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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껌' 놓인 책상, 낡은 구두 그 모습 그대로…'신격호 기념관' 가보니
입력: 2021.11.06 00:00 / 수정: 2021.11.06 00:00
롯데그룹이 지난 1일 상전 신격호 기념관을 열었다. /잠실=이성락 기자
롯데그룹이 지난 1일 '상전 신격호 기념관'을 열었다. /잠실=이성락 기자

신격호 전 생애 입체적 소개…롯데 최초의 껌 등 다양한 볼거리

[더팩트ㅣ잠실=이성락 기자] 시골 마을의 가난한 집에서 태어난 소년, 소설가의 꿈을 키웠던 문학청년, 일본에서 껌을 팔아 성공한 사업가, 한국의 고도 성장기를 이끈 기업인, 한·일 모두에서 정체성 오해를 받았던 이민자, 가장 오랜 기간 실무를 챙겼던 마지막 1세대 창업가, 대한민국에서 가장 높은 건물을 지은 유통 거인. 고(故)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을 어떻게 기억하는지. 100년 가까운 생을 살며 파란만장한 인생사를 남긴 신격호 명예회장을 바라보는 시각은 이토록 다양하다.

롯데그룹은 이러한 신격호 명예회장의 삶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기 위해 '상전 신격호 기념관'을 지난 1일 열었다. 3일 신격호 명예회장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롯데월드타워 5층에 680m² 규모로 마련된 기념관은 한 인물을 다양한 시각으로 조명할 수 있도록 꾸며진 것이 특징이다. 신격호 명예회장의 경영 철학과 업적을 자세히 담아내는 것은 물론, 즐겨보던 영화, 좋아하는 가수 등도 확인할 수 있다.

롯데그룹은 기념관을 통해 신격호라는 한 인물을 다양한 시각으로 조명할 수 있도록 했다. 사진은 롯데월드타워 1층에 있는 흉상. /이성락 기자
롯데그룹은 기념관을 통해 '신격호'라는 한 인물을 다양한 시각으로 조명할 수 있도록 했다. 사진은 롯데월드타워 1층에 있는 흉상. /이성락 기자

기념관 입구에는 정직·봉사·정열이라는 그룹훈이 새겨졌다. /서재근 기자
기념관 입구에는 '정직·봉사·정열'이라는 그룹훈이 새겨졌다. /서재근 기자

기념관에서는 신격호 명예회장의 집무실이 그대로 재현됐다. /서재근 기자
기념관에서는 신격호 명예회장의 집무실이 그대로 재현됐다. /서재근 기자

롯데는 그룹 성장사를 만화로 소개했다. /서재근 기자
롯데는 그룹 성장사를 만화로 소개했다. /서재근 기자

◆ 신화적 기업인 신격호, 업무용 책상엔 껌과 샤롯데

실제로 지난 4일 방문한 '상전 신격호 기념관'에서는 신격호 명예회장의 전 생애를 입체적으로 소개하려는 노력이 곳곳에서 발견됐다. 먼저 입구에는 '정직·봉사·정열'이라는 그룹훈을 새겨 기업인으로서 신격호 명예회장이 어떠한 태도로 경영에 임했는지 엿볼 수 있도록 했다. 신격호 명예회장은 평소 임직원들에게 "나와 한배를 타고 있는 롯데 가족 모두가 정직하고 봉사하며 정열을 가져 주시길 늘 염원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기념관 입구를 지나면 연도별 주요 사건을 통해 신격호 명예회장이 어떻게 자산 100조 원의 대기업을 일궈냈는지 그 과정을 설명하고 있었다. 바로 옆에는 '도전과 열정의 에피소드' 코너가 마련돼 '고객 제일주의', '신용과 신뢰' 등 경영 키워드를 중심으로 신격호 명예회장의 창업 스토리와 일대기가 소개됐다. 1942년 단돈 83엔을 들고 일본으로 건너가 1948년 맨손으로 롯데를 창업해 1962년 한국으로 돌아왔고, 이후 재계 5위 롯데그룹을 키워낸 창업가 신격호 명예회장의 이야기를 자세히 들을 수 있었다.

가장 눈길을 끌었던 건 신격호 명예회장의 집무실 모형 공간이었다. 벽에 '거화취실'(화려함을 멀리하고 실리를 취한다)이라고 쓰인 액자와 한국 농촌 풍경이 담긴 그림이 걸려 있는 건 일본 집무실에서, 업무용 책상은 한국 집무실에서 따왔다고 한다. 특히 책상 위에는 자일리톨·후레쉬민트껌과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의 여주인공 샤롯데의 모형이 놓여 있었다. 롯데의 근간을 늘 곁에 두며 기업인으로서 초심을 잃지 않고자 했던 것으로 보인다.

'상전 신격호 기념관'은 대부분의 설명이 미디어 자료로 이뤄진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으로 보였다. 성장 스토리 역시 텍스트가 아닌 사진 또는 만화로 소개돼 '기업인' 신격호 명예회장을 전혀 알지 못하는 세대들에게도 흥미를 유발할 수 있을 것으로 짐작됐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가족 단위로 기념관을 방문했을 때 구성원 모두 정보를 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기념관을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기념관에 신격호 명예회장이 입었던 점퍼가 놓여 있다. /이성락 기자
기념관에 신격호 명예회장이 입었던 점퍼가 놓여 있다. /이성락 기자

기념관에는 88서울올림픽 당시 신격호 명예회장이 호랑이를 기증한 사연 등 다양한 일화가 소개돼 있다. /서재근 기자
기념관에는 88서울올림픽 당시 신격호 명예회장이 호랑이를 기증한 사연 등 다양한 일화가 소개돼 있다. /서재근 기자

신격호 명예회장이 업무 시 사용했던 물품들. /서재근 기자
신격호 명예회장이 업무 시 사용했던 물품들. /서재근 기자

신격호 명예회장이 신었던 구두. /이성락 기자
신격호 명예회장이 신었던 구두. /이성락 기자

기념관에는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신격호 명예회장의 과거 사진이 전시돼 있다. /서재근 기자
기념관에는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신격호 명예회장의 과거 사진이 전시돼 있다. /서재근 기자

◆ 인간 신격호를 들여다보다

'상전 신격호 기념관'에서는 업적과 경영 철학, 기업 정신 외에도 실제로 입었던 작업복 점퍼 등 신격호 명예회장의 인간적인 면모를 확인할 수 있어 눈길을 끌었다. 이전까지 알 수 없었던 '기업 회장의 이면'을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재미를 더했다. 신격호 명예회장이 실제로 사용한 낡은 가방과 구두뿐만 아니라 문학청년으로서 즐겨봤던 영화와 책, 즐겨듣던 노래 등이 전시됐다.

'인간 신격호'를 이해할 수 있는 개인적 일화들도 소개됐다. 한국 출신의 스포츠인과 문화인을 지원한 이야기가 대표적이다. 88서울올림픽 당시 호돌이가 마스코트였지만, 정작 한국에 호랑이가 없어 직접 미국 동물원에서 시베리아 호랑이를 들여와 서울대공원에 기증한 사연 등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일화도 다수 공개됐다.

고난의 역사가 담긴 공간도 인상적이었다. 일본 고학 시절의 고단함, 외국인 근로자로 겪은 어려움 등 젊은 시절 신격호 명예회장의 감정이 기념관 벽에 문구로 고스란히 담겼다. 기념관에서는 신격호 명예회장이 이러한 감정을 이입해 롯데장학재단과 롯데복지재단을 설립, 가난한 환경으로 어려워하는 학생들과 외국인 근로자를 돕게 됐다는 점도 소개되고 있었다.

'인간 신격호'의 삶에서 빼놓을 수 없는 대목은 조국 번영을 꿈꿨던 진정성으로 보였다. '한국 고도 성장기를 이끌었다'라는 업적에 비해 개인적 심정은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기념관에서는 신격호 명예회장이 일본에서 한국으로 진출한 것 자체가 조국의 경제 발전에 밑거름이 되고자 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었다. 실제로 신격호 명예회장은 관광 산업의 불모지나 다름없었던 한국에서 관광 사업을 통해 국력을 키우고자 투자를 아끼지 않았고, 그 공로를 인정받아 1995년 금탑산업훈장을 받은 바 있다. 앞서 1978년에는 경제 분야에 공적을 세워 국민훈장 최고 등급인 무궁화장을 받기도 했다.

롯데그룹 입장에선 신격호 명예회장의 진정성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은 점이 아쉬운 부분이다. 정체성과 관련해 한국과 일본에서 모두 환영받지 못하는 기류가 현재까지 감지되고 있다. 롯데그룹이 '상전 신격호 기념관' 운영을 통해 기대하는 것 중 하나도 사업보국(기업을 일으켜 국가에 기여)을 실천한 신격호 명예회장을 통해 롯데그룹에 덧씌워진 부정적 이미지를 개선하는 것이다. 정체성 논란과 관련해 신격호 명예회장은 "기꺼이 받아들이겠다"며 담담했다고 한다.

신격호 명예회장은 지난 1978년 경제 분야에 공적을 세워 국민훈장 최고 등급인 무궁화장을 받았다. /이성락 기자
신격호 명예회장은 지난 1978년 경제 분야에 공적을 세워 국민훈장 최고 등급인 무궁화장을 받았다. /이성락 기자

기념관에는 과거 롯데 껌 등 다양한 볼거리가 마련됐다. /이성락 기자
기념관에는 과거 롯데 껌 등 다양한 볼거리가 마련됐다. /이성락 기자

기념관에서는 과거 롯데 제품의 광고를 차례대로 볼 수 있다. /서재근 기자
기념관에서는 과거 롯데 제품의 광고를 차례대로 볼 수 있다. /서재근 기자

기념관 한쪽 벽면에는 롯데월드타워를 지을 때 3개월 이상 함께 일했던 사람들의 이름이 빼곡하게 새겨졌다. /서재근 기자
기념관 한쪽 벽면에는 롯데월드타워를 지을 때 3개월 이상 함께 일했던 사람들의 이름이 빼곡하게 새겨졌다. /서재근 기자

◆ 롯데 역사 한눈에…옛날 광고 보는 재미 쏠쏠하네

이날 방문한 '상전 신격호 기념관'은 오직 '기업인 신격호', '인간 신격호'의 삶에만 초점이 맞춰진 기념관은 아니었다. 롯데그룹의 역사도 한눈에 파악할 수 있었다. 롯데그룹은 방문객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롯데의 성장사를 만화로 소개하는 동시에 이를 QR 코드로 직접 다운로드받아 소장할 수 있도록 했다. 최초의 껌 '쿨민트'부터 롯데자이언츠 한국시리즈 우승 기념볼, 롯데호텔 개관 기념식에 사용된 옛날 가위까지, 롯데를 상징하는 제품 및 물품 등을 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신문으로 보는 롯데', '사보로 보는 롯데' 등 과거 자료들도 이색적인 볼거리였다. 과거 유명 연예인의 모습과 친숙한 음악이 더 해진 '광고로 보는 롯데' 코너는 중장년층의 어린 날 추억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해 보였다.

기념관 안쪽에는 2017년 완공된 지상 123층, 높이 554.5m의 롯데월드타워에 대한 이야기가 소개돼 있었다. 롯데의 과거와 현재를 아우르는 공간인 셈이다. "외국 관광객들에게 언제까지나 고궁만 보여 줄 수는 없다"는 신격호 명예회장의 관광보국 신념에 따라 대규모 인력이 투입돼 지어진 롯데월드타워는 현재 대한민국의 랜드마크로 자리 잡고 있다. 이를 기념해 기념관 한쪽 벽면에는 롯데월드타워를 지을 때 3개월 이상 함께 일했던 사람들의 이름이 빼곡하게 새겨졌고, 이곳은 기념관 방문 인증 사진 장소로 꼽을 수 있을 만큼, 시각적으로 눈에 띄었다. 벽면 가운데에는 90대의 불편한 몸으로 건설 현장을 점검하며 마지막까지 열정을 쏟았던 신격호 명예회장의 이름이 새겨져 있었다.

'상전 신격호 기념관'은 코로나19 상황 등을 고려해 조만간 개방할 예정이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롯데월드타워를 찾은 고객들이 기념관도 많이 방문했으면 한다. 연령대별로 다양한 볼거리가 있으니, 좋은 추억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rock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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