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정위 전원회의 진행 중…최태원, SK실트론 사익편취 의혹 적극 해명[더팩트ㅣ이성락 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SK실트론(옛 LG실트론) 지분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SK㈜로부터 사업 기회를 제공받았는지를 판단하는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 전원회의에 출석해 직접 소명에 나서고 있다. 공정위 판단에 따라 추후 대기업 총수들의 지분 매입 행위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최태원 회장이 공정위를 얼마나 설득할 수 있을지 재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최태원 회장은 SK실트론 사익편취 의혹 사건과 관련한 전원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15일 오전 10시 세종 정부세종청사에 도착했다. 그는 '직접 소명하러 온 이유', '사익편취나 부당 지원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근거' 등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는 아무런 답을 하지 않고 내부로 이동했다. 전원회의는 이날 저녁 늦게까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공정위 전원회의의 쟁점은 지난 2017년 SK㈜가 LG실트론(현 SK실트론)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최태원 회장이 LG실트론의 지분을 헐값에 사는 등 사익편취를 했는지 여부다. 당시 SK㈜는 LG실트론 지분 51%를 주당 1만8000원에 인수하며 회사 경영권을 확보한 후 나머지 지분 49%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지분을 전부 사들이지 않고 19.6%만 주당 1만2871원에 매입했다.
나머지 29.4%는 최태원 회장이 개인 자격으로 매입했다. 이 부분에서 SK㈜가 더 살 수 있었음에도 최태원 회장의 사익을 위해 사지 않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고, 실제로 공정위는 SK㈜가 사업성이 좋은 실트론의 지분을 100% 인수할 수 있었음에도 나머지 지분을 최태원 회장이 취득할 수 있도록 했다고 보고 있다. 결과적으로 추후 지분 가치 상승과 배당 수익 등을 최태원 회장이 가질 수 있게 했다는 주장이다.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공시 대상 기업집단은 특수관계인이나 특수관계인이 일정 지분을 보유한 회사에 '상당한 이익이 될 사업 기회'를 제공할 수 없다.

이에 SK는 주총 특별 결의(지분 3분의 2 이상 필요)가 가능한 70.6% 지분을 확보했기 때문에 최태원 회장이 인수한 29.4% 지분을 추가 인수할 필요성이 없었다는 입장이다. 최태원 회장이 지분을 인수한 건 중국 기업 등 외국 자본의 유입 가능성을 우려해 개인적으로 산 것이고, 지분 인수 과정 또한 공정경쟁입찰에 따라 진행돼 위법성이 전혀 없다고 설명했다.
이날 전원회의는 최태원 회장이 직접 소명에 나섰다는 점에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전원회의는 당사자 출석을 요구하지 않기 때문에 그룹 총수가 직접 회의장에 모습을 드러내는 건 처음 있는 일이다. 최태원 회장은 자신이 직접 지분 취득의 정당성과 이유를 설명하는 것이 가장 좋다는 판단과 전원회의 위원들을 상대로 이를 납득시킬 수 있다는 자신감에 따라 '정면 돌파'를 택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날 전원회의는 대기업 총수가 계열사 지분을 인수한 게 회사의 원래 사업 기회를 뺏는 것으로 볼지 결정하는 첫 사례라는 점에서도 재계의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재계는 위법성에 대한 명확한 증거와 법리에 의한 판단이 이뤄지길 기대하고 있다. 공정위가 사업 기회를 빼앗은 것으로 결론을 낸다면, 앞으로 대기업 총수가 책임 경영을 위해 자회사 지분 인수에 참여하고, 신사업 분야에 대한 개별적 투자를 주저하게 되는 등 재계 전반에 파장을 일으킬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최태원 회장의 구체적인 소명 내용은 아직 알려지지 않고 있다.
공정위 결정은 법원의 1심 재판과 같은 효력을 지니며, 과징금·시정명령과 검찰 고발 등의 결정이 내려진 뒤 SK가 불복하면 고등법원에서 재판이 진행된다. 공정위는 전원회의 후 심의 기간을 거쳐 이달 중 이 사안에 대한 결정을 내릴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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