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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뜰폰 키우자" e심 상용화 추진하는 정부…통신사 반응 '미지근'
입력: 2021.12.27 15:00 / 수정: 2021.12.27 15:00
정부가 e심 상용화를 위한 논의에 착수한 가운데 이동통신사와 알뜰폰 업체들의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정부가 e심 상용화를 위한 논의에 착수한 가운데 이동통신사와 알뜰폰 업체들의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내년 9월부터 도입 예정…시장 활성화 견해 갈려

[더팩트|한예주 기자] 스마트폰 한 대에서 두 개의 번호를 이용하는 서비스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e심(eSIM·내장형 가입자 식별모듈) 상용화를 위한 논의에 착수하면서다.

알뜰폰을 키우고 이동통신 시장 경쟁도 활성화할 것이란 정부의 기대 속에 e심 도입을 바라보는 이동통신사(MNO)와 알뜰폰(MVNO) 업체들의 반응은 엇갈리는 분위기다. '시장경쟁 촉진'이라는 순기능을 기대하는 전망과 달리 시장 판도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란 시각도 나온다.

◆ "u심 아닌 e심?"…e심 뭐길래

27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는 내년 9월부터 스마트폰에 이심(eSIM) 도입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e심은 내장형(embedded) 심카드를 말한다. 사용자가 따로 구입해 휴대전화에 꽂아서 사용하는 물리적 형태의 유심과 달리 출시할 때부터 스마트폰 보드에 내장돼 있다. 마치 소프트웨어를 설치하듯 이용자 정보를 통신사에서 직접 스마트 기기에 내려받아 설치하면 개통이 끝난다. 다른 통신사로 번호 이동을 할 때도 칩을 사서 갈아 끼울 필요가 없어 편리하다. 기존 u심과 e심을 동시에 '듀얼심'으로 이용하면 스마트폰 한 대에 두개의 번호를 사용할 수 있다.

장기적으로 사물인터넷(IoT) 시대를 대비해 e심은 필수적이다. 이동통신을 사용하는 모든 기기는 망 접속 시 이용자가 누구인지, 어떤 네트워크를 이용하기로 약속됐는지 증명할 필요가 있다. 스마트폰뿐 아니라 통신에 연결되는 크고 작은 모든 디바이스에 e심이 적용되면 훨씬 효율적이다.

과기정통부가 e심 활용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통신 3사가 전산 시스템을 개편하면 이들의 망과 전산 시스템을 빌려 쓰는 알뜰폰에서도 e심을 널리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정부는 e심 도입으로 알뜰폰 활성화에 큰 보탬이 될 것으로 본다. 듀얼심이 가능하면 데이터는 알뜰폰 무제한 요금제를 이용하면서 회선은 이통사의 저렴한 요금제로 유지할 수 있다. 특히 e심 기능이 이미 탑재돼있는 아이폰 최신 기종 이용자가 알뜰폰을 선택하는 '아이폰+알뜰폰' 조합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국내 스마트폰 e심 서비스가 시행되면 이용자 편익이 제고되고 알뜰폰 활성화 등 이동통신시장의 경쟁을 촉진하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e심 도입이 알뜰폰을 키우고 이동통신 시장 경쟁도 활성화할 것이란 기대가 있는 한편,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란 시각도 나온다. 사진은 메인회선으로 기존 u심을 쓰고 데이터용으로 e심을 적용한 스마트폰. /애플 홈페이지
시장에서는 e심 도입이 알뜰폰을 키우고 이동통신 시장 경쟁도 활성화할 것이란 기대가 있는 한편,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란 시각도 나온다. 사진은 메인회선으로 기존 u심을 쓰고 데이터용으로 e심을 적용한 스마트폰. /애플 홈페이지

◆ 알뜰폰 업계 "기대"…이통사는 "글쎄"

그간 통신업계에서는 e심 도입 방안을 두고 "투자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국내 통신 환경과 맞지 않았고, 수요가 적은 데다 이미 부가서비스를 통해 번호 2개를 사용할 수도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중국과 미국 등 땅이 넓은 국가들은 지역마다 통신사들의 커버리지 능력이 다르다. 이런 곳에서는 주력 통신사 외 다른 통신사 망을 보조적으로 쓰기 위해서 듀얼심을 지원하는 스마트폰이 꼭 필요하다. 반면 우리나라는 하나의 통신사만 이용해도 망 사용에 크게 불편함이 없다.

반면, 과기정통부는 이번 e심 도입에 따라 통신시장 경쟁의 활성화를 기대하고 있다. 현재 국내 이동통신 시장은 통신 3사가 주도하고 있다. 과기정통부의 '무선통신서비스 가입현황 통계'에 따르면 지난 10월 기준 전체 회선 수는 통신 3사 약 6200만 개, 알뜰폰 1000만 개로 차이가 크지만 알뜰폰 가입자 증가는 통신사 입장에서 장기적으로 달갑지 않은 일이다.

같은 조건에서 상대적으로 요금이 저렴하고 가입과 해지가 쉬운 알뜰폰으로 고객들이 이동하면 레드오션인 이통 사업에서 수익은 그만큼 감소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일본에서는 이동통신 요금 인하 방안의 일환으로 e심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국내 이동통신 3사는 정부 기조에 성실히 따르겠다는 견해지만, u심칩 판매 수익을 고려할 때 적극적으로 나설지는 미지수다. 소비자가 구입하는 u심칩의 가격은 7700원 정도지만 실제 원가는 1000~3000원대인 것으로 알려졌다. 장기적으로는 번호이동 경쟁이 심화해 ARPU(가입자당 매출)가 악화할 우려도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가입자 이탈을 걱정할 수준은 아니지만, 요금제 경쟁은 한층 심화할 수 있다"며 "이용자 입장에선 자유롭게 타 통신사로 이동할 수 있고, 통화용 번호만 통신 3사에서 받고 데이터는 저렴한 알뜰폰으로 이용하는 게 더 유리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반면, 알뜰폰업계는 e심 도입을 반기고 있다. 알뜰폰업계 관계자는 "현재 가입자 유치를 위해 유심을 거의 공짜로 지급하는 상황인데 e심이 도입되면 이 같은 원가나 배송비용 등이 크게 줄 것으로 기대한다"며 "결합상품이나 약정 때문에 알뜰폰 가입을 꺼렸던 소비자들도 듀얼심을 쓰게 되면 그런 허들이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란 시각도 있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실제 e심이 상용화되더라도 약간의 추가 혜택을 위해 2회선 사용의 번거로움을 감수할 사용자는 많지 않을 것"이라며 "이미 이통사 요금제와 알뜰폰 요금제는 장단점이 뚜렷하고 수요층도 다르다"고 말했다.

hyj@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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