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정학 리스크 증가에 따른 공급차질 가능성과 수요증가 전망이 맛물리면서 국제유가가 연일 7년여 사이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미국 헤스코퍼레이션이 운영하는 노스다코타주 펌프잭이 움직이고 있다./헤스코퍼레이션 |
[더팩트 ㅣ박희준 기자]국제유가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임박설, 예멘 반군의 아랍에미리트연합(UAE) 공격에 이어 이라크에서 터키로 가는 송유관 화재, 국제에너지기구(IEA)의 원유수요 전망 상향 등이 겹치면서 7년여 만 최고치를 또 갈아치웠다. 국제 원유 거래의 기준이 되는 북해산 브렌트유는 배럴당 90달러 목전까지 치솟았다.
상품투자를 하는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가 최근 내놓은 국제유가가 올해 100달러, 내년 105달러까지 갈 것이라는 전망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점점 더 커지고 있는 형국이다
미국 금융시장 전문 매체 마켓워치 등에 따르면, 19일(현지시각) 원유선물 시장인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미국산 원유의 기준유인 서부텍사스산원유(WTI) 2월 인도분은 전날에 비해 1.8%(1.53달러) 상승한 배럴당 86.96달러에 래를 마쳤다.이는 지난 2014년 10월 8일 이후 7년여 만에 최고치다. 장중에는 배럴당 87.92달러에 거래되기도 했다.
영국 런던ICE선물거래소에서 브렌트유 3 인도분은 1.1%(0.93달러) 오른 배럴당 88.44달러에 거래됐다. 브렌트유는 장중 89.17달러까지 치솟아 배럴당 90달러 돌파를 가시권에 넣었다.
두 유종 모두 근월물 기준으로 이날 2014년 10월 이 최고치를 기록했다.
마켓워치는 국제유가는 이라크와 터키를 잇는 송유관 화재에 따른 공급 부족 우려와 국제에너지기구(IEA)의 올해 원유 수요 증가 전망치 상향 조정으로 국제유가가 7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지 하루 만에 다시 최고치를 갈아치웠다고 분석했다.
하루 전 이라크 키르쿠크에서 터키 세이한까지 이어지는 송유관 근처에서 발생한 폭발사고로 원유운송이 일시 중단됐다가 재개됐지만 유가에 상승 탄력을 부여했다. 이 송유관은 하루 평균 45만 배럴의 원유 운송능력을 갖고 있다. 터키 세이한 항구로 운송된 원유는 유럽으로 수출된다.
앞서 예멘 반군이 산유국인 아랍에미리트(UAE) 석유 시설을 공격하면서 중동의 지정학 위험이 부각되면서 유가는 상승하고 있다. 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간 군사 긴장 고조도 지정학 리스크를 키우고 유가상승에 동력을 제공하고 있다.
독일 투자은행 코메르츠방크의 카르스텐 프리치(Carsten Fritsch) 분석가는 이날 낸 노트에서 "최근 몇 주간 유가의 패턴이 반복되고 있다"면서 "다시 말해 일시 공급중단 뉴스가 가격을 크게 올리지만 문제가 해결돼도 가격은 이전 수준으로 떨어지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엑티브트레이즈의 리카르도 에반젤리스타(Ricardo Evangelista) 선임 분석가도 보고서에서 "이번 주 초 예멘 후티반군의 UAE내 로켓 공격 후 지정학 불안정성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공격 가능성에 대한 점점 커지는 경계심과과 함께 유가 상승을 초래했다"고 설명했다.
세계 원유 수요가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이전 수준으로 돌아갈 것이라는 IEA의 전망도 유가를 끌어 올렸다고 마켓워치는 전했다. IEA는 2022년 석유 수요 증가 전망치를 기존 전망치보다 20만 배럴 많은 하루 330만 배럴로 상향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18일 펴낸 월간보고서에서 올해 원유수요 증가 전망치를 기존 전망과 같은 하루 420만 배럴로 유지한 것과 달리 석유수요가 더 늘어날 것으로 내다본 것이다. OPEC은 전 세계 원유소비량이 하루평균 1억80만 배럴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내 원유재고량 감소 가능성도 유가상승에 힘을 보탰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의 원유재고량 통계는 마틴 루터 킹 휴일로 휴장함에 따라 20일 발표되는데 전문가들은 14일로 끝난 한 주간 미국 원유재고량이 70만 배럴 감소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재고감소는 곧 재고확충을 위한 원유수요 증가를 예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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