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이 오는 17일 코스피에 입성한다. 앞서 공모가는 6만 원으로 정해진 상태다. /더팩트 DB |
외국 기관, 주가 좌우 가능성 대두
[더팩트|윤정원 기자] 하반기 IPO(기업공개) 대어 중 하나인 현대중공업의 상장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투자자들을 비롯해 업계는 현대중공업의 주가 향방에 크게 주목하는 분위기다.
17일 유가증권시장에 입성하는 현대중공업의 공모가는 6만 원이다. 공모가 기준 공모금액은 1조800억 원, 시가총액은 5조3264억 원 수준이다. 앞서 현대중공업의 수요예측 경쟁률은 1836대 1로,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1883대 1)에 이어 유가증권시장 역대 2위를 기록한 바 있다. 현대중공업의 청약 증거금은 55조8891억 원(중복청약 제외)으로, 지난 7월 카카오뱅크(58조3020억 원) 이후 최대 규모다. 역대로는 6위에 이름을 올렸다.
현재 투자자들의 관심은 단연 현대중공업의 '따상'(상장 첫날 시초가가 공모가의 두 배에 형성된 뒤 상한가) 여부다. 시초가는 상장일 오전 8시 30분~9시 공모가의 90∼200% 사이에서 호가를 접수해 매도 호가와 매수 호가가 합치하는 가격으로 정해진다. 시초가를 기준으로 장중 상하 30%의 가격 제한폭이 적용된다. 상장일 12만 원에 시초가를 형성하고 가격제한폭까지 오르면 주가는 15만6000원이 된다. 이 경우 시가총액은 13조8486억 원으로 불어난다.
이날 주가가 상한가까지 오르기 위해서는 수급 상황이 주요 변수가 될 전망이다. 상장 직후 유통 가능한 물량은 전체 상장주식 수의 9.6%다. 상장 주식 8877만3116주 중 최대주주 한국조선해양 지분(7077만3116주), 우리사주조합 배정분(349만1997주), 기관 의무보유 확약분(596만9520주)을 제외한 853만8483주가 상장 직후 유통 가능하다. 의무보유 확약분은 기관투자가가 신규 상장기업의 공모주를 15일에서 6개월까지 팔지 않고 보유하기로 한 물량이다.
현재 시장에서는 외국 기관들이 주가를 좌우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해외 기관투자자의 의무보유 물량은 4만1500주(1.2%)에 불과하다. 미확약물량이 344만9800주(98.8%)로, 상장일 유통 가능 주식 수(853만8483주)와 견주면 40.4% 규모다. 상장 직후 가격 수준에 따라서 외국인 투자자 매물이 대거 출회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현대중공업의 주가는 중장기적으로 탄탄할 것이라는 견해가 힘을 얻고 있다. 최진명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중공업은 LNG선을 비롯한 고부가가치 선박에서 압도적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다. 선박엔진 등 핵심 기자재를 자체적으로 생산 및 판매한다는 점에서 경쟁사와 차별화됐다"면서 "향후 5년간 수주 환경이 지속적으로 개선될 전망이다. 선박 교체 사이클과 환경규제 강화 영향으로 상장 후 양호한 주가흐름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황어연 신한금융투자 수석연구원 또한 "하반기 에너지 운반선 시황 회복, 2023년 환경규제 강화에 따른 차별적 수주잔고 증가, 선가 인상이 점쳐진다. 현대중공업은 신규 상장을 통해 확보할 자금 9272억 원으로 해양 수소 인프라 구축, 그린쉽 개발 R&D(연구개발) 등에 소진할 예정이다. R&D 자금 투입을 통한 선박, 엔진 추가 경쟁력 강화로 중장기 밸류에이션 상승이 전망된다"고 밝혔다.
한편, 현대중공업의 상장이 한국조선해양 주가에는 부담 요인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상당하다. 한국조선해양은 전 세계 최대 조선소인 현대중공업과 현대삼호중공업에 투자할 수 있는 유일한 창구라는 점에서 시장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기 때문에 현대중공업이 떨어져 나가는 것은 투자 심리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큰 탓이다. 이동헌 대신증권 연구원은 "현대중공업 상장에 이어 내년에는 현대삼호중공업 상장이 예정돼 있어 비장상 자회사들의 가치 반영 폭이 줄어들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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