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비, 공간 활용성 탁월…3000만 원 훌쩍 넘는 가격 아쉬워
기아가 지난 25일 친환경 SUV '니로'의 2세대 모델을 출시, 친환경차 시장 선점에 나섰다. 사진은 지난 27일 서울 광진구 비스타 워커힐 서울에서 열린 신형 니로 미디어 시승회에 전시된 신형 니로의 모습. /서재근 기자 |
[더팩트 | 서재근 기자] 기아 브랜드의 대표적인 친환경 차 '니로'가 6년 만에 2세대 모델로 새롭게 태어났다.
정식 출시(25일) 일주일도 채 안 된 상황에서 흥행을 섣불리 예단할 순 없지만, 지난 18일 사전계약 첫날 1만6300대의 계약 대수를 기록했다고 하니 출발은 매우 순조로워 보인다. 신형 니로가 세운 기록은 기아 중형 SUV '쏘렌토' 4세대 모델의 1만8941대에 이어 기아 SUV 모델 가운데 역대 두 번째 기록이다.
첫 단추를 제대로 낀 신형 니로가 하루가 다르게 경쟁이 치열해지는 친환경차 시장에서 초반 흥행 분위기를 꾸준히 이어갈 수 있을까.
지난 27일 서울 광진구 비스타 워커힐 서울에서 열린 신형 니로의 미디어 시승회에서 마주한 신형 니로는 여느 신차와 마찬가지로 내·외관 디자인부터, 각종 안전·편의 사양까지 기존 모델 대비 꽤 많은 부분에서 변화가 눈에 띄었다.
신형 니로는 1세대 모델과 비교해 디자인 변화가 뚜렷했다. 사진은 신형 니로 최상위 트림 시그니처 모델의 측면, 측후면, 전면 모습. /서재근 기자 |
특히, 디자인의 경우 '파격적'이라고 표현할 만큼 변화 폭이 컸다. '니로'라는 차량의 이름을 빼면, 사실상 1세대 모델과 공통점을 찾을 수 없다. 전면부는 앞서 출시된 준중형 스포츠유티릴티차량(SUV) 신형 스포티지의 첫인상과 꽤 닮았다.
'후드에서 펜더까지 확장한 브랜드 시그니처 타이커 페이스', '심장박동을 형상화한 주간주행등과 후면 반사판' 등 매번 회사 측의 친절한(?) 설명은 이번에도 쉽게 와닿지 않았지만, 전작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날렵하면서도 현대적인 느낌이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C필러(2열 창문과 차량 뒷 창문 사이 기둥) 디자인이다. 기아가 이번 신차에서 가장 강조한 디자인 요소였지만, 보는 시각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것 같다.
신형 니로의 C필러는 부메랑 모양의 LED 리어 램프와 통합된 디자인을 채택했는데, 최상위 시그니처 트림에 한해 옵션(엣지 팩)에 따라 C필러 색상을 외장과 다르게 선택할 수 있다. 자칫 단조롭게 느껴질 수 있는 디자인에 차별적인 요소를 더한 것인데, 그 두께가 상당하다. 기존에 없었던 형태에서 오는 이질감이 생각보다 크게 느껴졌다.
신형 니로는 최상위 시그니처 트림에 한해 엣지 팩 옵션(오른쪽)을 선택하면, C필러 색상을 외장과 다르게 할 수 있다. /서재근 기자 |
한가지 특징은 새롭게 채택한 C필러의 경우 안쪽으로 공기가 지나갈 수 있도록 구멍을 만들어 놓았다. 디자인 차별성을 강조하면서도 공기저항을 최소화해 연비 손실을 줄이기 위한 선택이라는 게 기아 측의 설명이다. 물론 자동차 디자인의 경우 보는 사람의 성향에 따라 평가가 다를 수밖에 없는 만큼 차량 구매를 고려하고 있다면 옵션 선택 유무의 차이를 직접 눈으로 확인할 것을 추천한다.
파격적인 외관과 비교하면 실내는 무난하다. 계기판에서 내비게이션까지 일자로 이어진 10.25인치에 달하는 파노라마 디스플레이와 센터패시아 중앙부의 터치형 조작버튼, 최근 기아 신차에 적용되고 있는 전자식 변속 다이얼(SBW) 등이 하이테크한 이미지를 잘 살린다.
전작보다 개선된 공간 활용성도 눈여겨 볼만하다. 신형 니로의 휠베이스(축간거리)는 2720mm로 전작 대비 20mm 늘었다. 그만큼 2열 공간이 넓어졌다. 1세대 모델에서도 부족함을 느낄 정도는 아니었지만, 신장 180cm인 성인 남성이 앉았을 때에도 충분할 만큼의 무릎공간이 확보됐다.
신형 니로의 실내는 10.25인치 파노라마 디스플레이와 센터패시아 중앙부의 터치형 조작버튼, 전자식 변속 다이얼(SBW) 등으로 하이테크한 이미지를 살렸다. /서재근 기자 |
무엇보다 2세대로 넘어오면서 만족스러운 점은 한층 개선된 트렁크 공간의 활용도다. 트렁크 적재 용량은 수치상으로 기존보다 15ℓ 확대된 451ℓ다. 다양한 짐을 실을 수 있는 물리적 공간이 늘어난 것 외에도 신형 니로는 트렁크 바닥의 높이를 일원화해 2열 시트를 접을 경우 완전히 평평한 구성을 가능하도록 했다.
차박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매우 반가운 요소가 될 것 같다. 물론, 니로의 태생적 크기를 고려한다면, 여성들이나 아이들한테 적합해 보인다. 가족이나 친구끼리 텐트를 챙겨 떠나는 캠핑이라면, '또 하나의 텐트'로서 역할을 하기엔 충분하다.
연비 부분을 살펴보면, 역시나 기아에서 가장 특장점으로 꼽았던 이유가 있다. 기아에 따르면 신형 니로는 국내 SUV 가운데 가장 높은 ℓ당 20.8km(16인치 타이어, 빌트인 캠 미적용 기준)의 복합연비를 달성했다.
신형 니로에는 계기판에서 내비게이션까지 일자로 이어진 10.25인치에 달하는 파노라마 디스플레이가 적용됐다. /서재근 기자 |
이날 그랜드 워커힐에서 경기도 가평군의 한 카페를 돌아오는 왕복 약 130km 구간을 주행했을 때 클러스터에 표시된 연비는 21.5km/ℓ였다. 편도 65km를 연비에 신경을 써 운전했을 때는 22.4km/ℓ라는 숫자가 왠지 모를 뿌듯함을 선사했다.
여기서 한가지. 참고로 신형 니로에는 학교나 어린이 보호구역을 비롯해 사용자가 지정한 장소 등 대기환경 개선이 필요한 그린존 주변도로에 진입했을 때 전기 모드 주행을 확대하는 '그린존 드라이브 모드' 2세대가 최초로 적용됐다고 한다. 실제 이날 학교 앞 시속 50km 제한도로에 진입하자 내비게이션에서 '속도를 줄여달라'는 음성 메시지와 함께 클러스터에 표시된 주행모드가 'ECO'에서 'GREEN'으로 변경되면서 전기모터만으로 주행했다.
단 하루 시승을 통해 해당 기능의 순기능을 체감하기란 한계가 있었지만, 친환경 기술을 확대 적용하려는 시도 자체만으로도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달리기 성능은 도심주행에서 모자람 없는 무난한 수준이다.
신형 니로는 트렁크 바닥의 높이를 일원화해 2열 시트를 접을 경우 완전히 평평한 구성이 가능하다. /서재근 기자 |
마지막으로 차량의 가격을 살펴보자면, 엔트리 트림인 '트렌디'가 2660만 원(이하 친환경차 세제혜택 및 개소세 3.5% 반영 기준), '프레스티지' 2895만 원, '시그니처'가 3306만 원이다.
물론 이는 옵션을 더하지 않은 트림별 기본 가격이다. 회사에서 자랑한 각종 하이테크 편의사양을 하나둘씩 더하면 가격표 숫자는 빠르게 올라간다.
실제로 신형 니로의 시그니처 트림의 경우 스마트커넥트(90만 원), 하만/카돈 사운드(60만 원), 하이테크(80만 원), 헤드업디스플레이(HUD)팩(65만 원), 컴포트(70만 원), 선루프+LED실내등(45만 원), 엣지 팩(20만 원) 등 오션을 모두 더하면 몸값이 3736만 원까지 올라간다.
준중형급인 신형 스포티지 1.6 터보 하이브리드의 트림별 판매가격은 '프레스티지' 3109만 원, '노블레스' 3269만 원, '시그니처' 3593만 원이다. 옵션에 대한 욕심을 덜어내고 차급을 한 단계 더 높여보면, 연식 변경을 앞둔 중형 SUV 쏘렌토 하이브리드 '프레스티지' 트림(3534만 원)까지 구매 후보 명단에 넣을 수 있다.
1세대와 비교해 환골탈태 수준의 생김새 변화, 국내 최고 수준의 연비, 개선된 공간 활용성 등 여러 요인을 고려했을 때 어느 정도의 가격 인상은 예상했던 바다. 판단은 소비자들의 몫이겠지만, 3000만 원 후반에 달하는 최상위 트림 풀옵션 가격을 보고 있자니 개운치 않은 뒷맛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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