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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구원투수' 등판…남궁훈 대표에 던져진 과제
입력: 2022.01.23 00:00 / 수정: 2022.01.23 00:00

남궁훈 신임 단독 대표로 내정…신뢰회복·신시장개척

카카오가 7년 만에 단독대표 체제를 꺼내들면서 떨어진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사진은 남궁훈 카카오 신임 대표 내정자 /카카오 제공
카카오가 7년 만에 단독대표 체제를 꺼내들면서 떨어진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사진은 남궁훈 카카오 신임 대표 내정자 /카카오 제공

[더팩트|한예주 기자] 카카오를 구할 구원투수로 남궁훈 카카오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이 낙점됐다. 모럴 헤저드(도덕적 해이) 논란과 함께 기업의 사회적 책임 의식 부재라는 뼈아픈 이미지 실추를 겪은 만큼, 이를 타개하기 위한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남궁훈 신임 대표가 해결할 과제는 두 가지다. 급격히 떨어진 시장의 신뢰를 끌어올리는 것과 기술 혁신을 통한 신성장동력을 찾는 일이다.

◆ 7년 만에 단독대표 체제 전환…신뢰회복 최우선

23일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는 지난 20일 열린 이사후보추천위원회에서 남궁훈 단독대표 내정자를 보고했다. 남궁 내정자는 3월로 예정된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거쳐 공식 대표로 선임될 예정이다.

이로써 카카오는 현 여민수·조수용 공동대표 체제에서 남궁훈 단독대표로 전환된다. 여민수 대표는 최근 카카오페이 '먹튀 논란' 등 사회의 강도 높은 지적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며 대표이사 자리에서 물러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조수용 대표는 이미 지난해 사임 의사를 밝혀, 오는 3월까지만 대표직을 맡을 예정이었다. 지난 2015년 임지훈 전 대표 이후 7년 만에 단독대표 체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카카오는 단독대표 체제에서 '성장', 공동대표 체제에서 '안정'의 기조를 나타냈는데 향후 대대적인 사업 개편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김범수 의장은 카카오 경영진 전면 교체 카드로 위기를 돌파하겠다는 강수를 둔 것으로 보인다. 남궁 내정자는 삼성SDS 재직 당시 김 의장을 선배로 만나, 게임 포털 한게임을 함께 설립할 정도로 오랜 기간 상호 신뢰를 쌓아온 인물이다. 사실상 최측근이다.

김범수 의장은 사내 게시판에 올린 글을 통해 "카카오가 오랫동안 쌓아 온 사회의 신뢰를 많이 잃고 있는 것에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며 회복해 나갈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일지 고민을 거듭해 봤다"면서 "사회가 우리에게 기대하던 미래지향적 혁신과 지금의 카카오 규모에 요구되는 시스템 구현 두 가지가 다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미래 비전과 포용적 성장을 고민하는 ESG 경영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남궁 내정자는 가장 먼저 카카오그룹의 작동 방식부터 쇄신할 전망이다. 골목상권 침해 등 지난해 시작된 카카오의 각종 논란이 계열사의 독립적인 운영 방식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아서다.

실제 카카오모빌리티의 스마트호출(택시 호출) 비용 인상,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 간 상장 추진 경쟁, 카카오페이 임원의 주식 대량 매도 등은 본사인 카카오와 상의 없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신속하고 독립적으로 움직이는 스타트업 방식 의사 결정이 오히려 문제로 작용했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카카오는 기존 대기업과 다르게 스타트업처럼 틀에 얽매이지 않는 의사 결정 구조로 사업을 추진한다는 점을 핵심 경영 가치로 지켜왔다"며 "하지만 지난해 카카오가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3위에 오르는 등 대기업 수준으로 성장하자 스타트업식 경영 문화가 오히려 발목을 잡았다"고 설명했다.

주주 가치 제고와 사용자의 신뢰를 회복하는 데도 중점을 둘 것으로 보인다. 남궁 내정자는 "사회가 카카오에 기대하는 역할에 부응하고 신뢰를 회복할 수 있도록 큰 책임감을 가지고 ESG 경영에 전념할 것"이라며 "메타버스 등 미래 기술 중심으로 사업을 재편, 글로벌로 카카오의 무대를 확장하고 기술 기업 위치를 공고히 하겠다"고 강조했다.

남궁훈 내정자는 메타버스 중심으로 카카오를 대대적으로 개편할 예정이다. /더팩트 DB
남궁훈 내정자는 메타버스 중심으로 카카오를 대대적으로 개편할 예정이다. /더팩트 DB

◆ "신성장동력 찾자"…메타버스 사업 속도

남궁 내정자는 새로운 땅을 개척하는 관점에서 모든 사업전략도 새롭게 구상할 방침이다. 이와 관련해 가장 사회적 요구에 가깝고, 현재 카카오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도전으로 메타버스를 지목했다.

무엇보다 남궁 내정자는 카카오가 '국내용' 기업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나 3차원(3D) 가상세계인 메타버스 시대의 글로벌 신사업을 추진할 적임자로 평가된다. 남궁 내정자는 NHN, 위메이드 등을 거치면서 이미 국내에선 검증된 온라인 게임전문가로 통한다. 메타버스는 사회·경제·문화 활동이 이뤄지는 3D 가상세계로, 게임의 경우 메타버스를 구현하는 데 선두에 선 산업으로 지목된다.

그가 대표를 맡고 있던 카카오 미래이니셔티브센터도 카카오그룹 내부에서 인공지능(AI)과 블록체인, 메타버스 등 회사의 미래 성장동력을 찾는 조직이었다.

남궁 내정자는 "새로운 가상의 땅을 카카오톡이라는 지인 기반의 텍스트로 강력하게 구성했지만 이는 국내로 한정되고 있다는 점에서 한계를 가지고 있다"며 "이러한 한계로 더 큰 사회의 요구에 충분히 부응하지 못하는 본질적 문제를 품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미래센터를 운영하며 카카오 공동체에는 디지털 세상의 3단계 형태소를 다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깨달았다"며 "흔히들 메타버스 세상을 3D로만 보지만 저는 디지털 컨텐츠의 모든 형태소를 전반적으로 바라보는 게 올바른 접근"이라고 덧붙였다. 3단계 형태소는 1단계 텍스트(카카오톡), 2단계 소리(멜론)와 이미지(카카오페이지), 3단계 멀티미디어(게임)다.

이에 남궁 내정자는 '메타포밍' 시대를 열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국민 요구와 카카오 창업자 정신을 모두 지키기 위해 메타버스 중심으로 기업을 개편해 새 땅을 개척할 예정이다.

남궁 내정자는 "우리 카카오가 10살이 조금 넘었다"며 "너무 갑작스럽게 성장해 외형에 비해 튼튼한 내실을 갖추지 못한 것 같다"는 소회를 전했다.

이어 "어려운 시기에 중책을 맡아 어깨가 무겁지만 메타버스를 통해 새로운 땅을 발견하는데 집중하겠다"며 "세계 시장으로 확장하고, 국민께 사랑받으며 성장하는 카카오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hyj@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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