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3일 오전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빠져나와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의왕=이동률 기자 |
경제는 먹고사는 일과 관련된 분야입니다. 한 나라의 경제가 발전하면 국민의 삶의 질이 높아지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이지요. [TF비즈토크]는 갈수록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경제 분야를 취재하는 기자들이 모여 한 주간 흥미로운 취재 뒷이야기들을 생생하게 전달하기 위해 만든 코너입니다. 우리 경제 이면에서 벌어지고 있는 다양한 사건들을 들여다보기 위해 현장을 누비고 있는 <더팩트> 성강현·최승진·장병문·서재근·황원영·이성락·윤정원·문수연·최수진·정소양·이민주·한예주·박경현 기자가 나섰습니다. 지난 한 주 동안 미처 기사에 담지 못한 경제계 취재 뒷이야기를 지금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롯데·신세계·현대 등 백화점 3사 2분기 실적 '승승장구'
[더팩트|정리=윤정원 기자] -지난 한 주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자못 웃음꽃이 피었습니다. 그동안 설·추석 연휴, 어린이날에만 적용되던 대체공휴일이 국경일인 3·1절, 광복절, 개천절, 한글날에 확대 적용되면서인데요. 오는 16일도 빨갛게 색칠되면서 코로나19 확산에 지친 심신을 모처럼 달랠 수 있게 됐기 때문입니다.
-광복절을 맞이하면서 경제 분야도 상당히 소란스러웠습니다. 바로 광복절 가석방 때문인데요. 지난 13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 등이 가석방으로 풀려나는 데 따른 재계와 국민들의 관심은 상당히 뜨거웠습니다. 특히 이재용 부회장을 두고는 "기득권의 특권"이라는 비판과 "경제 활성화"라는 긍정적인 견해가 상충하고 있고요.
-유통업계에서는 백화점들의 호실적 발표가 눈길을 끈 한 주였죠. 다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창궐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는 여전한 분위기입니다. 증권가에서는 공모주 청약 열풍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롯데렌탈, 아주스틸, 브레인즈컴퍼니 등 3종목이 함께 청약을 진행했던 날에는 롯데렌탈이 체면을 약간 구기기도 했습니다.
광복절을 앞두고 가석방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3일 오전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의왕=이동률 기자 |
◆ 다시 돌아온 삼성 수장…이재용 경영 복귀에 재계 기대감↑
-우선 가장 '핫'했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가석방 건부터 살펴보죠. 이재용 부회장은 법무부 결정에 따라 13일 가석방으로 풀려나게 된 상황인데요.
-맞습니다. 이재용 부회장은 13일 오전 10시 5분쯤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빠져나왔습니다. 취재진과 마주한 이재용 부회장은 가장 먼저 "국민 여러분께 너무 큰 걱정을 끼쳐드렸다. 정말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습니다.
-이재용 부회장이 출소 직후 어디로 향할지도 관심사였다면서요?
-첫 행선지에 따라 향후 행보와 관련해 다양한 해석이 가능했기 때문인데요. 당초 건강 상태 등을 고려해 자택에서 휴식을 취하며 몸을 추스를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습니다. 나아가 당분간 잠행을 이어가며 몸을 낮출 것이라는 예상도 나왔죠. 그러나 이재용 부회장은 집무실이 있는 삼성 서초사옥으로 향했습니다.
-재계는 이재용 부회장이 곧바로 경영에 복귀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봤는데요. 이재용 부회장이 사과와 함께 "저에 대한 걱정, 비난, 우려, 그리고 큰 기대를 잘 듣고 있다. 열심히 하겠다"고 말한 것도 경영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죠. 이재용 부회장은 사장단과 만나며 자리를 비웠던 207일 동안 쌓인 현안 파악에 나선 것으로 보입니다.
-얼마나 마음이 다급했으면 그랬을까 싶기도 합니다. 요즘 반도체 시장의 변동성이 심해서 삼성전자 주식을 가진 500만 동학개미들의 마음고생도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이재용 부회장이 돌아옴에 따라 삼성 내 어떠한 변화가 일어날까요?
-'총수 부재' 불확실성을 해소한 것은 큰 의미를 지니는데요. 의사결정의 구심점이 강화돼 주요 사업에 대한 공격적인 행보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재계에서는 이재용 부회장 가석방이 결정되자 지지부진했던 대규모 투자 건이 해결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죠. 구체적으로 부지를 확정하지 못한 삼성전자의 미국 반도체 공장 신·증설 건이 조만간 결론이 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제기됐습니다. 삼성SDI의 미국 배터리 신규 공장 건도 마찬가지고요. '사법리스크'로 인해 2016년 미국 자동차 전장기업 하만 인수 이후 중단됐던 대규모 인수합병(M&A)이 이뤄지며 미래 사업 준비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불거지고 있습니다.
-사면이 아닌 가석방인 탓에 이재용 부회장이 경영 활동에 집중하지 못할 것이란 의견도 나오던데요.
-가석방은 남은 형기 동안 재범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조건에 임시로 풀어주는 '조건부 석방'입니다. 이재용 부회장에게 취업제한이 적용되는데요. 경제단체들이 가석방보단 사면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죠. 재계는 좋지 않은 여건에서 이재용 부회장이 어떠한 방식으로 경영 보폭을 넓힐지 주목하고 있는데요.
-삼성전자가 반도체 글로벌 패권 경쟁에서 밀리며 위기를 겪고 있고, 스마트폰 사업도 중국 샤오미가 턱밑까지 쫓아오며 1위 자리를 위협받고 있는 등 급박한 상황을 고려하면, 이재용 부회장은 여러 경영상 어려움을 돌파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이네요.
-정부가 이재용 부회장에게 '국민 경제 기여'라는 역할을 부여했다는 점도 공식 활동을 재개하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란 관측에 무게를 싣게 하는 부분이죠.
-앞서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국가적 경제 상황과 글로벌 경제 환경에 대한 고려 차원에서 이재용 부회장이 가석방 대상에 포함됐다"고 설명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가석방에 대해 "엄중한 위기 속에서 반도체와 백신 분야에서 역할을 기대하며 가석방을 요구하는 국민들도 많다"며 "국익을 위한 선택으로 받아들이며, 국민들께서도 이해해주시기를 바란다"고 말했고요. 이러한 발언을 놓고 보면, 당분간 이재용 부회장의 행보는 반도체 경쟁력 강화와 백신 수급 문제 해결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이네요.
코로나19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유통업계가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 격상에 따른 소비 위축을 우려하고 있다. /임영무 기자 |
◆ 유통업계, '선방'은 했다만…역대 최고 확진자에 '덜덜'
-이번에는 유통업계 소식을 들어보겠습니다. 대표적인 오프라인 유통 플랫폼 백화점 3사가 2분기 실적 발표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면서요.
-네, 3사 모두 호실적을 기록했습니다. 롯데백화점(별도 기준)은 매출 7210억 원, 영업이익은 620억 원을 기록했고요. 매출과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8.2%, 40.9% 늘었습니다. 신세계백화점(별도 기준) 역시 매출 4969억 원, 영업이익 670억 원을 달성했습니다. 영업이익은 역대 최고치를 찍었습니다. 현대백화점도 매출 8638억 원, 영업이익 577억 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실적이 크게 개선됐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발 이전인 2019년과 비슷한 수준으로 실적이 회복됐다는 평가가 나온다는데, 업계에서는 호실적에도 우려를 내놓고 있다면서요?
-최근 국내에서 다시 코로나19 확진자가 증가하면서 수도권을 중심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4단계로 격상됐기 때문입니다. 소비자들의 외부 활동이 어려워지면 자연스럽게 매장에는 손님 발길이 끊기겠죠. 오프라인 매장은 방문자 수치가 곧 매출입니다. 실적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 가운데 하나죠.
-특히, 백화점 방문자는 장을 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들려야 하는 마트 방문자와는 소비 패턴이 다르지 않습니까? 꼭 오늘 들리지 않아도 되는 장소인 거죠. 업계 한 관계자는 "이제 막 나아지려고 하는데 상황이 악화돼 걱정이에요. 당장 7~8월엔 아무래도 거리두기 영향을 받을 것 같고, 추석 때도 어떻게 될지 감도 안 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특히 걱정인 곳이 있다면서요.
-신규 점포 개관을 앞둔 롯데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이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습니다. 롯데백화점은 오는 20일 경기도 화성시에 '동탄점'을, 신세계백화점은 오는 27일 대전에 '아트앤사이언스점'를 오픈합니다. 신규 점포는 초반 분위기와 입소문이 중요한데, 거리두기가 시행되고 있어 흥행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크죠.
-또, 지역 특성상 두 점포 모두 가족 단위 고객을 주 타깃으로 잡았습니다. 그런데 아시다시피 자녀를 둔 고객들은 확진자가 많이 나오는 시기에 유동인구가 많은 장소 가는 것을 꺼리거든요. 뚜껑을 열어봐야 제대로 알 수 있겠지만 방문객이나 매출 모두 이들 백화점의 목표치에 도달하기 어렵다는 시각이 많습니다.
-다행인 것은 백신 접종률이 높아지면 외부활동이 다시 늘어나고 소비심리가 되살아날 것이라는 희망도 존재한다는 점이겠군요. 유통업계가 코로나19로 인한 불황을 이겨내고 반등에 성공할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하>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