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SM상선은 기관들의 수요예측 부진에 상장 계획을 전격 철회했다. /SM상선 제공 |
3일 상장 철회 공시…"가치평가 기대 못 미쳐"
[더팩트|윤정원 기자] 삼라마이다스그룹 해운 계열사인 SM상선이 IPO(기업공개) 일정을 연기했다.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 결과가 싸늘한 가운데 SM상선의 연내 상장은 불투명해졌다.
3일 SM상선은 "기관투자자 수요 예측을 진행한 결과, 공모주 시장 수요 감소와 해운사 주가 부진 등으로 시장의 가치평가가 기대 수준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판단됐다"며 상장 철회 공시를 냈다. 국내에서는 해운 시황 정점에 대한 과도한 우려와 공모주 시장 수요 감소, 국내외 증시 우려로 적절한 가치평가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게 SM상선 측의 설명이다. SM상선은 공모주 시장 수요가 회복되는 적정 시점에 상장을 재추진한다는 방침이다.
IB(투자은행) 업계에 따르면 지난 1~2일 SM상선이 기관 투자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수요예측에서 경쟁률은 두 자릿수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참여기관의 대부분이 희망가격범위(1만8000~2만5000원) 하단보다 낮은 가격을 써냈다는 전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회사 측은 시가총액 2조 원대를 기대했지만 수요예측 결과 1조 원대 초반으로 평가받았다"며 "공모가를 낮추고 공모 규모를 줄이기보다 상장을 연기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당초 SM상선은 1~2일 기관투자자 수요 예측과 4~5일 일반 투자자 대상 공모주 청약 절차를 거쳐 오는 15일 코스닥에 상장할 예정이었다. 상장을 통해 자금을 확보해 글로벌 노선을 확장하고 친환경 설비를 장착하는 데 활용한다는 방침이었다.
박기훈 SM상선 해운부문 대표는 지난달 29일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통해 "다음 달 상장을 통해 모집된 투자금으로 노선을 확장하고 이에 필요한 선박과 컨테이너 박스 등 영업자산을 확충함으로써 글로벌 경쟁력을 한층 더 끌어올린다"는 전략을 공개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날 일정 연기 이후 상장과 관련한 구체적인 계획은 잡히지 않은 상태다.
SM상선이 하루속히 상장을 재추진하기 위해서는 투자자들로부터 확실한 기업가치를 인정받아야 한다. 내년 하반기경 물류난 해결과 함께 실적이 제자리로 돌아올 수 있다는 우려를 불식시킬 필요성이 있다. 실제 SM상선은 글로벌 선복 공급부족으로 인한 운임상승으로 고공성장을 지속하는 추이다. SM상선은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은 1조328억 원, 영업이익 1405억 원을 기록한 이후 올해 들어 실적 상승이 더 확대되고 있다.
SM상선의 올해 상반기 매출 7076억 원, 영업이익 3090억 원의 실적을 올린 상태다. 전년 동기에 비해 매출은 82.2%, 영업이익은 1만1377.3% 상승했다. 3분기에는 상반기 전체 수치를 뛰어넘는 4000억 원대 영업이익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올해 1조 원대 순이익 달성도 유력하다고 평가하고 있다.
SM상선과 함께 국내 양대 국적원양선사로 꼽히는 비교 기업 HMM의 주가가 뛰어주는 운도 따라야 한다. 업계 관계자들 역시 HMM 주가 급락 사태가 SM상선의 상장 철회에 직접적 영향을 줬다고 평가하고 있다. 올해 중순부터 불거진 주요 채권자들의 대규모 CB(전환사채) 전환권 행사로 인해 HMM의 주가는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지난달부터는 전월 대비 절반 가까이 급락했다. 불과 2개월 전인 지난 9월 2일 4만3850원을 호가하던 HMM의 주가는 이날 전일보다도 650원 내린 2만675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국내 최대 국적선사인 HMM 주가가 급락한 것이 SM상선 IPO 계획의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하지 않았겠나. 다만 상장 심사 통과 후 6개월 후인 내년 3월 전까지 많은 시간이 남아 있는 만큼, 적절한 가치 평가를 받기 위한 시간은 충분한 듯하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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