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부 상품 우대금리 조건 까다로워[더팩트│황원영 기자] 저축은행이 앞다퉈 예적금 금리를 높이고 있다. 2%대 이자를 제공하는 특별판매(특판) 상품도 내놨다. 주식 투자와 대형 공모주 청약 등으로 빠져나간 자금을 다시 회수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우대금리를 받기 위해서는 보험에 가입하거나, 카드 실적을 쌓는 등 까다로운 조건을 맞춰야 해 소비자들의 불만도 제기되고 있다.
16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웰컴저축은행은 이달 초 정기예금 금리를 연 최대 2.3%로 올렸다. 기존 대비 0.2%포인트 오른 수준이다. 상상인저축은행은 자사 디지털 플랫폼 뱅뱅뱅 출시 1주년을 맞아 일부 정기예금 상품 금리를 기존 연 1.7%에서 연 2.21%로 인상했다. JT친애저축은행과 우리금융저축은 각각 2.05%, 2.25% 금리를 제공하는 비대면 정기예금 상품을 출시했다. 앞서 지난달에는 SBI저축은행이 정기 예금상품 금리를 연 1.6%에서 1.8%로 0.2%포인트 높였다.
이에 따라 저축은행 예적금 금리는 1% 후반~2%대를 기록하게 됐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지난달 저축은행 79개사 평균 정기예금 금리는 1.81%다. 1% 초반대인 시중은행 대비 높은 수준이다.
수신금리가 높아짐에 따라 저축은행으로 머니무브(자금이동)도 가속화하고 있다. 예금보험공사 통계에 따르면 3월 말 기준 저축은행 부보예금(예금보험공사의 보호대상 예금에서 예금자가 정부·지방자치단체·부보금융회사인 경우 제외)은 76조4000억 원으로 지난해 12월 말(71조3000억 원) 대비 7.1% 증가했다. 2008년 3월 말 증가율(7.2%) 이후 최고 증가율이다. 이 기간 전체 부보예금이 2.2% 증가하는 데 그친 것과 비교하면 성장세가 더욱 눈에 띈다.
저축은행이 특판과 금리 인상에 나선 것은 유동성 관리 차원이다. 이달 말부터 다음 달 초까지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 크래프톤 등 대형 공모주 청약이 예정돼 있다. 공모주 투자자가 자금을 대거 인출할 경우를 대비해 타업권 대비 높은 수신금리로 자금 화보에 나선 것이다.
청약 종료 후 환불된 금액을 끌어모으기 위한 목적도 있다. OK저축은행의 경우 OK파킹대박통장 금리를 일시적으로 0.5%포인트 올렸다. 해당 계좌를 은행이나 증권사 오픈뱅킹에 등록하면 연 0.2% 우대금리를 추가한다.
오는 9월 말 끝나는 정부 규제 완화 조치도 원인으로 작용한다. 정부는 코로나19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은행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과 예대율 규제 역시 일시적으로 소폭 완화했다. 해당 조치가 끝나기 전에 미리 자금을 확보해 두려는 것이다.
다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주의가 필요하다. 금융감독원 금융상품통합비교공시를 살펴보면 15일 기준 페퍼저축은행 페퍼룰루 2030적금은 최대 5.0% 이자를 제공한다. 이 중 1.5%가 우대이율인데 자동이체뿐 아니라 마케팅 상품서비스 동의 없이는 적용받을 수 없다.
DB저축은행은 3.10%를 제공하지만 만기 전 DB손해보험 다이렉트 인터넷 자동차보험(30만 원 이상)에 가입해야 이 같은 이율이 적용된다. 이 밖에 신규 가입, 체크카드 실적 충족, 평균잔액 유지 등 각각 우대조건을 내걸고 있어 실질적인 이율은 공시보다 낮아질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금리가 높은 일부 상품의 경우 예치 가능 금액이 낮다"며 "특판과 수신금리 확대로 마케팅, 고객 유입 등의 효과를 노리려는 목적이 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wony@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