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와 카카오가 뉴스 서비스를 개판하면서 본격적으로 구독경제 시장에 뛰어든다. /더팩트 DB |
네이버·카카오, 올해 뉴스 전면 개편…'정치 편향성'도 지우기
[더팩트|한예주 기자] 네이버와 카카오가 뉴스 서비스를 구독 방식으로 전면 개편한다. 포털 인공지능(AI)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주요 뉴스를 추천해 보여주는 방식에 대해 편향 논란이 지속되자 이용자들의 선택권과 언론사의 편집권을 강화한 구독형으로 개편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양대 포털의 체질 개선 작업의 배경을 두고 일각에서는 연간 40조 원 규모로 추정되는 구독경제 시장의 파이를 차지하기 위한 본격적인 경쟁에 돌입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6일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는 지난달부터 PC 뉴스 홈 영역을 모바일과 동일하게 구독제로 개편했다. 이용자가 네이버 뉴스 첫 화면에 노출될 언론사들을 직접 고르는 형태로, 언론사들은 직접 선정한 6개의 뉴스를 실시간으로 편집해 배치한다. 이용자는 기자도 선택해 구독할 수 있다.
네이버 뉴스 구독형 모델은 콘텐츠 제휴(CP) 언론사 59곳이 대상으로, 뉴스스탠드나 검색제휴 업체는 대상이 아니다. 또한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세부 카테고리에 대한 알고리즘 기사 추천은 유지된다.
카카오 역시 이번 달부터 알고리즘 추천과 랭킹(순위) 방식을 없애고 카카오톡 앱 하단 메뉴인 '뷰'에 뉴스를 편입시킨다. 과거 '샵(#)'을 확대 개편한 뷰는 뉴스는 물론 인플루언서 등 개인 창작자의 채널(보드)을 이용자가 선택(큐레이션)해 구독할 수 있는 새로운 콘텐츠 플랫폼이다.
또한 포털 안에서만 기사를 보는 '인링크' 방식이 아닌 해당 언론사 홈페이지로 연결되는 '아웃링크' 방식이 적용된다. 올해 상반기 다음 포털에서도 같은 방식을 적용할 예정이다.
이로써 올해부터는 포털이 AI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주요 뉴스를 선정해 보여주던 방식이 사라지게 될 전망이다. 포털의 알고리즘을 두고 정치권에서 제기된 편향성 논란을 떨쳐내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올해 대선을 앞두고 정치적 논란에 휘말리지 않기 위한 선제적인 조치라는 분석도 제기됐다.
네이버와 카카오 등 포털 사이트는 뉴스를 직접 생산하는 언론사는 아니지만, 국내 언론 환경에서 대부분의 기사가 포털을 통해 유통되는 만큼 사회적인 영향력은 매우 큰 상황이다. 2020년 한국언론진흥재단 연구에 따르면 네이버는 '가장 영향력 있다고 생각하는 언론사·매체사' 항목에서 KBS(26.1%)에 이어 2위(12.8%) 자리에 오른 바 있다.
특히, 지난해 9월 윤영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의 연설 보도가 다음의 메인 뉴스로 선정된 데 대해 '카카오에 강력히 항의해 달라', '카카오 (관계자) 들어오라고 하세요'라는 문자를 보내며 정치권의 입맛에 따라 포털 뉴스 표출이 조작이 가능하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네이버와 카카오의 이번 결정이 올해 대선을 앞두고 정치적 논란에 휘말리지 않기 위한 선제적인 조치라는 분석도 제기됐다. 사진은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왼쪽)와 김범수 카카오 의장. /남윤호 기자 |
이와 함께 수익 구조가 좋지 않은 기존 수익 모델에서 탈피해 구독 모델을 정착하려는 움직임의 일환으로 분석된다.
실제 기존 네이버는 포털에 언론사 기사를 싣는 대가로 전재료를 지급해왔다. 2020년 4월 이를 뉴스 광고 수익 전액 지급 모델로 전환하며 언론사와 광고 수익을 공유했다.
이에 네이버는 지난해 5월 '프리미엄 콘텐츠' 구독 플랫폼을 열고 유료화 모델을 구축하며 수익모델 변화를 도모했다. 네이버는 창작자의 유료 콘텐츠 판매를 위해 기술과 데이터를 지원하고 결제액의 10%를 떼가는 구조다.
카카오는 좀 더 과감한 방식을 꺼내들었다. 카카오 뷰는 에디터에게 보드를 받아보는 이용자 수나 보드 노출 수 등에 따라 My뷰 공간의 광고 수익을 배분하는 수익모델을 적용했다. 향후 이용자의 후원이나 유료 콘텐츠 발행 등 수익 모델을 추가할 예정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기존 뉴스가 설 자리를 콘텐츠로 대체하고 이들에게 수익을 배분하고 있다"며 "트래픽도 늘리고 수익 배분에도 유리한 다양한 콘텐츠를 바탕으로 구독 비즈니스를 강화하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구독 모델은 해외 빅테크 기업에 맞서 충성고객과 데이터를 확보하는 한편, 사업예측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현재 구독 경쟁이 가장 치열한 분야는 단연 전자상거래 영역이지만, 콘텐츠 영역에서도 네이버와 카카오는 정면 대결 양상을 펼치는 중이다.
현재 구독경제는 전 세계적으로 빠르게 성장 중이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구독 기반 이커머스 시장 규모가 2018년 15조 원(약 132억 달러)에서 연평균 68%씩 성장해 2025년에는 542조 원(약 4782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측한다. KT경제경영연구소는 국내 구독시장 규모도 2016년 25조9000억 원에서 지난해 40조1000억 원으로 54.8% 성장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구독 모델은 고객 기반 빅데이터로 신규 사업 확장에도 장점이 있다"며 "특히 한 번 이용자가 구독 모델에 가입한 뒤에는 특별한 이유가 발생하지 않으면 계속해서 서비스를 이용할 가능성도 크다. 자사 플랫폼에 이용자를 묶어두는 '록인(Lock-in)' 효과가 크다"고 설명했다.
hyj@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