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GS25가 '남혐 논란' 여파가 가시기도 전에 '파오차이 표기 논란'까지 더해지면서 곤욕을 치르고 있다. /이민주 기자 |
'남혐'에 '파오차이 표기' 논란까지…업계 "책임 있는 자세 필요"
[더팩트|이민주 기자] GS25가 잇단 악재로 곤욕을 단단히 치르는 모양새다.
'남성혐오(남혐) 논란' 여파가 가시기도 전에 이번에는 김치를 '파오차이'로 표기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말 그대로 이중고를 겪고 있다. 일각에서는 "잇단 논란에도 회사 측이 소극적인 대응으로 일관한다"는 쓴소리까지 나온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GS25는 판매 중인 '스팸 계란 김치볶음밥 주먹밥' 제품의 중국어 표기에서 '김치'를 '파오차이'로 표현했다는 내용의 글이 올라왔다. 게시물 작성자는 "영어, 일본어(는) 다 김치인데, 중국어로는 파오차이 볶음밥이 되네요"라며 "페미(니즘)에 이어 짱XX라니 가지가지 한다"고 지적했다.
파오차이는 중국식 절임 채소를 뜻하는 말로 최근 중국에서 문화 동북공정을 내세우며 우리나라의 김치도 파오차이라고 주장하면서 논란이 불거진 바 있다.
'파오차이 논란'에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다시금 GS25 불매운동이 거세지는 분위기다. 심지어 지난 2019년 MZ세대를 중심으로 확산한 일본 불매 운동 슬로건까지 유통가에 다시 등장했다. 대상은 '일본'이 아닌 'GS25'다.
주요 포털 및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Gㅏ지 않습니다. Sㅏ지 않습니다. GS칼텍스와 GS샵 역시 가지도 않고 사지도 않습니다"(ajab***), "남혐이야 그러러니 했지만 김치는 아니다. 손절한다"(carl****), "주변에도 (GS25) 불매를 권해야겠다"(king****) 등 불매운동 동참 의지를 밝힌 누리꾼들의 볼멘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남혐 논란' 사태를 수습도 하기 전에 또다시 악재를 맞은 GS25는 "해당 상품은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 편의를 위해 상품 라벨에 영어·일어·중국어 제품명을 병기하고 있다"라며 해명에 나섰지만, 누리꾼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GS25는 문제가 된 스팸계란김치볶음밥 주먹밥을 비롯해 김치가 들어간 김밥, 주먹밥류 판매를 중단하고, 내부 전산망을 통해 '김치에 대한 외래어 표기'로 판매가 금지됐습니다. 매대에서 상품을 제거해 주시기 바랍니다'라는 공지글을 올린 상태다.
GS25는 앞서 지난달 1일 SNS를 통해 '캠핑가자 이벤트' 포스터를 공개한 이후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포함된 이미지가 '남혐'을 표현하는 상징이라는 지적이 제기된 바 있다.
누리꾼들은 포스터 속 '손가락' 이미지가 '메갈리아' 로고를 표현한 것이며, 소시지는 '남성의 성기'를 표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메갈리아는 남성 혐오와 극단적인 페미니즘을 표방한 온라인 커뮤니티다.
GS25는 판매 중인 '스팸 계란 김치볶음밥 주먹밥' 제품의 중국어 표기에서 김치를 '파오차이'로 표기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상품 설명 부분에 김치의 중국어 표기가 '파오차이'로 돼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
일각에서는 이번 논란과 관련, GS25 측의 대처를 두고도 "미흡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GS25는 파오차이 논란과 관련, 회사 차원의 해명문이나 사과문을 내놓지 않고 있다.
남혐 논란이 불거졌을 당시에도 GS25는 포스터 수정안을 내놨지만, 포스터 하단에 포함된 '달과 별' 이미지가 서울대 내 여성주의 학회 '관악 여성주의학회' 마크와 유사하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역풍을 맞았다.
이후 소비자들을 중심으로 불매운동 움직임이 거세지자 조윤성 GS리테일 사장은 사과문을 발표했다. 논란이 불거진지 3일 만이다.
관련자에 대한 징계는 한 달이 지나서야 내려졌다. GS리테일은 지난 1일 남혐 논란을 빚은 캠핑가자 이벤트 포스터 제작을 맡은 마케팅 팀장을 보직 해임하고 디자이너에는 징계를 내렸다. 아울러 조윤성 사장의 편의점 사업부장직 겸직을 해제했지만, "회전문 인사"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유통업계에서 공교롭게 비슷한 시기에 각종 논란으로 홍역을 치른 남양유업 사례도 덩달아 주목을 받는 분위기다.
남양유업은 지난 4월 자사 식품 개발 포럼에서 발효유 제품 '불가리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에 효과가 있다는 것처럼 과장 마케팅에 나섰다 뭇매를 맞았다.
'자승자박' 마케팅 여파가 불매운동으로 이어지자 홍원식 전 남양유업 회장은 사태에 책임을 지고 회장직에서 물러났고, 이광범 대표와 홍 전 회장의 장남 홍진석 상무도 자리에서 내려왔다. 이후 남양유업 오너일가 지분까지 사모펀드 한앤컴퍼니(한앤코)에 매각되면서 남양유업의 오너 경영은 창사 57년 만에 막을 내렸다.
한 업계 관계자는 "남양유업의 사례에서도 볼 수 있듯이 소비자들의 접근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유통업계에서 기업의 브랜드 이미지 실추는 가장 뼈아픈 리스크다"라며 "특히, 최근 업체 간 경쟁이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한 상황에서 연이어 터진 논란은 GS25뿐만 아니라 운영사인 GS리테일에 상당한 부담 요인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minju@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