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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근의 Biz이코노미] 요동치는 국제정세…낙관론 접고 경제외교 집중해야
입력: 2022.03.04 00:00 / 수정: 2022.03.04 10:01

불안한 국제 정세 속 미온적이고 뜸 들이는 외교 '독'이다

2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하르키우 우크라이나 보안국(USS) 건물 옆 도로에 러시아군이 쏜 로켓 파편이 놓여 있다. /하르키우=AP.뉴시스
2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하르키우 우크라이나 보안국(USS) 건물 옆 도로에 러시아군이 쏜 로켓 파편이 놓여 있다. /하르키우=AP.뉴시스

[더팩트 | 서재근 기자] 요동치는 국제 정세 속에 우리나라의 경제 외교 능력이 시험대에 올랐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공습 사태로 미국과 영국, 유럽연합(EU) 등 서방 국가들이 연일 러시아를 향한 경제 제재 수위를 높이면서 국내 수출기업들의 경영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EU는 2일(현지시간) 러시아의 7개 은행을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에서 배제하기로 공식 합의했다. SWIFT는 전 세계 1만1000개 이상 금융기관들이 안전하게 결제 주문을 주고받는 전산망이다. 이로써 러시아는 사실상 수출길이 끊기게 됐다.

문제는 대(對)러시아 제재가 가져올 후폭풍이다. 러시아 금융이 셧다운 상태에 빠진다는 것은 국내 수출입기업들이 현지로 돈을 보내거나 받을 방법도 덩달아 막히게 된다는 얘기다. 실제 수출통제·대금결제 관련 국내 기업 애로사항 접수는 400건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일까지는 미국 상무부가 러시아 수출 통제 대상에 해외직접제품규제(FDPR)를 포함하면서 우리나라를 적용 예외 대상에서 제외시킨 것으로 알려지면서 기업들의 불안은 더욱 커졌다. FDPR은 미국 외 외국기업이 만든 제품도 미국이 통제 대상으로 정한 소프트웨어 및 설계를 사용했을 경우 수출을 금지하도록 한 제재조항으로 전자(반도체), 컴퓨터, 통신·정보보안, 센서·레이저, 해양, 항법·항공전자, 항공우주 등 7개 분야 57개 하위 기술 항목이 적용대상에 포함됐다.

그나마 4일 미국 정부가 최종적으로 한국을 예외 대상국에 포함하면서 급한 불 끄기에 성공했지만, 과정은 매끄럽지만은 못했다. 미국의 대러 제재 기조에 발맞춰 서둘러 독자 제재에 나선 EU 27개국과 호주, 캐나다, 뉴질랜드, 영국, 일본 등 32개국이 한두 발 앞서 FDPR 적용 예외 대상에 이름을 올리는 사이 경제계에 안팎에서는 '정부의 미온적이고 굼뜬 외교 전략'이 자조한 결과라는 싸늘한 반응도 적지 않았다.

이번 미국의 FDPR 예외 적용 조치와 별개로 우리나라가 시시각각 변하는 글로벌 정세가 야기하는 불확실성에 훨씬 더 크게 노출돼 있다는 사실에는 조금도 변함이 없다. 코로나19 팬데믹 여파가 해소될 겨를도 없이 터진 러시아 리스크로 원자재 가격은 치솟고, 수출 경고등까지 켜진 상황이지만, 정부의 표정에서는 좀처럼 불안감을 찾을 수 없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일 페이스북을 통해 "작년 말에 이어 올해 들어서도 생산·투자 등을 중심으로 우리 경제의 회복 흐름이 이어지는 모습을 재확인했다"고 낙관했다.

현재 전 세계가 직면한 위기 상황은 앞서 겪었던 일본발 수출규제나 중국발 요소수 대란 때와는 결이 다르다. 미국 대통령과 러시아 외부장관의 입에서 '제3차 세계대전', '핵전쟁'이란 단어가 나올 만큼 불안정한 국제 정세가 이어지고 있다. 수출 비중이 높은 우리나라가 대비책 마련에 온 신경을 써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오늘날 촌각을 다투는 글로벌 외교전에서 한 나라의 미온적이고, 굼뜬 태도는 경제 외교에 가장 치명적인 독이 될 수밖에 없다. 정부는 급변하는 글로벌 정세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할 수 있는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

likehyo85@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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