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망 사용료 지불을 두고 넷플릭스와 디즈니플러스가 상반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사진은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 /넷플릭스 제공 |
오징어게임 수익만 1조 예상…입법 필요성 대두
[더팩트|한예주 기자]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업체 넷플릭스를 향한 쓴소리가 커지는 분위기다. 다음 달 국내 시장에 진출하는 디즈니플러스(디즈니+)가 국내 기업과의 '상생'을 강조한 반면, 넷플릭스는 국내 망 사용료 지불을 거부하면서 소송전까지 벌이고 있어서다.
업계에서는 넷플릭스가 망 사용료 지불을 끝까지 거부할 것이라는 우려의 시선과 함께 입법을 통한 해결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을 내놨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다음 달 12일 디즈니플러스가 국내에 공식 출시된다. 디즈니플러스는 콘텐츠전송네트워크(CDN) 사업자를 통해 간접방식으로 망 사용료를 낼 예정이다. 디즈니플러스가 CDN 사업자와 계약을 통해 비용을 지불하면 CDN 사업자는 국내 통신사에 직접 망을 연결해 전용회선료인 망 사용료를 지급하는 방식이다.
지난 14일 열린 미디어데이 행사에서도 디즈니플러스 측은 한국 기업들과의 상생을 강조했다. 제이 트리니다드 월트디즈니 컴퍼니 아태지역 DTC 사업총괄은 "디즈니의 철학은 선량한 기업이 되는 것이고, 한국 사회에서도 선량한 일원이 되기를 원한다"면서 "콘텐츠 제작사, 통신사, CDN사와 협력할 것이며 이를 통해 최고의 스트리밍(실시간재생)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언급했다.
이 같은 발언은 SK브로드밴드와 망 사용료를 두고 벌이는 법정 공방 중인 넷플릭스를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넷플릭스는 SK브로드밴드와의 1심에서 패소를 했지만 항소를 제기해 법정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지난 5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넷플릭스는 국내 ISP 업체들이 요구하는 형태의 망 사용료를 수용할 의사가 없다는 입장을 재차 강조하기도 했다.
이날 연주환 넷플릭스서비시스코리아 팀장은 "재판이나 법 개정이 아니더라도 통신 3사와 합의해 망 사용료를 납부할 의향은 없냐"는 양정숙 무소속 의원의 질의에 "지난해에도 말씀드린 바와 같이 오픈 커넥트라는 캐시 서버 구축을 통해 윈윈할 수 있다고 본다"면서 "오픈 커넥트가 상생 솔루션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SK브로드밴드를 비롯한 통신사들은 넷플릭스가 주장하는 오픈 커넥트 개념은 망무임승차를 합리화하기 위한 '꼼수'라고 반박하고 있다. 넷플릭스의 주장처럼 오픈 커넥트를 국내에 설치하면 해외에서 한국까지 전송하는 국제 구간의 트래픽만 낮아지기 때문에 넷플릭스의 비용만 절감된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넷플릭스의 입장이 바뀌지 않을 것이라며 법제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
무엇보다 넷플릭스가 국산 콘텐츠로 큰 수익을 올리면서도 망 이용대가나 저작권 등에서 부당한 거래관계를 유지하고 있어 '배짱영업'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오징어게임이 공개된 지난달 17일을 전후해 추석 연휴를 제외하고 1주간 트래픽을 비교한 결과, KT-넷플릭스 간 트래픽이 유·무선 인터넷과 IPTV를 포함해 39%가량 뛰었다.
특히, SK브로드밴드는 오징어게임 공개 전후로 서비스 안정성 유지를 위해 해외망을 두 차례나 증설했다. 사전 대비 차원에서 9월에 한 차례 증설했지만, 오징어게임 공개 이후 10월에 또 한 번 망을 늘린 것이다. 이는 상당히 이례적인 상황으로, 킹덤과 스위트홈 등 과거 화제작 공개 때에도 많아야 1차례 증설에 그친 것으로 전해졌다.
넷플릭스는 오징어게임의 국내외 폭발적 흥행으로 천문학적인 수익을 거둔 것으로 분석된다. 블룸버그통신이 입수한 내부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1억3200만 가구가 오징어게임을 시청했으며, 이를 통해 총 8억9110만 달러(한화 약 1조 원)의 수익을 거둔 것으로 추산된다. 오징어게임 공개 후 넷플릭스의 주가도 약 7% 상승해 시총도 2781억 달러(약 329조 원)를 기록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넷플릭스에서 흥행작이 나올 때마다 통신사들은 트래픽 부담을 앓고 있다"며 "미국에서는 망 이용대가를 지불하고 있는데 국내에서만 내지 않는 이유를 모르겠다. 수익만 챙기고 망 안정성은 나 몰라라 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넷플릭스가 지급할 국내 망 사용료가 최대 1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문제는 향후에도 넷플릭스의 입장이 바뀌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넷플릭스가 외국 서버를 사용하고 있고 국내 가입자들이 통신사에도 돈을 낸다는 점을 근거로 망 이용료를 지급하지 않고 있는 만큼 국내 오리지널 콘텐츠 흥행을 계기로 입장을 번복할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다.
이에 입법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최근 국회에서도 글로벌 CP(콘텐츠 공급자)에 망 사용료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하는 법제화 움직임이 활발하다. 넷플릭스와 같이 서비스를 제공하는 부가통신사업자가 기간통신사의 망을 이용해 서비스를 제공하면서도 정당한 이용 대가를 지급하지 않는 행위를 금지하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김영식 국민의힘 의원 대표 발의)이 지난 7월 발의돼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다.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방송통신위원회도 이 같은 견해에 공감하고 있다.
임혜숙 과기정통부 장관은 "현재 해외 CP에 의해 막대한 트래픽이 발생한 경우에 대한 대책은 없다"면서도 "망 이용료는 사업자의 자율 협상이지만, 전체적으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법률은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한상혁 방통위원장도 "과도한 트래픽을 유발하는 OTT사업자들이 망 사용료나 증설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논의가 전 세계적으로 있다"면서 "국회와 법안에 대한 고민하고 해외 입법 사례도 연구하겠다"고 답했다.
hyj@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