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곳곳 사업장서 재개발 시공사 계약 취소 절차 추진
HDC현대산업개발의 퇴출을 요구하는 '아이파크 보이콧'이 전방위적으로 확산하는 가운데 '광주 학동 붕괴' 참사에 대한 처분이 본격화하는 분위기다. /더팩트 DB |
[더팩트|이민주 기자] '광주 학동 붕괴' 참사에 대한 처분이 초읽기 단계에 접어든 가운데 HDC현대산업개발을 퇴출하려는 일명 '아이파크 보이콧' 움직임이 광주 외 지역으로 확산하는 분위기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광주 학동4구역 재개발조합은 '붕괴 참사'시공사 교체를 검토하고 있다.
학동4구역 재개발조합은 최근 시공사인 HDC현대산업개발에 향후 사업 관련 제안 요구서를 발송했다. 조합은 HDC현대산업개발에 그간 대의원회에서 논의된 시공사 재선정 관련 의견을 보내고 사측의 입장을 정리해 회신해달라고 요구했다. 조합은 이르면 4월 조합원 총회에서 계약 변경 관련 내용을 의결할 예정이다.
광주 운암3단지 재건축조합도 HDC현대산업개발 등과의 계약 취소 절차를 추진 중이다.
운암3단지 재건축조합은 지난 17일 HDC현대산업개발·GS건설·한화건설에 공동도급에 대한 최종 의사 통보를 요청하는 공문을 발송했다. 조합은 앞서 조합원 대상 계약 취소 의향을 묻는 설문을 진행했으며 92%(1360명)가 'HDC현대산업개발 제외'를 요구했다.
이같은 '아이파크 보이콧' 움직임은 최근 광주 외 지역으로도 확산하고 있다.
광명11구역 재개발조합은 최근 HDC현대산업개발 사업 참여 배제를 요구하고 나섰다. 광명11구역 재개발 사업은 경기도 광명시 광명뉴타운 내 최대 규모 사업지로 현대건설과 HDC현대산업개발이 공동 시공할 예정이다.
지난 18일 오후 광주 북구 운암 3단지 주택 재건축 지역 일대에 HDC현대산업개발 철수를 촉구하는 현수막이 걸린 모습. /뉴시스 |
광명11구역 재개발조합은 최근 HDC현대산업개발에 공문을 보내 시공 참여와 아이파크 브랜드 사용 제한하는 안을 수용하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안서에 따르면 이들은 현대건설이 아파트를 단독으로 시공할 것과 아파트명에서 아이파크 이름을 제외하는 것 등을 요구했다.
여기에 수원 최대 재건축 사업지로 불리는 영통2구역 재건축조합은 지난 12일 단지 내에서 HDC현대산업개발의 철수를 요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영통2구역 재건축사업은 수원 최대 재건축 사업지로 GS건설과 HDC현대산업개발이 공동 시공사다.
이 가운데 최근 '광주 학동 붕괴' 참사 관련 수사에 속도가 붙으면서 HDC현대산업개발을 향한 우려섞인 시선도 늘고 있다. 지난해 6월 HDC현대산업개발이 원청사로 있는 광주 학동4구역 재개발 현장에서 철거 건물이 무너지면서 시민 9명이 숨지고 8명이 다친 사건이 발생했다.
광주경찰청 반부패경제 범죄수사대는 지난 21일 HDC현대산업개발 임원 A 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에 따르면 A 씨는 학동 건물 철거업체 선정 과정에서 조합 측의 부탁을 받고 특정 업체를 내정하는 등의 혐의를 받는다.
서울시는 지난 17일 광주 학동 붕괴 참사와 관련해 원청사인 HDC현대산업개발에 대한 청문을 진행했다. 서울시는 청문 결과를 바탕으로 HDC현대산업개발에 대한 행정처분 수위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 22일 오전 광주광역시 서구 화정동 HDC현대산업개발 아이파크 아파트 신축공사 붕괴사고 현장에 적막감이 감돌고 있다. /이동률 기자 |
현재 시공사 선정이 진행 중인 대형 프로젝트에서도 잡음이 이는 분위기다.
창원시는 최근 마산해양신도시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된 HDC현대산업개발과의 협상을 중단했다. 창원시는 지난해 10월 HDC현대사업개발 컨소시엄을 마산해양신도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고 실시협약을 진행한 바 있다.
최근의 '아이파크 보이콧' 전방위적 확산과 관련해 업계에서는 '도미노 효과'를 우려하고 있다. 한 사업지에서의 계약 취소·수정이 타 사업에도 줄줄이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분석에서다.
HDC현대산업개발은 마산해양신도시 사업 외에도 잠실 스포츠·마이스(MICE) 개발사업, 광운대 역세권 사업, 청라의료복합타운 등 대규모 개발사업을 맡아 추진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조합도 눈치 싸움을 하는 상황으로 일부 조합원들이 불안해하니 시공사에 공문을 보내는 등으로 액션을 취하고 있지만 아직은 요구에 그치는 수준"이라며 "진짜 문제는 한 곳에서 계약 수정 등이 이뤄지는 경우부터 시작이다. 파급효과가 엄청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사고로 인한 비용 부담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추가 손실 발생은 최대한 막아야 한다"며 "브랜드나 시공 역량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확산한 결과여서 신규 수주 경쟁력 저하로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길어질 경우 수익성에도 문제가 생길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minju@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