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훈 홈플러스 신임 사장은 취임 후 온·오프라인 경쟁력 강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해 모두를 아우르는 '올라인' 강자로 거듭나겠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이민주 기자 |
홈플러스 스페셜 전환 무기한 연기…코너스 출점 1개 그쳐
[더팩트|이민주 기자] 홈플러스가 실적 부진을 해소하기 위해 꺼내 든 창고형 할인점 전환 전략이 '코로나19 재확산'에 발목이 잡히면서 대응책 찾기에 고심하는 모양새다.
30일 홈플러스에 따르면 지난달로 예정됐던 홈플러스 스페셜 원주점과 인천청라점 전환·오픈 일정이 무기한 연기됐다.
지난 4월 홈플러스는 지난해 점포 자산 유동화를 통해 마련한 자금으로 기존 점포를 창고형 할인점 '홈플러스 스페셜'로 전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지역별로 수도권 주요 점포를 포함해 영남권과 지방 소재 점포도 전환 대상에 포함했다.
홈플러스 스페셜은 창고형 할인점에서 취급하는 대용량 상품부터 기존 대형마트에서 파는 소용량 상품까지 업태 핵심 상품을 한 번에 살 수 있게 조성한 신개념 유통 모델로 경쟁사 이마트 트레이더스와 유사한 구조다.
기존점을 홈플러스 스페셜로 전환·오픈해 기존 매출 규모가 큰 점포에는 고객들이 매장을 방문하면서 얻을 수 있는 가치를 높이고 그 외의 점포에는 운영의 효율을 높이는 등 선순환 유통모델을 확립하겠다는 전략이다.
전국 모든 점포를 홈플러스 스페셜 모델로 전환하는 방안까지 고려하며 공격적인 체질개선에 나선 홈플러스는 지난해 안산점, 대구점, 대전둔산점 등 4개 점포를 매각했으며, 이를 통해 1조3000억 원의 투자 자금을 확보했다.
순항 중이던 홈플러스의 신사업 플랜은 올해 코로나19의 재확산세가 뚜렷해지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홈플러스는 애초 지난달 원주점과 인천청라점 오픈을 시작으로 연말까지 매월 1~3개 점포를 차례로 전환 오픈할 계획이었으나, 코로나19 여파로 일정을 전면 수정했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코로나 때문에 아직 오픈을 하지 못했다. 지난달부터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된 만큼 당분간 전환 오픈은 쉽지 않을 것"이라며 "구체적인 일정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홈플러스는 지난해에도 코로나19로 인해 오프라인 점포 리뉴얼을 진행하지 못했다. 지난해 홈플러스는 지역 밀착형 커뮤니티 몰 '코너스' 모델을 내놨으나 1호점(부산 아시아드점)을 내는 데 그쳤다. 1호점 출점 이후 1년이 지났지만 2호점 계획도 불투명하다.
홈플러스는 지난해 자산 유동화를 통해 투자금 1조3000억 원을 마련했다. 사진은 코너스 1호점 아시아드점 전경. /홈플러스 제공 |
2년 연속 실적 감소세를 보인 홈플러스로서는 대응책 마련이 절실할 수밖에 없다.
홈플러스의 2020회계연도(2020년 3월~지난 2월) 매출액은 6조9662억 원으로 전년 대비 4.6% 감소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933억 원으로 41.8% 줄었다.
지난 5월 '새로운 비전 제시'라는 막중한 미션을 받고 홈플러스 수장에 오른 이제훈 사장의 어깨도 무거워지는 형국이다.
홈플러스는 지난 5월 10일 이제훈 전 카버코리아 대표를 신임 대표 사장으로 선임했다. 이 사장은 취임 후 온·오프라인 경쟁력 강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해 모두를 아우르는 '올라인(All-line)' 강자로 거듭나겠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이 사장은 취임 후 최우선 실천 과제 제시한 △온·오프라인사업 강화를 통해 고객이 선호하는 쇼핑환경을 구축 △ESG 경영 강화 △직원과 적극적인 소통을 중심으로 일하는 방식과 문화를 바꾸고 내실을 강화하는 데 주력하겠다는 복안이다.
실제로 이 사장은 최근 사상 처음으로 자산유동화 대상 점포인 안산·대구·대전둔산·대전탄방·가야점과 더불어 임차계약만료로 폐점한 대구스타디움점 직원을 대상으로 300만 원이 위로금을 전달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이 같은 내부 변화에도 하반기 실적 전망은 밝지많은 않다. 코로나19 4차 대유행이 본격화해 소비심리가 위축된 만큼 하반기 성장세가 다소 둔화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조직 문화를 바꾸는 내부 변화와 더불어 트렌드에 맞춘 새로운 경영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미래형 유통 채널에 대한 준비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창고형 매장 전환 전략에 다시 탄력이 붙을 때까지 노사 간 상생문화를 견고히 다지고, 무엇보다 비대면·온라인 경쟁력을 높이는 데 주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minju@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