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승범 금융위원장이 21일 "최근 일부 상장사들의 일탈행위는 오랜기간 쌓아온 회계 투명성에 대한 신뢰가 한순간에 무너질 수도 있음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남윤호 기자

[더팩트ㅣ박경현 기자] 고승범 금융위원장이 21일 "최근 일부 상장사들의 일탈행위는 오랜 기간 쌓아온 회계 투명성에 대한 신뢰가 한순간에 무너질 수도 있음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고 위원장은 국내 주요 회계법인 대표들과 영상으로 간담회를 진행한 자리에서 "회계개혁의 내실화를 위해 힘써야 한다"고 강조하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회의는 고 위원장과 회계업계의 첫 만남 자리로, 관심은 기업의 내부회계관리제도에 쏠렸다. 올해 연초부터 오스템임플란트를 비롯해 계양전기, 휴센텍 등 3개 사가 내부 횡령 문제로 시장 내 파장을 일으킨 까닭으로 분석된다.

고 위원장은 "최근 상장기업들의 일탈행위에 대해 회계감사가 철저했다면 이를 예방할 수 있었을 것이란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며 "회계감사가 회사의 모든 부정행위를 적발할 수 없는 한계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지만, 감사보고서가 시장에 공시되면 모두가 사용하는 공공재가 되는 만큼 회계법인에 대한 기대 수준이 높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회계 개혁의 최종 종착점은 높은 감사 품질과 회계투명성에 대한 시장 신뢰 확보"라며 "전문성과 윤리의식을 바탕으로 감사 품질을 높여달라"고 요청했다.

다만, 고 위원장은 회계개혁 추진 시 개혁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중소기업들의 어려움에 대해 언급하며 중소기업에겐 투명성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감사 부담을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금융위는 올해 일정 규모 이하 기업에 대해 내부회계관리제도 감사 면제를 추진할 계획이었다. 올초 금융위는 코넥스 시장 활성화 방안 발표 당시 "기업 회계·공시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일정 규모 이하 기업에 대해 내부회계관리제도 감사 면제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내부회계관리제도는 기업이 재무정보의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해 갖추는 내부통제 시스템 일체를 뜻한다.

고 위원장은 "원칙 중심의 회계기준과 감사기준이 전문 회계인력과 재원이 부족한 중소기업에 상당한 부담이 된다는 지적이 있다"며 "현행 회계기준과 감사기준 적용 과정에서 중소기업의 특성을 고려할 수 있는 방안을 관계기관과 심도 있게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금융위는 올해 회계산업의 네 가지 정책과제로 △회계법인의 감사품질 제고 독려 △기업과 감사인간 소통 활성화 △중소기업 감사부담 완화 △ESG 확산 선제적 대응을 강조했다.

고 위원장은 "감사품질관리 수준이 높은 회계법인이 더 많은 상장사를 감사할 수 있도록 감사인 지정제도를 보완하겠다"며 "감사인의 품질관리 역량을 감사인 점수에 반영하고, 품질관리체계가 우수한 회계법인을 감사인 군(群) 분류에서 우대하겠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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