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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상트 '장기집권 김훈도' 떠난다…새 수장 앞길은 첩첩산중
입력: 2022.03.10 06:00 / 수정: 2022.03.10 06:00

12년간 총괄 김훈도, 이달 말 사임 예정…새 대표 '손승원 부사장' 내정

한국법인 설립 초기부터 데상트에 몸담아온 김훈도 대표가 이달 말일 자로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난다. 신임 대표로는 내부 인사인 손승원(오른쪽 위) 부사장이 내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더팩트 DB, 데상트 제공
한국법인 설립 초기부터 데상트에 몸담아온 김훈도 대표가 이달 말일 자로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난다. 신임 대표로는 내부 인사인 손승원(오른쪽 위) 부사장이 내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더팩트 DB, 데상트 제공

[더팩트│최수진 기자] 일본 대표 스포츠 패션 기업인 데상트가 3년간 지속된 '노(NO)재팬'으로 수익성이 악화하자 수장을 바꾸는 결단을 내렸다. 12년간 한국법인을 이끌어온 김훈도 대표가 이달 말 자리에서 물러나고, 새로운 인물이 데상트코리아를 이끌게 됐다.

이번 결단은 데상트 본사인 일본법인이 지난해 발표한 중기경영계획 'D-서밋 2023'을 성공시키기 위한 일환으로 관측된다. 'D-서밋 2023'은 2023년까지 한국 사업의 수익성을 불매운동 이전 수준으로 회복시킨다는 게 핵심이다. 다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가 지속되고, 불매운동으로 추락한 이미지가 회복되지 않는 상황에서 데상트코리아가 단순히 수장 변화만으로 실적을 끌어올릴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아울러, 그간 한국법인의 매출을 늘리며 혁혁한 공을 세웠던 김훈도 대표의 빈자리를 신임 대표가 채울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 데상트 한국법인 키운 김훈도 떠난다

8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법인 설립 초기부터 데상트에 몸담아온 김훈도 대표가 최근 개최된 경영회의에서 사임 의사를 밝혔다. 이달 말일 자로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나게 되며, 김 대표는 회사를 떠나 개인 사업을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김훈도 대표는 2000년 한국법인 '데상트코리아' 설립부터 참여, 기획팀장으로 시작해 먼싱웨어 사업부장, 골프 사업부장, 경영지원실장을 거쳐 2009년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이후 능력을 인정받아 부사장 승진 1년 만에 대표이사에 오르며 지난 12년간 한국법인 사업을 총괄해왔다.

본사인 일본 데상트가 글로벌 사업에서 현지인을 대표로 발탁한 것은 김훈도 대표가 처음으로, 당시 업계에서는 김 대표의 경영능력이 인정받은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실제 김 대표가 이끌며 한국법인 매출 비중은 전체 매출의 절반 이상으로 커졌다. 데상트 본사가 발표한 '2018년 회계연도(2018년 4월~2019년 3월) 실적 자료'에 따르면 2018년 연간 매출 가운데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시장 매출 비중은 60%에 달한다. 아시아 지역 매출 대부분이 한국에서 발생하는 점을 고려하면 한국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과반을 넘는 셈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데상트코리아 매출은 2010년 1983억 원에서 2015년 6490억 원으로 3배 이상 늘었고, 불매운동 직전해인 2018년에는 7270억 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성장세를 유지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53억 원에서 679억 원으로 343.8% 증가했다.

그러나 문제는 2019년 발생했다. 2019년 7월 대법원의 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에 대한 보복 조치로 일본이 대(對)한국 수출 규제를 결정하자 우리나라에서도 반일 감정이 격화돼 노(NO) 재팬 운동이 벌어졌고, 데상트는 유니클로와 함께 불매운동 리스트에 올랐다.

이후 실적은 크게 축소됐다. 고세키 슈이치 데상트 사장은 2019년 11월 기자회견을 열고 '회계연도 2020년(2020년 4월~2021년 3월)' 연결 순이익이 전년 대비 82% 감소한 7억 엔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당초 데상트 본사는 전년 대비 34% 순증할 것이라고 발표했지만 불매운동 여파가 커지자 급하게 예상치를 수정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데상트코리아의 2019년 매출은 6156억 원으로 전년 대비 15.3% 감소하고, 영업이익은 90억 원으로 전년 대비 86.8% 급감했다. 이후 2020년 초 발생한 코로나19 사태로 2020년 연간 기준 매출은 4986억 원으로 줄었고 33억 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데상트코리아의 지난해 실적은 오는 4월 감사보고서를 통해 발표할 예정이지만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불매운동 이미지가 굳혀졌고, 코로나19 여파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데상트코리아의 신임 대표가 김훈도 대표 만큼의 성과를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덕인 기자
불매운동 이미지가 굳혀졌고, 코로나19 여파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데상트코리아의 신임 대표가 김훈도 대표 만큼의 성과를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덕인 기자

◆ 신임 대표에 '손승원 부사장' 내정…과제 산적한 데상트, 회복 가능성은

김훈도 대표 사임에 대한 구체적인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일각에서는 2019년 발생한 불매운동으로 최근까지 저조한 실적이 계속되고, 이로 인해 본사의 매출까지 하락세로 돌아서자 일본 데상트에서 한국 사업을 살리기 위해 수장을 교체하는 결정을 내린 게 아니냐는 시각이 나온다.

실제 일본 본사가 지난해 6월 발표한 '회계연도 2020년 보고서'의 연결손익계산서에 따르면 전체 매출은 2020년 연간기준 매출은 968억 엔(약 1조373억 원), 영업적자는 18억 엔(193억 원)이다. 매출은 전년 대비 22.2% 줄었고 영업이익은 적자전환했다.

아울러, 이번 결정은 지난해 5월 일본 본사가 발표한 3개년 중기경영계획인 'D-서밋 2023'과도 맥이 닿아있다. 한국 사업을 다시 정상화시키고, 현재 한국 의존도가 큰 포트폴리오를 개편해 한국, 중국, 일본 등 3대 시장의 매출을 동등한 수준으로 만드는 것이 골자다.

당시 본사는 "한국 시장에서 꾸준히 성장하겠다"며 "매출과 영업이익의 균형을 최적화시키고, 신발 R&D 센터인 DSIC에서 개발한 신상품의 출시로 브랜드 가치를 제고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여전히 데상트코리아의 실적은 본사가 원하는 수준으로 회복되지 못하고 있어 리더십 변화를 통해 사업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고세키 슈이치 사장 역시 "한국 매출이 불매운동과 코로나19의 영향으로 크게 감소했다"며 "회계연도 2021년(2021년 4월~2022년 3월)에는 회복 추세를 보이고 있지만 과거처럼 수익을 낼 것으로는 기대하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데상트코리아의 신임 대표에는 내부 인사인 손승원 부사장이 내정됐다. 손 부사장은 올해 브랜드 이미지 개선을 통한 매출 회복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데상트코리아 측은 구체적인 내용은 현재 말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데상트코리아 관계자는 "김훈도 대표가 이달 말일 자로 물러나는 것은 맞다"면서도 "다만, 그 외에 신임 대표 내정자에 관련된 내용이나 다른 내용에 대해서는 언급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다만, 손 부사장이 김 대표 만큼의 성과를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우선, 코로나19 장기화로 패션 시장 회복세가 더딘 만큼 패션 기업인 데상트도 산업 전체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임지연 삼성패션연구소장은 '2022년 패션산업 분석 보고서'에서 "회복국면에 접어든 패션시장이지만 코로나 이전의 속도감 있는 성장과 변화를 기대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이제 급격해서 불안했던 사회적 변화의 속도는 안정적으로 숨을 고르고 있지만 패션시장은 여전히 2019년 규모에 미치지 못한다. 이전 규모 수준으로 빠르게 돌아가기 위해 힘껏 페달을 밟아야 한다"고 분석했다.

또한, 데상트는 이미 지난 3년간 국내에서 불매운동 이미지가 굳혀졌다. 일본 브랜드의 대체재 정보를 제공하는 '노노재팬' 홈페이지 패션 카테고리에서 데상트는 첫 번째 페이지에 등록돼 유니클로, 아식스 등과 함께 주요 불매운동 기업으로 분류된 상태다.

이후 국내 영향력은 크게 약화됐다. 업계에 따르면 불매운동 이전에는 스포츠웨어 시장에서 나이키와 아디다스에 이어 데상트가 매출 순위 3위를 기록했으나 현재는 뉴발란스, 휠라 등에 밀려 5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여기에 품질 문제도 나왔다. 소비자원은 지난해 말 재활용 폴리에스터 원료를 사용한 재킷 5개 제품(나이키, 데상트, 리복, 푸마, 아디다스)의 내구성과 안전성 등을 시험·확인했는데, 데상트 제품(남녀공용 친환경 스트레치 우븐 바람막이)만 유일하게 인열강도 항목에서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인열강도란 당김이나 찢어짐을 견디는 내구성을 의미한다. 심지어 실험에 사용된 데상트 제품의 가격은 17만9000원으로, 타사 제품(8~9만 원대)보다 약 2배 이상 고가였다.

국내 상생활동 등 이미지 개선에 대한 태도도 미온적이다. 특히, 최근 울진과 삼척 지역 산불로 인한 피해 복구와 지역 주민들을 지원하기 위해 다수의 기업이 구호물품 또는 성금을 기부하고 있지만 데상트는 별다른 메시지를 내지 않고 있다. 같은 일본 기업으로, 불매운동 리스트에 데상트와 함께 언급되는 유니클로가 최근 이재민 돕기 위해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에 1억 원을 기부한 것과 대조된다. 데상트코리아 관계자는 "(산불 피해 지원과 관련해) 현재로는 계획된 게 없다"고 밝혔다.

업계 한 관계자는 "데상트(코리아)의 연매출이 얼마인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업계에서 판단하는 상위 랭킹에서 밀려난 지 오래"며 "불매운동 이전이 벌써 3년 전인 것을 고려하면 지금의 상황은 과거와 많이 달라진 거다. 데상트의 매출이 줄어든 3년간 뉴발란스와 휠라는 크게 성장했다. 이제는 데상트와 관련해 업계에 들리는 얘기도 많이 없다"고 말했다.

jinny0618@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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