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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기·LG이노텍, '같은 목표' 반도체 기판 시장서 제대로 붙는다
입력: 2022.02.25 16:30 / 수정: 2022.02.25 16:30

나란히 중국 공장 정리…미래 먹거리 선점

삼성전기와 LG이노텍이 FC-BGA를 나란히 미래 성장 동력으로 낙점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직접 경쟁을 벌인다. /더팩트 DB
삼성전기와 LG이노텍이 FC-BGA를 나란히 미래 성장 동력으로 낙점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직접 경쟁을 벌인다. /더팩트 DB

[더팩트|한예주 기자] 삼성전기와 LG이노텍이 미래 성장 동력으로 나란히 반도체 기판 플립칩볼그리드어레이(FC-BGA)을 낙점하면서 양사 간 직접 경쟁이 불가피해지는 분위기다. 양사 모두 일부 사업에서 손을 떼고 중국 공장을 철수하는 등 비슷한 행보를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어느 쪽이 우위를 점할지 관심이 쏠린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기와 LG이노텍은 최근 늘어나고 있는 전기차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수요에 대응하고 고부가가치 제품을 통한 수익성 극대화를 위해 FC-BGA 사업 육성에 나서고 있다.

LG이노텍은 최근 FC-BGA 시설 및 설비 투자에 오는 2024년까지 4130억 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업계에서는 FC-BGA 사업의 높은 진입장벽에도 불구하고 LG이노텍이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FC-BGA와 제조 공정이 유사한 무선주파수 패키지 시스템(RF-SiP)용 기판, 5G 밀리미터파 안테나 패키지(AiP)용 기판 등 통신용 반도체 기판 시장에서 노하우를 쌓아온 만큼 기술력은 충분히 검증됐다는 평가다.

삼성전기 역시 베트남 생산법인에 내년까지 8억5000만 달러(약 1조132억 원)를 투자해 FC-BGA 생산설비 및 인프라 구축에 나서기로 했다.

삼성전기의 경우 FC-BGA를 맡고 있는 패키지솔루션부문이 높은 성장률을 보이고 있는 만큼 지속적인 사업 확대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기의 지난해 패키지솔루션부문 매출은 1조6792억 원으로 전년 대비 28.6% 늘었다. 영업이익도 1837억 원에서 2622억 원으로 42.7% 급증했다.

FC-BGA는 반도체 패키징 작업에 필요한 인쇄회로기판(PCB)의 일종이다. 인텔, AMD, 엔비디아 등이 만드는 고성능 칩에 주로 활용됐는데 최근에는 전기차, AI, 데이터센터 시장에서도 FC-BGA를 사용하면서 FC-BGA의 공급 부족 현상이 심해지고 있어 선제 대응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두 회사가 본격적으로 FC-BGA 시장 확대에 나서게 된 것은 시장 전반의 타이트한 수급 때문이다. 일본(이비덴, 신코)과 대만(유니마이크론) 등 경쟁사들이 시장을 점유하고 있지만 늘어나는 반도체 수요에 비해 여전히 공급이 부족하다는 판단이다.

실제 업계에서는 FC-BGA 시장이 중장기적으로 연간 14%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2026년까지 수급에 여유가 없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FC-BGA는 반도체 기판 중 가장 만들기 어렵고 높은 기술 숙련도를 필요로 하는데 두 회사가 어떤 기술로 시장을 선점할 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은 베트남 북부 타이응웬성 옌빈산업단지에 위치한 삼성전기 베트남사업장(SEMV). /삼성전기 제공
업계에서는 FC-BGA는 반도체 기판 중 가장 만들기 어렵고 높은 기술 숙련도를 필요로 하는데 두 회사가 어떤 기술로 시장을 선점할 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은 베트남 북부 타이응웬성 옌빈산업단지에 위치한 삼성전기 베트남사업장(SEMV). /삼성전기 제공

이에 따라 양사는 투자에 앞서 경쟁력이 저하된 사업은 철수하며 해당 시장에 공을 들이는 모양새다. LG이노텍은 LED 사업을 접으면서 중국 후이저우 공장도 생산과 영업활동을 중단하고 714억 원에 매각도 이뤄졌다.

FC-BGA 시장에 먼저 진출한 삼성전기 역시 수익성이 하락한 고밀도회로기판(HDI), 경연성인쇄회로기판(RFPCB) 등에서 손을 떼고 핵심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 쿤산 공장도 문을 닫고 잔여 자산 처분이 진행 중이다. 둥관 공장도 청산이 진행 중이다.

삼성전기는 이번 투자를 통해 베트남 생산법인은 FC-BGA 생산 거점으로, 수원·부산사업장은 기술 개발 및 하이엔드 제품 생산 기지로 전문화할 계획이다. 베트남 공장 증설 투자는 2023년 하반기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반도체 고성능화와 시장 성장에 따른 수요 증가에 대응하고 중장기적으로는 네트워크 등 고부가 제품 시장 선점을 위한 기반을 구축한다는 전략이다.

LG이노텍은 FC-BGA를 미래 성장 동력으로 삼고 지난해 말 조직개편을 통해 관련 사업담당, 개발담당 등 임원급 조직을 신설했다. 대규모 투자는 반도체 기판 공장이 위치한 구미를 중심으로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에 처음 진입해 초기 시장에서는 고객 확보 등이 부담이지만 기술력을 통해 극복하겠다는 계획이다.

애플과 FC-BGA 공급 협상을 진행할 거란 관측도 나온다. 이전에도 LG이노텍은 고성능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에 사용되는 플립칩-칩스케일 패키지(FC-CSP) 기판 등 납품 이력이 있어서다.

업계 한 관계자는 "FC-BGA는 반도체 기판 중 가장 만들기 어렵고 높은 기술 숙련도를 필요로 하는데 삼성전기와 LG이노텍 두 회사가 어떤 기술로 시장을 선점할 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hyj@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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