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는 28일 오후 2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조직 개편안을 논의하기 위해 온라인 공청회를 열었다. /유튜브 캡처 |
다음 달 말 최종안 확정
[더팩트ㅣ최승현 인턴기자] 한국토지주택공사(LH) 조직 개편안을 두고 전문가들의 견해가 갈리고 있다. 정부가 유력 검토 중인 모회사와 자회사로 구분하는 '지주사 전환 체제'에 동의하는 의견이 있는 반면, 조직을 분사하면 협업에 차질이 생길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국토교통부는 28일 오후 2시 LH 조직 개편안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온라인 공청회를 개최했다. 정부는 이날 관계 전문가들을 초청하고 LH 조직 개편의 기본 방향과 혁신방안에 대해 대안별 검토를 진행했다.
앞서 LH 조직 개편안은 총 3개 안이 나왔다. △토지 부문과 주택·주거복지 부문을 분리하는 1안(병렬) △주거복지 부문과 토지·주택 부문으로 분리하는 2안(병렬) △주거복지 부문 아래로 토지·주택 부문을 자회사로 두는 3안(수직)이다.
정부는 3안에 해당하는 지주사 전환 체제에 무게를 싣고 있다. 기존에 문제시됐던 부동산 투기 사태를 방지할 수 있고 LH의 본래 기능인 공공성을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LH가 3안으로 개편되면 자회사인 토지·주택 부문이 모회사인 주거복지 부문에 포섭돼 통제 기능이 강화된다. 공공성도 확대된다. 수익성보다는 주거복지 부문이 중심이 돼 토지·주택 부문 사업을 추진할 수 있어서다.
전문가들도 1·2안보다는 3안에 동의하는 분위기다. 1안의 경우, 사업 협업이 이뤄져야 하는 주택 부문과 토지 부문이 분리돼 사업 추진 시 비효율이 발생한다. 2안은 토지·주택 부문의 권한 집중이 그대로 유지되는 한계가 있다. LH 조직 개편안의 핵심인 부동산 투기 사태 재발을 방지하기 위한 통제가 어렵다는 지적이다.
김갑순 동국대학교 회계학부 교수는 이날 공청회에서 "정부가 제시한 개편안 중에서는 3안이 가장 바람직해 보인다. 주거복지 부문을 모회사로 하는 것은 LH의 목적이 주거복지 향상에 있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주거복지 부문이 모기업이 됨으로써 주거복지 부문에 더 많은 권한과 자본이 모여 사업 추진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갑순 동국대학교 회계학부 교수가 이날 공청회에서 LH 조직 개편안이 필요하다고 발언하고 있다. /유튜브 캡처 |
윤명 소비자시민모임 사무총장은 "3개 안 중에는 3안이 그나마 현실적인 대안처럼 보인다. 공공성을 담당하는 주거복지 부문을 상위기관에 두는 구조라면, LH의 이상적인 가치를 실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모기업이 갖는 위상과 역할, 주거복지의 개념이 명확하게 제시돼야 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공청회에선 3안을 반대하는 의견도 나왔다. 같은 회사인 모회사가 자회사를 감시한다는 게 가능할지 의문이라는 지적이다. 모회사와 자회사로 분리되면 오히려 협업을 추진해야 하는 주거복지와 주택 부문이 협의 과정에서 차질을 빚을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됐다.
백인길 대진대학교 도시공학과 교수는 "애초에 주거복지와 주택 부문은 떼어놓을 수 없다. 주거복지 부문을 떼어놓는 것은 아예 토지·주택 부문에 수익성을 추구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해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분사한다고 해서 조직 개편이 이뤄질지는 의문이다. 그보다는 LH 기존 기능을 어떻게 간소화하고 핵심 기능을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현수 단국대학교 도시계획부동산학부 교수는 "토지·주택 부문이 모회사의 통제를 받게 되면 구성원의 내부에서도 반발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첨언했다.
정부는 이날 공청회에 이어 다음 달 중 제2차 공청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후 다음 달 말 공청회 의견을 검토해 정부안을 결정, 이를 토대로 국회 등 관계기관 협의를 거쳐 최종안을 확정할 방침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번 공청회에서 제시된 의견을 고려해 조속한 시일 내 LH 조직 개편안을 확정하고 관련 법안이 정기 국회에서 논의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shc@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