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오롱글로벌이 월계 동신 아파트 재건축 사업을 '아파트 붕괴' 사고를 일으킨 HDC현대산업개발에 내주면서 체면을 구기게 됐다. 사진은 노원구 월계 동신아파트 재건축 사업 조감도. /HDC현대산업개발 제공

[더팩트｜이민주 기자] 코오롱글로벌이 HDC현대산업개발과 벌인 월계 동신아파트 재건축 사업 수주전에서 고배를 마셨다.

'광주 아파트 붕괴' 사고로 번진 '아이파크 보이콧'에도 불구하고 HDC현대산업개발에 재건축 시공권을 내주면서 서울 내 재건축·재개발 사업 확대 발판을 마련하고자 했던 코오롱글로벌의 계획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 노원구 월계 동신아파트 재건축 조합은 전날(27일) 시공사 선정총회를 열고 HDC현대산업개발을 최종 시공사로 선정했다.

투표에는 조합원 887명 중 800명이 참여했으며 HDC현대산업개발은 이 중 과반을 넘는 739%(92.4%)를 얻었다. 야심 차게 출사표를 던진 코오롱글로벌은 49표를 얻는 데 그쳤다. 기권 및 무효표가 12표다.

월계 동신아파트 재건축 사업은 서울 노원구 월계동 일대에 위치한 주거지역 개발사업이다. 정비구역 면적은 4만3688㎡이며 기존 7개 동, 864가구에서 지하 4층~지상 25층, 1070가구 규모로 개발될 예정이다. 공사비는 2826억 원 수준이다.

HDC현대산업개발이 수년 전부터 이 사업지에 공을 들여왔으나, 올해 초 HDC현대산업개발과 코오롱글로벌이 재건축 입찰에 참여하며 2파전 구도가 형성됐다. 지난해 열린 1차 입찰에 HDC현대산업개발이 단독으로 참여해 유찰됐고 2차 입찰부터 코오롱글로벌이 참여했다.

특히 HDC현대산업개발은 자사 역점 사업인 광운대 역세권 개발사업지와의 시너지를 위해 이 사업장 수주에 공을 들여왔다. 광운대 역세권 개발사업은 지하철 1호선 광운대역 약 14만 ㎡에 2694세대 규모의 주상복합아파트 단지를 조성하는 서울 동북권 최대 규모의 개발 사업이다. 여기에 '광주 아파트 붕괴' 사고 이후 확산하고 있는 '아이파크 보이콧' 여파를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이 수주가 중요했다.

코오롱글로벌 역시 월계 동신 재건축 수주를 통해 서울 내 재건축·재개발 사업 물꼬를 틀겠다는 목표 아래 수주전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코오롱글로벌은 올해 연초부터 수도권 도시정비사업 공략에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코오롱글로벌은 지난 22일 서울 동작구 노량진3구역 재개발사업 입찰에도 참여했다. 공을 들이는 만큼 양사 모두 특화 설계를 약속하기도 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설계와 관련해서는 글로벌 건축디자인 업체 SMDP와 협력해 명품 설계를 적용하고 브릿지 2개소를 설치해 광운대 역세권과 연결하겠다고 약속했다. 재건축 단지명으로는 '아이파크 뉴미에르'를 제안했다. 코오롱글로벌은 자사 주택 브랜드 하늘채를 사용한 '하늘채 하이시티'라는 단지명을 제안하고 플로라 데크가든, 숲 속 정원, 하이시티 파크 등의 프리미엄 공간 마련을 약속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월계 동신아파트 재건축 조합에 사업촉진비 4500억 원을 약속했다. 사진은 코오롱글로벌이 제시한 월계 동신아파트 조감도. /코오롱글로벌 제공

업계에서는 양사가 조합 측에 제시한 조건 차이가 수주전 승패를 가른 것으로 보고 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광주 아파트 붕괴 사고 이후 수주전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해 '출혈 수주' 전략을 펼치고 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지난 5일에도 파격적 조건을 앞세워 경기 안양시 평촌동 관양 현대아파트 재건축 사업을 따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조합 측에 △사업추진비 세대당 7000만 원 △안양 시세 평당 4800만 원 기준 일반분양가 100% 반영 △SPC 2조 원 등의 공약을 제시했다.

월계 동신 재건축 조합에는 앞선 조건 이상의 파격적인 조건을 내놨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조합에 미분양 시 공사 대금 대신 미분양 아파트와 상가로 받는 대물변제 100%와 사업촉진비 4500억 원(가구당 5억 원) 지원을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도 △일반 분양가 일대 최고 수준 △조합원 분양가 인하 △물가상승, 난공 상황에서도 공사비 미인상 △하자보수 기간 30년으로 연장 등을 제안했다.

반면 코오롱글로벌은 조합에 △사업추진비 1000억 원 지원 △조합원 환급금 선지급 △경쟁사 대비 저렴한 공사비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수주로 HDC현대산업개발이 재기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 반면 코오롱글로벌은 '사고 리스크'를 짊어진 HDC현대산업개발에 진 브랜드라는 오명을 지게 됐다. 이 사업으로 올해 서울 내 도시정비사업의 포문을 열려던 계획도 물거품이 됐다.

여기에 포스코건설과 대결을 벌이는 노량진3구역 수주에도 부정적 여파가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코오롱글로벌은 지난 22일 서울 동작구 노량진3구역 재개발 사업 시공사 선정 입찰에 참여했다.

업계 관계자는 "HDC현대산업개발 입장에서는 이번 수주전이 아이파크 보이콧을 잠재울 중요한 기회였고 코오롱글로벌에게도 이후 사업에 영향을 끼칠 수 있어 중요한 사업이었다"며 "이번 수주로 HDC현대산업개발은 크게 한숨을 돌렸지만, 코오롱글로벌은 수주전 패배로 브랜드 이미지에 일정 부분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이라고 말했다.

minju@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