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겸 SK그룹 회장이 지난 29일 방송된 SBS '아이디어리그'에서 프로젝트에 대해 조언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 제공 |
사회 문제 다루는 횟수 잦아…"역할 갈수록 더 커질 듯"
[더팩트ㅣ이성락 기자]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 회장 겸 SK그룹 회장이 연일 광폭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주요 경제 현안에 대한 경제계 의견을 피력하는 경제단체장 활동에 적극 나서는 동시에 그룹의 하반기 경영 구상에도 몰두하는 등 쉴 틈 없는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특히 사회적 영향력을 전파하는 일정을 늘려나가며 존재감을 키우는 중이다. 최근에는 TV 프로그램에도 출연하는 등 보폭을 넓혔다. 이러한 광폭 행보 배경에는 대표 기업인으로서 더 나은 미래를 만드는 데 일조해야 한다는 사회적 책임감이 깔려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30일 재계에 따르면 최태원 회장이 출연한 TV 프로그램 '아이디어리그'가 전날(29일) SBS를 통해 첫 방송됐다. '아이디어리그'는 "민간 주도로 경제 혁신·사회 발전 아이디어를 발굴해 국가 발전에 기여하자"는 최태원 회장의 제안으로 지난달 시작된 '국가 발전 프로젝트 공모전'의 방송 버전으로, 맛보기 오디션인 이날 방송에는 6월 7일부터 한 달 동안 기업 부문 아이디어 307건을 접수받아 서류심사를 통과한 24개 팀이 참가했다.
최태원 회장은 심사위원으로 참여해 아이디어를 진지하게 경청한 뒤 참가자들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최태원 회장을 포함한 심사위원이 주목한 프로젝트는 △탄소 발자국 △닥터 나이트 △배달용기 순환 사업 △사소한 통화(치매 예방 솔루션) △산업 현장 안전지킴이 △중기 매출채권 플랫폼 △칭찬합시다 등이다. 최태원 회장은 향후 진행될 '국가 발전 프로젝트 공모전' 본행사와 아이디어 현실화까지 지속 관심을 쏟을 계획이다. 공모전 접수 마감은 9월 24일까지다.
최태원 회장의 '소통 경영' 의지는 지난 23일부터 26일까지 진행된 '이천포럼'에서도 고스란히 묻어났다. 사내 행사로만 여겨진 '이천포럼'이 외부인 500여 명을 초청해 의견을 듣는 '열린 포럼'으로 변화를 시도했다. 이는 지속가능한 미래 생태계를 위한 SK의 책임과 실천에 대해 외부 의견을 적극적으로 듣겠다는 것이다. 최태원 회장은 포럼 마무리 발언에서 "SK 경영에 대한 쓴소리를 듣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며 "앞으로 상시적인 토론의 장을 열어 끊임없이 변화하는 SK를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태원 회장이 지난 26일 경기도 이천 SKMS연구소에서 열린 '이천포럼' 폐막 세션에서 마무리 발언을 하고 있다. /SK그룹 제공 |
특히 이번 '이천포럼'에서는 '소셜'이라는 세션이 새롭게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기업의 사회적 역할을 SK그룹이 비중 있게 생각하고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는 경제적 요구뿐만 아니라 사회적 요구를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는 최태원 회장의 경영 방향성에 따른 것으로, SK그룹은 '이천포럼'에서 젠더 논란, 성 소수자 차별, 직장 내 괴롭힘 등 사회적으로 뜨거운 이슈에 대해 국내외 사례를 살펴보고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처럼 최태원 회장이 사회적 문제를 다루는 활동에 집중하는 건 대한상의 회장직을 맡는 등 역할이 확대된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최태원 회장은 대한상의 회장직은 맡은 이후 "사회와 공감하고 문제 해결에 함께 노력해야 한다"며 새로운 기업가 정신을 제시한 바 있다. 재계는 최태원 회장이 앞으로도 사회 문제 해결에 대한 아이디어를 들은 뒤 논의를 거쳐 실천적 방법을 모색하는 사회적 행보를 늘려나갈 것으로 보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최태원 회장은 수년 전부터 사회적 가치 창출과 ESG 경영에 대한 중요성을 지속 강조해왔다"며 "국내 최대 경제단체인 대한상의 수장으로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면서 ESG 경영 기조를 경제계, 나아가 사회 전반으로 확산하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최태원 회장의 다음 행보로는 '한국판 수소위원회'가 거론되고 있다. 다음 달 8일 공식 출범하는 위원회는 수소 사업을 추진하는 기업들의 협의체로, 최태원 회장은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 등과 공동 의장을 맡고 있다. SK, 현대차, 포스코 외에도 두산, 효성, 롯데, 한화, GS, 현대중공업, 코오롱 등이 참여한다. 10대 그룹을 중심으로 수소 사업 분야에서 협업과 동맹 체제가 구축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최태원 회장은 더 나은 미래를 만들기 위한 핵심 과제로 기후위기 극복을 꼽고 있다. 기업들의 경우 기후위기 대응 역량을 길러야 한다고 강조해왔고, 이와 관련한 신성장 키워드로 수소를 제시했다. 최태원 회장은 이번 '이천포럼'에서도 넷 제로, 수소 사회, 자원 순환 등 환경 이슈를 중요하게 다뤘다. 현재 그는 "탄소중립은 피할 수 없다. 전략적으로 기술과 시장을 선점하는 데 국가적 역량을 쏟아부어야 한다"며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요청하고 있다.
rocky@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