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호 SK스퀘어 대표(사진)가 첫 투자처로 암호화폐 거래소를 택했다. /SK텔레콤 제공 |
재상장 첫날 '블록체인·메타버스'에 투자…자회사 IPO 흥행도 주목
[더팩트|한예주 기자] SK그룹 내 '인수합병(M&A) 승부사'로 불리는 박정호 SK스퀘어 대표가 본격적으로 성장에 시동을 걸었다.
SK스퀘어의 첫 투자처로 암호화폐거래소 '코빗'과 카카오 계열 넵튠의 자회사인 디지털 휴먼 제작 업체 '온마인드'를 택하며 신성장동력으로 추진 중인 메타버스 플랫폼을 키우겠다는 포부다. 여기에 자회사인 토종 앱마켓 '원스토어'의 IPO(기업공개)를 알리며 기업가치 올리기 신호탄을 쐈다.
미래 ICT 영역을 선점하는 것과 동시에 자산가치와 기업가치를 키워 '빅테크기업'으로 전환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행보로 풀이된다.
◆ '메타버스에 힘 싣는다'…국내 4대 가상자산거래소 '코빗' 2대주주로
SK스퀘어는 29일 코빗에 약 900억 원을 투자해 지분 약 35%를 인수한다고 밝혔다. 이로써 코빗의 최대주주 NXC에 이어 2대주주로 올라섰다.
코빗은 업비트 등과 원화 거래가 가능한 국내 4대 가상자산거래소로 꼽힌다. 2013년 국내 최초로 비트코인-원화 구매 거래 서비스를 시작해 2017년 NXC에 인수됐으며 국내 게임사 넥슨의 관계사다.
SK스퀘어가 암호화폐 거래소를 첫 투자처로 낙점한 것은 SK텔레콤의 메타버스 플랫폼 '이프랜드'와 대체불가능토큰(NFT) 마켓을 연계하려는 전략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이프랜드' 내에서 수익 창출이 가능해지도록 코인과 연계한 메타버스 플랫폼으로 진화시켜나가겠다는 포부다.
앞서 박정호 SK스퀘어 대표는 메타버스와 블록체인에 대한 투자를 예고하며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박 대표는 지난 3일 개막한 'SK ICT 테크 서밋 2021'에서 "최근 기업 분할 이후 SK텔레콤에서 메타버스를 개발하고, SK스퀘어에서 메타버스 생태계에 필요한 기술과 혁신에 대한 투자를 추진하고 있다"며 "블록체인과 같은 차세대 기술들을 어떻게 가상 세계에 접목시켜 발전시킬 수 있을지 상상력을 발휘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같은 날 SK스퀘어는 80억 원을 투자해 카카오계열 3차원(3D) 디지털휴먼 제작사 온마인드의 지분 40%(보통주와 전환우선주 포함)도 인수했다. 온마인드는 2020년 4월 설립된 회사로, 같은 해 11월 카카오게임즈 산하 넵튠의 자회사로 편입된 비상장회사다.
SK스퀘어는 플로와 웨이브가 가진 음원,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플랫폼과 온마인드의 디지털휴먼을 접목하면 엔터테인먼트 사업에서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고 평가한다. 플로와 웨이브가 디지털휴먼 셀럽을 만들어 인기 아티스트로 육성하는 사업이 실현 가능하다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26조 원가량인 순자산을 2025년까지 75조 원으로 키우겠다는 SK스퀘어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공격적인 M&A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SK스퀘어는 공격적인 M&A로 회사 몸집을 키우고 IPO로 기업가치를 올릴 복안이다. 사진은 SK텔레콤이 운영 중인 메타버스 플랫폼 '이프랜드(ifland). /SK스퀘어 제공 |
◆ IPO 첫 주자 '원스토어'…자회사 '제 값 받기' 시작
SK스퀘어는 글로벌 투자 유치와 함께 자회사 IPO로 실탄을 마련해 공격적인 투자와 M&A에 나설 계획이다.
SK스퀘어는 첫 IPO 주자로 토종 앱마켓 '원스토어'를 택했다. 지난 26일 SK스퀘어와 원스토어는 한국거래소에 유가증권시장(KOSPI) 상장 예비심사 신청서를 제출하고, 내년 상반기를 목표로 IPO에 나선다고 공식화했다. 상장 주관사는 NH투자증권, KB증권이며 SK증권이 공동 주관사를 맡고 있다.
원스토어의 올해 3분기 누적 매출은 1568억 원으로, 지난해 연간 실적을 뛰어넘었다. 지난해 영업손실은 81.4% 줄어든 9억5600만 원이지만, 당기순이익은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도 흑자다. 올해 3분기에는 전년 동기 대비 27.8% 성장한 전체 거래액을 달성했다.
시장에서는 원스토어 기업가치가 1조5000억~2조 원에 이를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SK스퀘어는 원스토어 47.5% 지분을 차지하고 있다. 원스토어가 IPO에서 좋은 성적을 낼수록 SK스퀘어 순자산가치가 커지는 것은 당연하다.
SK스퀘어는 2025년 72조 원 순자산가치 목표를 내세운 바 있다. 이는 현재 가치보다 3배가량 많은 규모다. 이를 가능케 하려면 SK스퀘어가 거느린 자회사 가치가 올라야 한다. 현재 SK쉴더스(옛 ADT캡스), 11번가, 티맵모빌리티, 콘텐츠웨이브 등 자회사들의 상장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원스토어의 IPO 흥행 여부에 따라 SK스퀘어 첫 성적이 결정될 전망"이라며 "SK스퀘어는 원스토어를 시작으로 그간 저평가됐던 자회사들의 가치를 끌어올릴 계획이기 때문에 첫 출발에 나선 원스토어의 흥행 여부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hyj@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