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이성락 기자] 삼성전자가 주가 부진과 게임 최적화 서비스(GOS) 논란 속에서 개최한 주주총회(주총)에서 주주들의 불만을 달래기 위해 적극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사회 의장을 맡은 한종희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은 주총 과정에서 단상 아래로 내려와 주주들에게 90도로 고개를 숙이며 사과했다.
삼성전자는 16일 오전 경기 수원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주주, 기관투자자, 삼성 경영진 등 5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제53기 정기 주총을 개최했다. 이번 주총은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해 온·오프라인으로 동시에 진행됐다. DX부문장인 한종희 부회장과 DS부문장 경계현 사장은 사업부문별 경영 현황에 대해 설명하고, 주총에 참석한 주주들과 온라인 중계를 시청하는 주주들의 질문에 답변했다.
이날 주총의 화두는 '갤럭시S22' GOS 논란이었다. 사업부문별 경영 현황 설명부터 '개미'들의 쓴소리가 이어졌다. GOS는 고사양 게임을 할 때 스마트폰 과열을 막기 위해 그래픽처리장치(GPU) 성능이나 화면 해상도를 고의로 낮추는 기능으로, 게임 등 특정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할 때 GOS를 강제 실행해 사용자들의 불만을 샀다. 앞서 회사는 불만이 고조되자 사과의 뜻을 전하며 이 기능을 우회할 수 있도록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진행했다.
이와 관련해 주총장 밖에서는 시위가 벌어지기도 했다. 사태 책임자로 노태문 모바일(MX)사업부장(사장)을 지목한 일부 주주가 트럭을 이용해 항의에 나선 것이다. 주총장 내부에서는 주주 첫 질문부터 GOS 논란이 언급됐다. 한 주주는 "GOS 문제에 대해 회사가 어떻게 생각하느냐. 사과할 뜻이 있느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에 한종희 부회장은 "주주와 고객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며 "처음부터 이를 헤아리지 못한 것에 대해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한종희 부회장은 단상 아래로 내려와 주주들에게 90도로 고개를 숙였다. 그는 "고사양 게임의 경우 장기간 일관성 있는 성능을 제공하는 게 중요하다. 이 때문에 GOS 기능을 통해 발열을 최소화하고자 했던 것"이라며 "그러나 처음부터 최상의 성능을 원하는 고객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했다. 앞으로 고객 경험을 최우선으로 하겠다"고 설명했다.

한종희 부회장의 사과에도 불구하고 노태문 사장의 사내이사 선임 건을 다룰 때 발언권을 얻은 일부 주주는 더욱더 거칠게 항의의 목소리를 냈다. 한 주주는 "GOS 논란과 관련해 노태문 사장은 주주들을 합리적으로 납득시키지 못했다"며 "모바일 사업 총괄 책임직에서도 물러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GOS 논란뿐만 아니라 주가 부진도 도마 위에 올랐다. 이날 오전 11시 30분 기준 삼성전자의 주가는 7만 원으로, 시장이 산정한 목표주가는 10만 원 수준이다. 한 주주는 "주가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대해 사내이사들의 책임 부분을 언급한다. 경영진이 자사주를 매입했지만, '수박 겉핥기'라고 생각한다"며 "앞으로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노력해줬으면 한다"고 했다. 이에 한종희 부회장은 "주주들의 목소리를 잘 새겨듣고,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지속 고민하겠다"고 답했다.
이날 주총에서는 삼성전자를 둘러싼 사업 환경에 대해 위기의식을 드러내는 주주들도 적지 않았다. 특히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한 우려가 제기됐다. 한종희 부회장은 "러시아 경제 제재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공급은 중단한 상태"라며 "앞으로 사업에 끼치는 부정적 영향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다양한 컨틴전시 플랜을 세워 면밀히 대처하겠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한종희 부회장은 주주들을 향해 "삼성전자는 제품 간 시너지를 높이고 고객들에게 한 차원 높은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기존 CE와 IM부문을 DX부문으로 통합했다"며 "미래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기반도 착실히 준비할 것"이라고 회사의 지속 성장을 약속했다.
한편 삼성전자는 이날 주총에서 △재무제표 승인 △사외이사(김한조·한화진·김준성) 선임 △사내이사(경계현·노태문·박학규·이정배) 선임 △감사위원(김한조·김종훈) 선임 △이사 보수한도 승인 등의 안건을 통과시켰다. 또 주주환원 약속을 이행하기 위해 2021년 기준으로 연간 9조8000억 원의 배당금을 지급할 계획이다.
rocky@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