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부문'매출 하락…다이궁 수수료 인상으로 마진 감소
업계에 따르면 LG생활건강은 오는 27일 지난해 4분기 및 연간 실적을 발표할 예정인 가운데, 작년 4분기 실적은 전년 동기 대비 악화됐을 것으로 전망된다. /더팩트 DB |
[더팩트│최수진 기자] LG생활건강이 지난해 4분기 실적 발표를 앞둔 가운데 실적이 악화됐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2005년 1분기 이후 한 개 분기를 제외하고 66분기 영업이익 증가세를 이어왔지만 최근 면세 채널의 악화된 상황이 브랜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고, 4분기 뷰티부문의 면세 매출 하락세로 이어진 것으로 관측된다.
◆ LG생건, 12월 면세 매출 아예 없나…면세 타격은 '경쟁 심화' 탓
24일 업계에 따르면 LG생활건강은 오는 27일 지난해 4분기 및 연간 실적을 발표할 예정인 가운데, 지난해 4분기 실적은 전년 동기 대비 악화됐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면세 채널에서의 매출에서 타격이 생긴 데 따른 변화다. 실제 LG생활건강은 지난 17일 공시를 통해 "면세점 채널에 한해 가격 정책에 따라 12월 면세점 매출이 일시적으로 거의 일어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LG생활건강의 지난해 4분기 예상 매출은 약 2조 원 수준이다. LG생활건강 매출의 절반가량은 뷰티부문에서 발생하는 만큼 이번에도 뷰티 매출을 1조 원 안팎으로 전망된다.
통상 뷰티부문의 매출 가운데 40% 비중은 면세 채널에서 나온다. 분기당 면세채널을 통한 뷰티부문 매출은 약 4000억 원이며, 월별 매출은 1000억 원대라는 의미다. 만약 면세 채널에서 12월 매출이 발생하지 않았을 경우 전체 매출의 1000억 원이 사라지는 셈이다.
박은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LG생활건강의 4분기 실적은 컨센서스 이익을 11% 하회할 것"이라며 "전분기 대비 면세 매출 감소가 확대됨에 따라 화장품 부문의 이익 하향이 불가피하다. 면세 매출 감소는 중국 이커머스 경쟁 심화로 인한 다이궁(중국 보따리상) 마진 하락의 결과"라고 분석했다.
업계에서는 면세시장의 경쟁 심화로 인해 조정된 수수료 정책이 매출에 영향을 미쳤다는 의견이 나온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발 이후 면세시장이 크게 축소됐고, 이로 인해 시내면세점의 다이궁 의존도가 높아졌다.
이에 다이궁에게 지급하는 수수료가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했을 때 크게 높아졌고, 결국 면세점에서는 판매를 통한 수익을 낼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한 게 아니냐는 시각이다. 업계에 따르면 다이궁에게 지급하는 알선 수수료는 30~35% 수준이다. 면세 입점 브랜드인 LG생활건강도 높아진 다이궁 수수료로 마진을 남길 수 없는 상황에 처했고, 이로 인해 매출 타격이 생겼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면세시장의 경쟁 심화로 인해 조정된 수수료 정책이 LG생활건강의 뷰티부문 매출에 영향을 미쳤다는 의견이 나온다. 사진은 과거 서울 시내 면세점 모습. /더팩트 DB |
◆ 엎친 데 덮친 격…'불성실공시법인' 낙인까지 찍힐까
그간 LG생활건강은 코로나19 델타 변이의 확산과 글로벌 공급망 쇼크, 주요 원자재 가격 인상 등 여러 악재로 인해 경영환경이 악화된 상황에서도 실적 방어에 성공하며 증권 시장에서는 '황제주(주당 100만 원 이상)'라는 별칭까지 얻었다.
LG생활건강의 영업이익은 2005년 1분기 이후 한 개 분기를 제외하고 지난해 3분기까지 전년 동기 대비 66분기 증가했다. 그러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약 10% 떨어진 2300억 원대로 관측된다. 이에 따라 LG생활건강의 영업이익 개선세도 지난해 4분기 실적 악화로 중단된다.
올해 전망도 부정적이다. 박은정 연구원은 "중국 이커머스 시장의 경쟁이 심화됨에 따라 우리나라 화장품 기업에 잠재된 이슈 중 하나는 다이공 마진 축소에 따른 면세 매출 위축"이라며 "이번 LG생활건강의 면세 부진은 이에 따른 영향으로 보여지며, 특히 광군절이 있는 4분기에 영향이 가장 컸을 것이다. 브랜드 후에 대한 중국 소비자의 강한 수요가 존재함에 따라 4분기의 면세 매출 공백은 일부 올해 1분기로 이연 될것으로 판단하나, 향후 면세 마진 및 매출은 부침이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LG생활건강이 처한 위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지난해 4분기 매출 하락 가능성을 일부 증권사에 예고했다는 의혹이 발생하며 이에 대한 문제가 제기됐기 때문이다.
LG생활건강 측은 "지난해 4분기 전체 실적(매출, 영업이익)에 대한 가이드 제공은 없었다"면서도 "다만, 면세점 채널에 한해 12월 매출이 일시적으로 거의 일어나지 않았음을 LG생활건강을 담당하는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에게 전달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는 사실 여부를 확인한 뒤 LG생활건강에 대해 공시불이행으로 불성실공시법인 지정을 예고했다. 유가증권시장 공시규정 제33조에 근거한 것으로, LG생활건강은 이에 대해 오는 26일까지 이의를 신청할 수 있다. 유가증권시장상장공시위원회 심의를 거쳐 불성실공시법인지정 여부, 부과벌점 및 공시위반제재금의 부과 여부가 결정될 예정이다.
jinny0618@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