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기존 '30년'에서 더 나아가 '40년' 만기 초장기 모기지 상품을 선보인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정부가 집값은 다 올려놓고 장기 대출상품을 내놓아 국민들에게 '평생 빚'을 씌우는 것 아니냐는 불만이 잇따르고 있다. /더팩트 DB |
7월 1일 청년·신혼부부 대상 모기지 상품 출시…'세대갈등' 조장 지적도
[더팩트|윤정원 기자] 금융당국이 내달 '40년' 만기 초장기 모기지 상품을 선보이기로 한 가운데 민심이 들끓고 있다. 정부가 집값 안정화에 힘을 쏟는 게 아니라 오히려 국민들의 대출을 장려한다는 지적이다.
20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오는 7월 1일부터 만 39세 이하 청년과 혼인 7년 이내의 신혼부부는 40년 만기 고정금리인 보금자리론과 적격대출을 이용할 수 있게 된다. 지원한도의 경우 보금자리론 3억6000만 원. 적격대출 5억 원이다. 기존 보금자리론 한도는 3억 원이다. 최소 대출금리는 6월 기준 보금자리론 2.9%, 적격대출 3.0%다. 적격대출의 경우 금리가 은행별로 상이해 최대 3.84%까지도 올라간다.
금융당국은 금번 40년 모기지 도입으로 청년·신혼부부의 내집마련에 따른 원리금 상환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기존 보금자리론을 통해 시가 6억 원 주택을 구입할 때, 기존 30년 만기(금리 2.85%)를 적용하면 월상환액이 124만1000원이다. 하지만 40년 만기(금리 2.9%)를 선택하면 월 상환액이 105만7000원으로, 14.8% 줄어들게 된다. 아울러 당국은 40년 모기지는 만기 내내 고정금리로 제공되기 때문에 부담이 덜하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초장기 모기지 상품에 대한 실효성에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다. 현재의 집값 수준을 감안하면 40년 모기지가 청년층의 주거 사다리 역할을 하기에는 역부족이란 지적이다. KB월간 통계에 따르면 지난 달 기준 서울의 중소형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9억9585만 원이다. 전용 60㎡ 이하 소형 아파트로 눈을 낮춰도 매매가격은 7억8496만 원 수준이다.
무작정 대출 만기를 늘리는 것은 위험하다는 지적도 불거진다. 30세에 보금자리론을 이용한다고 가정하면 70세까지도 매월 100만 원을 넘어서는 원리금을 상환해야 하는 상황으로, 다소 현실성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대한민국의 가계대출 수준은 이미 임계치를 넘어섰는데 빚을 조장하는 정부가 옳은 것이냐는 비판도 있다. 올해 1분기 말 국내 가계부채는 1765조 원에 달한다. 역대 최고액을 갱신했다. 지난해 말 기준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중 또한 103.8%에 이른다.
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와 관련 기사 댓글 등에도 성난 민심은 고스란히 드러난다. "집값을 떨어뜨려 줘야지 대출을 지원해주면 어쩌나", "평생 노예 만들려고 작정한 건가. 대출만 갚다 늙어 죽겠다"는 식이다. 청년·신혼부부에 혜택이 국한된 점과 관련해 세대 간 갈등을 조장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무주택 40대가 제일 서럽다. 청년·신혼부부만 국민이냐", "마음에 드는 정책 상품은 아니지만 일단 또 중장년층은 배제됐다"는 토로가 이따금 눈에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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