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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도 편히 못 간다" 요기요 라이더, '차별적 등급제'에 반발
입력: 2021.06.08 15:30 / 수정: 2021.06.08 15:58
요기요 라이더들이 8일 요기요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본사가 라이더에 등급을 매겨 차별적 대우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민주 기자
요기요 라이더들이 8일 요기요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본사가 라이더에 등급을 매겨 차별적 대우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민주 기자

규탄 기자회견 열어…요기요, 매각 앞두고 라이더 반발에 발목 잡힐까

[더팩트|이민주 기자] 요기요 배달원들이 본사가 '라이더 등급제'를 차별적으로 운영하고 있다며 거리로 나섰다.

이들은 요기요가 라이더에 1~4등급을 매기고 있다며, 라이더들은 등급이 떨어질까 휴식 때조차 마음 편히 쉴 수 없다고 주장했다.

라이더유니온은 8일 서울 서초구 딜리버리히어로 코리아 본사 앞에서 '요기요 라이더 방치하는 딜리버리히어로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딜리버리히어로는 국내에서 요기요 등을 운영하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현직 요기요 라이더와 라이더유니온 조합원 7명이 참석했다. 'DH는 요기요 매각과정에서 라이더 처우 보장하라', '일하다 아프면 쉬자', '매각핑계 AI핑계 그만', '등급제도 개선하라', '멍청한 AI 개선하라', '조리대기 개선하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기자회견에 나선 조합원들은 독일 딜리버리히어로 본사에 전달할 라이더 항의서한도 공개했다.

탄원서에는 인공지능(AI)과 등급제 등에 대한 라이더들의 불만 및 개선 요구사항이 담겼다. 이들은 이날 기자회견이 끝난 후 딜리버리히어로 코리아 대외협력팀장에 항의서한을 전달했다.

이들은 등급제로 인해 라이더들이 화장실도 편히 가지 못할 정도로 혹사당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라이더유니온에 따르면 요기요 라이더는 근무 스케줄을 일주일 전에 미리 신청하고 이 시간에만 일을 할 수 있다. 스케줄은 1~4등급까지 회사가 매긴 등급에 따라 순차적으로 신청할 수 있다. 1등급이 먼저 근무시간을 선택하고 2등급이 남은 시간 중에서 선택하는 방식이다.

라이더유니온은 요기요 운영사 딜리버리히어로가 매각 과정에서 라이더들의 처우를 나몰라라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민주 기자
라이더유니온은 요기요 운영사 딜리버리히어로가 매각 과정에서 라이더들의 처우를 나몰라라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민주 기자

그러나 본사가 등급 산정 기준을 공개하지 않아 라이더들이 등급 유지를 위해 비효율적으로 일을 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라이더들은 용변이 급해도 편하게 화장실을 갈 수 없고, 사고가 나도 치료에 전념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자신을 '등급제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현직 요기요 라이더도 참석했다. 김모 씨에 따르면 지난달 배달 일을 하던 중 교통사고를 당했고, 발목을 다쳤지만 등급이 떨어질 까 배달에 복귀하려 했다. 그러나 요기요 측에서 '사고 때문에 등급이 떨어질 일은 없다'고 설명했고 이에 일을 이틀간 쉬었으나 곧바로 등급이 1등급에서 2등급으로 떨어졌다. 김 씨는 등급 하락에 따라 월수입이 많게는 수백만 원까지 줄어든다고 밝혔다.

라이더유니온은 "라이더들은 얼마나 열심히 일해야 등급이 유지되는지 알 수가 없다. 사고 수습을 위해 쉬어도 된다고 해서 쉰 라이더조차 4등급까지 추락한 일이 있었다"며 "등급이 떨어지는 것이 두려워 휴식도 편히 쓰지 못하고 화장실도 못 가는 라이더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사측은 인공지능이 등급을 판단하기 때문에 자신들도 알 수가 없으며 개선이 힘들다고만 말하지만 회사도 모르는 기준을 라이더가 어떻게 충족하겠냐"며 "우리는 다만 화장실이 급하면 걱정 없이 화장실에 가고 사고가 나면 치료에 전념할 수 있게만 보장해달라는 것뿐"이라고 호소했다.

박정훈 라이더유니온 위원장은 "알 수 없는 AI 알고리즘 때문에 라이더들이 요기요를 떠나고 있다. 회사가 매각되더라도 라이더의 삶은 계속된다"며 "우리가 원하는 것은 땀 흘려 일한 만큼 정당한 보상을 받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요기요 라이더는 이날 딜리버리히어로 코리아 측에 독일 DH에 보내는 항의서한을 전달했다. /이민주 기자
이에 요기요 라이더는 이날 딜리버리히어로 코리아 측에 '독일 DH에 보내는 항의서한'을 전달했다. /이민주 기자

그러면서 이들은 등급제 개선과 휴식권 보장 등을 요구했다. 구체적으로 등급 산정 기준과 등급이 떨어질 경우에는 사유를 알려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사고나 질병 등으로 일을 하지 못할 경우에는 입증서류를 내면 등급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고, 불합리한 이유로 등급이 떨어진 경우 라이더에게 소명할 기회를 달라고 했다.

라이더유니온은 "공정거래위원회는 딜리버리히어로에 배민 인수를 승인하면서 배달원의 근무 조건을 예전보다 불리하게 설정하지 말 것을 명령했지만, 요기요는 사실상 이 명령을 위반하고 있다"며 "보다 못한 라이더들이 오늘 일터를 지키기 위해 나섰다. 사측은 회사를 살리기 위한 대책을 라이더들과 함께 논의해야 한다.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단체행동에 돌입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요기요 측은 라이더에게 혜택을 주기 위해 '라이더 배치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총 주문처리 건수, 누락률, 노쇼 등의 요소를 고려해 1주일 단위로 우수 라이드들에게 배치 스케쥴 우선 선택 혜택을 주고 있으며, 구체적인 산정 기준 등은 이를 악용할 소지가 있어 공개할 수 없다는 견해다.

딜리버리히어로 코리아 관계자는 "요기요를 배달을 많이 수행하는 라이더에게 혜택을 주기 위한 제도이며, AI나 시스템 자체는 독일 본사에서 설계·운영하는 것"이라며 "등급 산정 기준이 알려지면 이를 악용하는 사람이 나올 수 있기 때문에 공개하는 것은 어렵다. 사고로 인해 등급이 떨어진 금번 사례의 경우 일 처리 과정에서 생긴 실수 때문이며, 이를 확인하고 시정했다"고 말했다.

minju@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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