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 매각에 성공한 한샘이 스마트홈 선도 기업으로 체질개선에 성공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모인다. /남용희 기자 |
IMM PE에 지분 넘긴다…업계 "온라인채널 경쟁력 제고 기대"
[더팩트|이민주 기자] 국내 1위 종합가구 인테리어 업체 한샘이 50년 만에 새 주인을 찾았다.
두 번째 시도 만에 사모펀드 품에 안긴 한샘이 온라인에 기반을 둔 사업포트폴리오 강화에 속도를 내고 스마트홈 산업을 선도하는 기업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한샘은 전날(14일) 창업주이자 최대 주주인 조창걸 명예회장과 그의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지분을 매각하는 것을 골자로 사모펀드 운용사 IMM프라이빗에쿼티(IMM PE)와 지분 양수도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IMM PE는 양해각서에 따라 독점적 협상권을 부여받았으며, 향후 한샘에 대한 실사를 진행하게 된다. 양측은 하반기 중에 지분 양수도를 위한 본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며, 이 경우 한샘 대주주는 IMM PE로 바뀐다.
매각 대상은 조 명예회장과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한샘 주식 각각 15.45%, 30.21%다. 한샘이 제시한 가격은 주당 22만 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 전체 매각 대금은 1조5000억 원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샘이 인수·합병 시장 매물로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한샘은 과거에도 매각을 추진하다 실패한 바 있다.
업계에 따르면 한샘은 그간 물밑에서 매각 협상을 꾸준히 진행해왔다. 2년여 전에는 글로벌 사모펀드 칼라일, 국내 사모펀드 MBK파트너스 등과 매각 협상을 추진했으나 막바지 가격 협상에 실패했다. 이후 일각에서는 한샘이 신세계그룹, 현대백화점그룹(현대리바트) 등에 매각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업계에서는 △후계자 부재와 △급변하는 시장환경을 매각 배경으로 꼽는다.
한샘 창업주 조 명예회장은 1939년으로 고령이지만, 그의 뒤를 이을 만한 슬하의 자녀(1남 3녀)가 없다. 장남 조원찬 씨는 지난 2002년 사망했으며, 세 자매 역시 회사 경영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
온라인 쇼핑몰, 스마트홈 등 빠르게 변하는 시장 환경도 이번 M&A 성사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코로나19 반사이익으로 한샘의 매출액은 2조637억 원으로 전년 대비 27.1% 늘어났다. /임영무 기자 |
지난해 코로나19로 집안에서 다양한 경제활동이 이뤄지는 일명 '홈코노미'가 떠오르면서 한샘을 포함한 가구업계가 큰 수혜를 입었다.
한샘의 지난해 매출액은 2조673억7100만 원으로 전년 대비 21.7% 신장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66.7% 늘어난 929억7300만 원이다. 3년 만에 2조 원 고지를 밟으며 턴어라운드에 성공했다. 한샘의 올해 1분기 매출액은 5531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2% 늘어났다.
점차 치열해지는 가구 업계 경쟁 구도 역시 '새 주인 맞이' 필요성을 키웠다는 평가다. 국내 가구업계는 지난 2014년 '가구공룡' 이케아의 국내 진출로 격변기를 맞이했다. 이케아는 이후 국내에서 줄곧 호실적을 내며 매장을 지속해서 늘리고 있다. 코로나로 비대면 트렌드가 자리 잡은 가운데 '오늘의 집'과 같은 온라인 쇼핑몰도 급성장했다.
특히, 업계는 IMM PE가 대주주 명단에 이름을 올린 기업들의 사업구조에 주목한다. IMM PE는 온라인 가구 유통 사업을 전문으로 하는 오하임아이엔티의 대주주다. 한샘이 보유한 오프라인 판매처와 IMM PE가 보유한 오아임아이엔티의 온라인채널이 상호 긍정적인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강승수 한샘 회장 역시 올해 신년사에서 "온라인과 디지털 기술 기반의 리모델링 사업을 중심으로 중기에 오는 2027년까지 국내 시장 10조 원을 돌파하겠다는 중기목표와 전략을 분명히 했다"며 "장기적으로 미래사업으로 다가오는 디지털 시대에 맞는 스마트홈과 스마트시티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선제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박세라 신영증권 연구원은 "IMM PE는 인테리어 제품을 외주제작하고 온라인에서 판매하는 기업 오하임아이엔티의 지분 36.24%를 보유하고 있는 대주주"라면서 "한샘 인수 시 안정적인 판매처를 확보함과 동시에 한샘은 온라인채널 강화 측면에서 서로 긍정적인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주택시장 침체 등으로 한샘 기업가치가 부침을 겪었으나, 코로나 덕분에 한샘이 성장성을 인정받았다"며 "후계 문제로 고민하던 조 명예회장으로서는 매각이 숙제와 같았고, 지금이 한샘의 기업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는, 매각의 적기라고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minju@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