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출장 중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삼성 선행 연구조직을 찾아 "아무도 가보지 않은 미래를 개척해 새로운 삼성을 만들어 가자"고 말했다. 사진은 이재용 부회장이 지난 14일 김포국제공항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를 통해 출국하는 모습. /뉴시스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초격차서 더 나아가 '뉴 삼성'으로"
[더팩트ㅣ이성락 기자] "힘들고 고통스럽겠지만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어 아무도 가보지 않은 미래를 개척해 새로운 삼성을 만들어 가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21일(현지시간)과 22일에 걸쳐 미국 캘리포니아주 실리콘밸리에 있는 반도체, 세트 연구소인 DS미주총괄(DSA)과 삼성리서치아메리카(SRA)를 방문한 뒤 연구원들에게 이러한 당부 메시지를 남겼다. 산업 전환기에 맞춰 지금의 삼성을 만든 '초격차' 전략을 뛰어넘어 미래 사업에 선구적으로 접근하며 새로운 삼성으로 거듭나는 '뉴 삼성'에 속도를 내달라는 주문이다.
이재용 부회장은 "미래 세상과 산업의 지도가 새롭게 그려지면서 우리의 생존 환경이 극적으로 바뀌고 있다"며 "추격이나 뒤따라오는 기업과의 '격차 벌리기'만으로는 이 거대한 전환기를 헤쳐나갈 수 없다"고 진단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2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마운틴뷰 구글 본사에서 순다르 피차이 CEO와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
DSA와 SRA는 삼성전자 DS 부문과 세트 부문의 선행 연구조직으로, 혁신을 선도하고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는 전진 기지다. 삼성의 '미래'를 책임지는 연구원들에게 이러한 메시지를 남긴 건 그만큼 '뉴 삼성'으로 도약하고자 하는 이재용 부회장의 의지가 강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재용 부회장은 이곳에서 인공지능(AI)과 6G 등 차세대 핵심 기술 개발 현황을 점검하기도 했다.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 14일 출국길에 오르기 전부터 '뉴 삼성'에 대한 의지를 강하게 드러내 왔다. 사법 리스크에 시달리며 '뉴 삼성'에 본격적인 시동을 거는 데까지 200일 가까이 지체됐지만, 8월 가석방 출소 이후 곧바로 '뉴 삼성'으로의 변화 작업에 돌입했다. 특히 지난달 고(故) 이건희 회장 1주기를 맞아 진행된 흉상 제막식에서 "이제 겸허한 마음으로 새로운 삼성을 만들기 위해, 이웃과 사회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우리 모두 함께 나아가자"는 '뉴 삼성' 메시지를 내며 각오를 다졌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20일 미국 워싱턴주 마이크로소프트 본사에서 사티아 나델라 CEO와 만나 사업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삼성전자 제공 |
재계에서는 이번 이재용 부회장의 미국 출장을 놓고 '뉴 삼성'을 본격화하는 신호탄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실제로 이재용 부회장은 약 열흘 동안 미국 동부와 서부를 횡단하는 강행군을 통해 삼성의 '미래 성장' 사업을 집중적으로 챙기며 '뉴 삼성' 비전을 구체화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재계 관계자는 "이재용 부회장은 5년 만에 나선 이번 미국 출장에서 글로벌 네트워크를 재가동하는 동시에 '뉴 삼성' 비전을 구체화하는 행보를 보였다"고 평가했다.
먼저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 16일 매사추세츠주에서 누바 아페얀 모더나 공동 설립자 겸 이사회 의장을 만나 코로나19 백신 공조, 향후 추가 협력 방안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17일에는 뉴저지주에서 한스 베스트베리 버라이즌 CEO와 만나 6G 등 차세대 이동통신 분야의 협력 방안에 대해 의견을 공유했다. 20일에는 워싱턴주 소재 마이크로소프트 본사를 방문해 사티아 나델라 CEO를 만나 반도체와 모바일은 물론,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메타버스 등 차세대 기술 협력과 소프트웨어 생태계 확장에 대해 논의했다. 모두 미래 성장 사업과 관련한 행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6일 미국 매사추세츠주 캠브리지에서 누바 아페얀 모더나 공동 설립자 겸 이사회 의장을 만나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
또 이재용 부회장은 22일 캘리포니아주 마운틴뷰 구글 본사에서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와 만나 시스템반도체, VR·AR, 자율주행, 플랫폼 혁명 등 차세대 스마트 소프트웨어·ICT 혁신 분야의 공조 방안을 논의했다. 이른바 '안드로이드 동맹'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이다.
이외에도 이재용 부회장은 18~19일 미 연방의회 의원들과 백악관 고위 인사들도 만나 반도체 공급망에 대해 논의하는 등 쉴 틈 없는 빡빡한 일정을 소화했다.
재계의 관심은 조만간 귀국하는 이재용 부회장이 국내에서도 폭넓은 '뉴 삼성' 행보를 이어나갈지 여부에 쏠리고 있다. 또 다음 달 초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삼성그룹 계열사 정기 인사에서도 이재용 부회장의 '뉴 삼성' 구상이 대폭 반영될지 주목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최근 분위기를 고려하면 삼성의 인사 폭이 커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삼성전자는 조직 인사 시스템 개편과 함께 지배구조 개편도 진행 중이다.
한편 이재용 부회장은 이번 출장길에 미국 신규 파운드리 투자를 최종 마무리 지은 것으로 알려졌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삼성전자가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170억 달러(약 20조 원) 규모의 제2 파운드리 공장 건설 계획을 확정해 곧 발표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해 아직 삼성전자 측은 "확정된 내용은 없다"는 입장이다.
rocky@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