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이사(사진) 등 카카오페이 임원 8명은 지난 10일 스톡옵션을 통해 취득한 주식 44만여주를 시간외매매 방식으로 매도했다고 공시했다. 이들은 1주당 5000원에 주식을 취득해 20만4017원에 매도했다. 차익은 878억 원에 이른다. /카카오페이 제공 |
14일 카카오페이 18만 원대로 하락
[더팩트│황원영 기자] 카카오페이가 지난 10일 이후 3거래일 연속 하락했다. 류영준 대표이사를 비롯한 카카오페이 경영진이 보유 지분을 대량 처분하면서 투자심리가 악화한 영향이다. 기업과 경영진을 믿고 있던 투자자들은 대규모 차익 실현에 나선 류 대표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14일 오후 2시1분 현재 코스피 시장에서 카카오페이는 전 거래일 대비 1.84% 내린 18만6500원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기록한 24만8500원(마감가) 대비 25% 가까이 하락한 수준이다.
카카오페이는 지난 10일 이후 연속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9일 20만8500원에 마감한 카카오페이는 10일 하루에만 6% 하락했다. 13일에는 전 거래일 대비 3.06% 떨어진 19만 원으로 장을 마쳤다. 장중 한때 4.59%까지 빠져 18만 원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는 카카오페이 경영진 8명이 보유 지분을 매각한 영향이다. 카카오페이는 류 대표가 보유한 자사주 23만주를 주당 20만4017원에 팔아 치웠다고 지난 10일 공시했다. 이번 매각 물량은 류 대표가 가지고 있던 스톡옵션 일부를 주식으로 전환한 것으로 이를 통해 약 469억 원의 차익을 거뒀다.
뿐만 아니라 나호열 기술총괄 부사장 겸 최고기술책임자(3만5800주), 신원근 기업전략총괄 최고책임자(3만주), 이지홍 브랜드총괄 부사장(3만주), 이진 사업총괄 부사장(7만5193주), 장기주 경영기획 부사장 겸 최고재무책임자(3만주), 전현성 경영지원실장(5000주), 이승효 서비스 총괄 부사장(5000주) 등도 보유 주식을 시간외매매로 처분했다. 총 44만993만주, 금액으로는 900억 원에 이른다.
공교롭게 이날은 카카오페이가 코스피200에 편입한 날이었다. 공매도 허용 첫날인 만큼 카카오페이에 몰린 공매도는 271억 원어치에 달했다.
주가가 상승곡선을 그리는 와중 카카오페이 경영진이 스톡옵션 지분 일부를 매각했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의 공분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류 대표를 향한 실망감이 크다.
앞서 류 대표는 지난달 25일 이사회를 통해 여민수 카카오 대표와 함께 카카오 신임 공동대표로 내정됐다. 카카오그룹 성장과 기업 가치 상승을 끌어내야 하는 중책을 맡았음에도 이익 실현을 위해 스톡옵션을 행사했다는 비판이다. 통상 경영진이 지분을 매도할 경우 주가가 고점에 달했다는 시그널로 읽히는 만큼, 경영진이 카카오페이 가치 하락에 일조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카카오페이는 지난달 3일 코스피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당시 카카오페이는 성장 가능성과 주주 친화 정책을 내세우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또 100% 균등배정 방식을 도입해 청약건수만 182만건에 달하는 기록을 세웠다.
류 대표는 당시 "어렵고 복잡한 기존 금융의 장벽을 낮추겠다"며 "균등배정을 통해 주린이(주식 초보자)도 투자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투자자들이 몰렸으나 결국 경영진의 들러리만 서게 됐다는 비판이다.
이에 대해 카카오페이는 보유 중인 주식매수선택권을 전량 행사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카카오페이 관계자는 "10일 공시된 지분매각은 보유하고 있는 주식매수선택권의 일부를 행사한 것"이라며 "이번 물량에 대해 매도한 것이기 때문에 보유 중인 주식매수선택권을 전량 행사하여 매각한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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