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을 앞두고 가석방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3일 오전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이동률 기자

207일 만에 풀려난 이재용 "비난·기대 잘 듣고 있다, 열심히 하겠다"

[더팩트ㅣ이성락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3일 가석방으로 풀려났다. 지난 1월 국정농단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재수감된 지 207일 만이다. 이재용 부회장은 자신을 향한 "'비난'을 잘 듣고 있다"는 반성의 메시지와 함께 "큰 기대 또한 잘 듣고 있다"며 향후 기대에 부응하는 경영 활동을 펼쳐나가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이재용 부회장은 이날 오전 10시 5분쯤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가석방 출소했다. 이재용 부회장은 출소 직후 "국민 여러분께 너무 큰 걱정을 끼쳐드렸다. 정말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후 "저에 대한 걱정과 비난, 큰 기대를 잘 듣고 있다. 열심히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이재용 부회장은 자신의 향후 경영 행보에 대한 취재진의 질문에는 구체적으로 답하지 않았다. 재계는 이재용 부회장이 당분간 자택에 머물며 악화된 건강을 관리하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이재용 부회장은 수감되기 전보다 크게 야윈 모습으로 구치소를 빠져나왔다. 그는 지난 4월 급성충수염으로 응급수술을 받은 바 있다.

현재 재계에서는 이재용 부회장이 수원에 있는 고(故) 이건희 회장의 선영에 방문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지난해 10월 영결식을 치른 뒤 12월에 49재 등을 지냈지만, 올해 들어 선영을 찾지 못했다.

또한, 휴식을 취하며 업무 보고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 내부는 업무 보고 준비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용 부회장이 7개월가량 자리를 비운 사이 반도체, 스마트폰 등 주요 시장 상황이 급변해 신속한 현안 파악이 요구된다. 이재용 부회장이 다음 주 열리는 삼성의 전자계열 사장단 회의에 모습을 드러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재용 부회장이 풀려나면서 재계의 관심은 그의 첫 행보에 쏠리고 있다. 사진은 이재용 부회장이 지난해 10월 서울 강서구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를 통해 베트남으로 출국하는 모습. /뉴시스

아울러 이재용 부회장이 오는 17일 열리는 삼성준법감시위원회 정기회의에 참석하며 준법경영 강화 의지를 재차 드러낼 것이라는 예상도 제기된다.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 1월 구속된 지 나흘 만에 공개한 첫 메시지에서도 삼성준법감시위원회가 흔들림 없이 운영될 수 있도록 지속 지원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날도 "국민들의 걱정과 비난을 잘 듣고 있다"고 밝힌 만큼, 신뢰 회복을 위한 행보는 점점 더 강화될 전망이다.

다만, 이재용 부회장이 당장 사업장 방문에 나설 지는 미지수다. 사면이 아닌 가석방 상태에서 많은 활동 제약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석방 명분이 '경제 회복'인 만큼 공식 활동을 재개하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적지 않다. 이날 이재용 부회장이 "큰 기대를 듣고 있다. 열심히 하겠다"고 밝힌 대목은 경영 복귀가 예상보다 빨라질 수 있다는 것으로 해석할 여지가 크다.

삼성전자의 20조 원 규모 미국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공장 건설, 삼성SDI 첫 미국 배터리 공장 신설 등 대규모 투자 건이 눈앞에 놓였다는 점도 이재용 부회장의 빠른 경영 일선 복귀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주요 사업과 관련해 첫 방문지로는 평택 반도체 사업장이 꼽히고 있다.

인천 송도에 있는 삼성바이오로직스 모더나 코로나19 백신 위탁생산 현장을 방문할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모더나의 백신 수급은 이재용 부회장이 떠맡을 핵심 현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백신 수급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세계 백신 허브 역할을 맡아주길 기대하고 있다.

rocky@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