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26일 통화정책방향회의에서 현재 연 0.5%인 기준금리를 0.75%로 0.25%포인트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이덕인 기자

2년9개월 만에 금리 인상 

[더팩트│황원영 기자] 지난해 코로나19 여파로 사상 최저 수준(0.5%)까지 낮아진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올랐다. 기준금리가 오른 것은 2년9개월 만이다. 이로써 경기 방어 차원에서 한국은행(이하 한은)이 주도한 초저금리 시대가 마감했다. 금리 인상에 따른 경제적 여파도 거셀 전망이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는 26일 통화정책방향회의에서 현재 연 0.5%인 기준금리를 0.75%로 0.25%포인트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앞서 금통위는 지난해 3월 16일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침체에 대응해 기준금리 0.5%포인트를 한 번에 낮추는 이른바 빅컷(1.25%→0.75%)을 단행했다. 같은 해 5월 28일 추가 인하(0.75%→0.5%)를 통해 2개월 만에 0.75%포인트나 금리를 내렸다. 이후 기준금리는 지난해 7, 8, 10, 11월과 올해 1, 2, 4, 5, 7월 등 무려 아홉 번의 동결을 거쳐 마침내 15개월 만에 인상됐다.

금통위의 기준금리 인상 의결은 2018년 11월(1.50→1.75%) 이후 2년 9개월 만에 처음이다.

이번 금리 인상은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 대출), 빚투(빚내서 투자) 열기를 잠재우고 집값을 포함한 물가안정화를 위해 내린 조치로 분석된다. 코로나19 4차대유행에 따른 경기 악영향이 제한적이고, 부동산 가격 등 자산 가격 상승에 따른 금융 불균형도 심각하다는 판단에서다.

사상 유례없는 초저금리로 시중에 유동성은 높아졌지만 가계대출 증가와 인플레이션 우려가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실제 지난 2분기말 기준 가계신용(가계대출+판매신용) 잔액은 1805조9000억 원으로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03년 이래 최고치를 썼다. 1분기말 대비 41조2000억 원 늘어난 규모로, 매년 2분기 기준으로 최대 증가폭을 기록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가파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4월 2.3%를 기록한 후 4개월 연속 2%대를 기록했다. 7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6%로, 한국은행의 물가안정 목표치(2.0%)를 상회했다.

아울러 경기 회복세에 대한 자신감도 반영됐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에 속도가 붙으면서 불확실성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24일 기준 백신 1차 접종자 수는 2670만명으로 접종률은 52%를 기록했다.

한은은 지난 5월 처음으로 연내 기준금리를 인상하겠다는 뜻을 밝힌 후 지금까지 세 차례나 인상 의지를 분명히 해왔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달 금통위 직후 간담회에서 "경기 회복세, 물가 오름세 확대, 금융불균형 누적 위험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다음 회의 때부터는 통화정책 완화 정도의 조정이 적절한지 논의하고 검토할 시점이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한은은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4.0%로 유지했고, 소비자물가는 2.1%로 기존 전망치(1.8%)보다 0.3%포인트 높였다.

wony@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