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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근의 Biz이코노미] 베이징 동계올림픽 편파 판정, '삼송'할 일인가
입력: 2022.02.11 00:00 / 수정: 2022.02.12 10:32

민주당 안민석 의원 발언 논란…'기업이 밥상 다 차려야한다'는 발상부터 버려야

7일 오후 중국 베이징 캐피털 실내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000m 준준결승전에서 황대헌이 질주하고 있다. /베이징=뉴시스
7일 오후 중국 베이징 캐피털 실내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000m 준준결승전에서 황대헌이 질주하고 있다. /베이징=뉴시스

[더팩트 | 서재근 기자] 동·하계 통틀어 이렇게나 공분을 샀던 올림픽이 있었을까.

지난 7일 중국 베이징 캐피털 실내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남자 쇼트트랙 1000m 준결선에서 태극마크를 가슴에 단 황대헌(강원도청), 이준서(한국체대)가 나란히 실격됐을 때 중계 채널을 몇 번씩 돌리며 '허무맹랑'한 내용을 확인하고 또 확인했다. 각종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나 온라인 포털 게시판에 올라오는 수많은 게시물을 보니 스포츠계는 말할 것도 없거니와 정치권과 연예계까지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모두가 같은 이유로 분을 삭이지 못한 듯싶다.

그런데 지난 9일 한 여당 국회의원의 발언이 또다시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게 했다.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한국 선수들의 잇단 실격과 관련해 "예견된 일"이라며 그 원인으로 삼성을 꼽았다.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삼성의 스포츠 후원 부재가 최악의 편파판정을 야기했다고 콕 짚었다.

이틀 전 리모컨 버튼을 연신 누르며 황당한 결과를 확인하고 또 확인한 것처럼 안 의원의 황당한 발언을 다룬 기사를 보고 또 봤다. 누리꾼들은 물론 정계에서도 비난의 목소리가 빗발치자 안 의원은 같은 날 페이스북에 '삼성 탓을 한 것이 아니다'라며 해명섞인 글을 올렸지만, 이 글에서도 '삼성의 빙상스포츠 지원 중단'을 꼬집는 뉘앙스는 조금도 줄어들지 않았다.

스포츠외교 시스템이 전무한 대한민국이란 나라에서 그 역할을 오롯이 삼성이 했는데, 이제는 삼성이 손을 뗐으니 우리 선수들에 대한 중국의 불공정한 편파판정은 불 보듯 뻔한 일이라는 것이다. 180석을 차지한 거대 여당 소속 국회의원이 생각하는 기업의 역할이 결국엔 '로비스트'란 말인가. 몇 번을 다시 봐도 그 이상의 내용은 없었다. 더구나 기업의 스포츠 지원이 준 것은 현 정부의 스포츠를 적폐시하는 시각과도 연관이 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여당 의원이 할 말은 아닌 것 같다.

국내 대기업의 올림픽 후원이 한 국회의원의 '성의 없는' 설명과 사견으로 자칫 빛이 바랠까 우려스럽다. 여기서 한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계약을 통해 최상위 등급 공식 후원사 'TOP' 기업을 분야별로 한곳씩 선정, 마케팅 독점권을 부여한다. 삼성전자는 올림픽 무선·컴퓨팅 분야 공식 후원사로 국내 기업 가운데 유일하게 'TOP 13개 기업'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TOP 등급 후원사는 IOC에 4년 주기로 무려 약 1200억 원씩을 지원한다.

삼성전자는 올림픽 무선·컴퓨팅 분야 공식 후원사로 TOP 13개 기업 가운데 유일한 국내 기업이다. /더팩트 DB
삼성전자는 올림픽 무선·컴퓨팅 분야 공식 후원사로 'TOP 13개 기업' 가운데 유일한 국내 기업이다. /더팩트 DB

이번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삼성전자는 현지 선수촌 입촌 선수단 전원에게 플래그십 폴더블 스마트폰인 '갤럭시Z플립3 베이징올림픽 에디션'을 지급했다. 다만, 미·중 무역 분쟁 등 대내외 여러 여건을 고려해 예년과 비교해 관련 광고나 홍보를 일체 삼가는 '조용한 마케팅'에 나섰을 뿐이다.

나라를 대표해 메달을 따기 위해 땀 흘려 훈련하는 선수단, 여러 비인기 종목을 위해 든든한 후원자 역할을 하는 다수 기업의 심정을 조금이라도 헤아린다면 이 같은 궤변은 나올 수 없고, 나와서도 안 된다. 적어도 이 같은 전후 사정을 이해하고 있다면, 나랏일을 하는 국회의원 입에선 특정 기업의 탓이 아닌 올림픽정신과 스포츠맨십을 파괴한 채 선을 넘은 중국을 질타하는 쓴소리가 나와야 한다.

전 세계 탑 티어 수준의 기량을 뽐내는 국가대표 양궁선수단의 실력이 어디 현대자동차의 후원만으로 이뤄질 수 있겠는가. 쇼트트랙도 마찬가지다. 선수단의 피땀섞인 노력 아래 올림픽 후원사들의 지원이 힘을 보태 오늘날 세계 최강의 자리에 오른 것이다.

안 의원이 스포츠외교 시스템 부재를 운운하기 전에 우리 기업과 선수단이 글로벌 무대에서 제대로 된 평가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지 못한 정부의 무능함에 반성했다면 그나마 들어줄 만 했을 것이다. 문득 '호의가 계속되면 권리인 줄 안다'는 영화 속 대사가 떠오론다. 기업의 민간외교는 당연히 해야 하는 의무가 아니다.

앞서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해 IOC 위원자격으로 1년 반 동안 11차례, 170일간의 해외 출장 일정을 소화한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과 총 50만9000km, 지구 13바퀴를 돈 것과 같은 거리를 이동하며 유치전에 나선 고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열정도 국격을 높이고자 하는 스스로 다짐이 가장 큰 원동력이 아니었겠는가.

기업의 경제력과 경쟁력, 스포츠에 대한 국민들의 팬심과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을 정치적 도구로 삼지 않아야 한다. 정치권도 정부와 손잡고 우수한 기업들과 능력을 갖춘 기업인, 스포츠 선수들이 마음껏 기량을 뽐낼 수 있도록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해주길 바란다. 쇼트트랙의 '편파 판정'이 '삼송(삼성이어서 죄송합니다의 준말)'할 일은 아니다.

likehyo85@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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