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재건축 조합, 입찰 참여 '보이콧' 논의도
HDC현대산업개발이 안양시 관양 현대아파트 재건축 수주를 따냈지만 '아이파크 보이콧' 움직임은 여전한 분위기다. /남용희 기자 |
[더팩트|이민주 기자] 광주 아파트 붕괴 사고로 곤욕을 치르고 있는 HDC현대산업개발이 안양시 관양 현대아파트 재건축 수주를 가까스로 따내며 급한불을 끄는데 성공했다.
일각에서 재기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여전히 곳곳에서 '아이파크 보이콧'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어 안심하기에 이르다는 분석에 무게가 쏠린다.
8일 업계에 따르면 HDC현대산업개발은 지난 5일 열린 경기도 안양시 평촌동 관양 현대아파트(관양 현대) 재건축조합 시공사 선정 총회에서 시공사로 최종 선정됐다.
관양 현대 재건축 사업은 안양시 동안구 관양동 일대 6만2557㎡ 부지에 지하 3층~지상 32층, 공동주택 15개 동, 1305가구와 부대복리시설을 짓는 사업이다. 공사비는 4174억 원이다.
관양 현대는 광주 붕괴 사고 이전까지 HDC현대산업개발이 공을 들이던 사업지로 수주전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고 있었다. 지난달 사고로 경쟁사 롯데건설에 유리한 흐름이 형성되는 듯 했지만 결국 HDC현대산업개발이 수주를 따내는 데 성공했다.
성공 비결로는 HDC현대산업개발이 조합 측에 제시한 파격적인 공약을 꼽는다. HDC현대산업개발은 관양 현대 재건축 조합에 △사업추진비 세대당 7000만 원 △안양 시세 평당 4800만 원 기준 일반분양가 100% 반영 △SPC 2조 원 등의 공약을 제시했다.
HDC현대산업개발이 우려를 뚫고 도시정비사업 수주 마수걸이에 성공했지만 업계에서는 '아이파크' 브랜드 이미지 추락을 막기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광주 아파트 붕괴' 사고로 곳곳에서 아이파크 보이콧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31일 광주 서구 화정동 아이파크 아파트 붕괴사고 현장 모습. /이동률 기자 |
지난달 '광주 아파트 붕괴' 사고를 계기로 시작된 '아이파크 보이콧' 움직임은 곳곳으로 확산하고 있다. 아이파크 브랜드는 지난 2001년 HDC현대산업개발이 론칭한 주택 브랜드다. 광주 사고의 책임을 지고 물러난 정몽규 HDC그룹 회장은 국내 최고 아파트 브랜드였던 '현대'를 아이파크로 바꾼 장본인이다.
사고 발생 직후 일부 아파트 단지를 중심으로 단지명에서 '아이파크'를 빼자는 주장이 나온 것을 시작으로 재개발·재건축 조합을 중심으로 시공사를 교체하려는 움직임도 여전하다.
최근 서울 강남구 개포1단지 주공아파트 재건축 조합원들은 아파트 새 이름인 '디에이치 퍼스티어 아이파크'에서 아이파크를 제외하자는 의견을 내고 내부적으로 논의 중이다.
앞서 광주 운암 3단지 재건축정비조합은 시공사인 HDC현대산업개발과의 계약을 해지하기 위해 법률 자문에 나섰다. 조합은 지난달 12일 시공사를 비롯한 컨소시엄 주체들을 불러 "시공 계약 해지를 검토하겠다"고 통보했다.
HDC현대산업개발이 시공 중이거나 예정인 서울 노원구 상계1구역 재개발, 서울 강북구 미아동 미아4구역 재건축, 서울 관악 신림동 미성아파트 재건축 조합 등에서도 HDC현대산업개발의 후속 조치를 주시하고 있다.
이 가운데 입찰을 앞 둔 서울 지역의 재건축·개발 지역은 HDC현대산업개발의 입찰 참여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 현재 서울 강남구 개포주공6·7단지, 강동구 둔촌주공, 관악구 봉천제14구역이 재개발 정비사업조합을 설립하고 관련 사업을 추진 중이다.
노량진3구역 재개발조합은 HDC현대산업개발을 시공사 배제하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 조합은 HDC현대산업개발의 참여를 제외하기 위해 조합원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앞서 개최된 노량진3구역 2차 현장 설명회에 참여했다.
HDC현대산업개발이 시공 중인 아이파크 아파트 붕괴 사고가 발생하면서 일각에서는 영업정지, 건설업등록 말소 등의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남용희 기자 |
광주 붕괴 사고와 관련해 영업정지 등 처분이 내려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만큼 처분을 앞두고 수주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HDC현대산업개발의 어깨가 무겁다.
서울시는 지난달 '광주 학동 붕괴 참사' 관련 HDC현대산업개발에 대한 징계 절차에 착수했다. 광주 동구청이 건설산업기본법 위반을 근거로 HDC현대산업개발에 대해 최장 8개월 영업정지를 내려달라고 요청했고, 시는 지난달 12일 HDC현대산업개발에 행정처분 일정을 통지하고 의견 제출을 요청했다.
현행 건설산업기본법(건산법)에 따르면 국토교통부 장관은 고의나 과실로 건설공사를 부실하게 시공해 시설물의 구조상 주요 부분에 중대한 손괴를 일으켜 공중의 위험을 발생하게 한 경우 건설사업자의 건설업 등록을 말소할 수 있다.
국토교통부(국토부)도 지난달 HDC현대산업개발에 대한 가장 강력한 수준의 페널티(제재)를 내리겠다고 밝혔다.
특히 부실 공사로 공사 참여자가 5명 이상 사망한 경우엔 영업정지 1년을 내릴 수 있다. 영업정지 기간에는 공공사업 수주와 민간 공사의 신규 수주 등 모든 영업 활동이 금지된다.
업계 관계자는 "HDC현대산업개발이 관양 현대 재건축 수주에 성공하며 한숨을 돌렸지만 문제는 지금부터다"며 "이번 관양 현대는 HDC현대산업개발이 오랜 시간 공을 들여온 사업지고 조건이 파격적이어서 (수주가) 가능했던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붕괴 사고가 일어난 광주 화정 아이파크와 관련해 아직까지 사고 수습이 이뤄지지 않고 있고 입주자들에 대한 보상이나 재건립에 대한 부분도 결정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사고 악재에 더해 영업정지 등의 리스크를 가진 곳을 시공사로 선정하길 꺼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minju@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