전 일이다.
공모주 시장에 발을 디딘 예비 상장주들의 성적표 희비도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코스닥 상장을 추진 중인 세아메카닉스는 지난 10~11일 기관 수요예측에서 1813대 1이라는 경쟁률을 기록했다. 지난 15~16일 일반 공모주 청약에서는 증거금 9조 원을 모으며 2475.87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반면 모아데이타는 지난달 상대적으로 저조한 114대 1의 수요예측 경쟁률을 기록했다. 공모가가 밴드(2만4000~2만8000원)의 하단에 못 미치는 2만 원으로 책정됐지만 일반청약 경쟁률이 23대 1에 그쳤다. 여성의류 전문몰 공구우먼은 이달 7~8일 수요예측에서 57대 1이라는 수요예측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어 일반청약 경쟁률도 7.5대 1로 저조했다.
수요예측 과정에서 부진한 기관 수요를 확인하고 공모를 철회하는 기업도 종종 나타났다. 올 들어 현대엔지니어링, 대명에너지, 보로노이 등이 수요예측 진행 중 공모 철회를 선언했다.
공모주들의 주가 부진은 최근 변동성 장세와 지정학적 리스크 등 국내 증시가 박스권에 머무르며 공모주 시장에까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올해부터는 글로벌 주요국의 금리인상 기조에 따른 유동성 위축 우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간 전쟁에 따른 대외 불확실성 확대, 원자재난 심화로 유통시장의 부진이 이어지며 공모주시장도 덩달아 얼어붙은 모양새다.
업계 전문가들은 청약에 나설 시 종목과 산업에 대한 깊은 이해를 가지고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조언이다. /더팩트 DB |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이후 기대가 커진 IPO 시장 분위기에 주가 과대평가가 나타난 점과 공모주를 통해 상장 당일 반짝 수익률을 노리는 점 등이 최근 시장의 양극화를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석훈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핫 마켓(hot market)인 시기에 상장하는 IPO 공모주의 경우 상장일에 다소 높게 평가받는 경향으로 인해 이후 장기 수익률이 저조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청약 시 종목과 산업에 대한 깊은 이해를 가지고 신중한 접근에 나서야 한다는 조언이다. 또한 공모가가 기업 가치 대비 적정하게 선정됐는지에 대해서도 투자자가 까다롭게 살펴야 한다고 보고 있다.
박종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갈수록 IPO시장에서 옥석 가리기가 심화하는 상황"이라며 "이제는 '묻지마식 투자'는 안 된다. 사전에 종목이나 산업에 대해 공부하고 접근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규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향후에도 공모가 저평가와 과잉 수요로 인한 공모주 초기 성과 과잉 및 장기성과 부진 현상의 발생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며 "공모주 수요예측 및 청약에 참여함에 있어 주가 왜곡 가능성을 선제적으로 판단해 투자전략을 계획하고 투자성과를 개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pkh@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