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비메모리 반도체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더팩트 DB

삼성전자, 시스템반도체에 38조 원 추가 투자…SK하이닉스, 파운드리 생산 능력 확대

[더팩트│최수진 기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비메모리 반도체에 대한 투자를 확대한다. 정부의 반도체 산업 강화 기조에 발을 맞춰 'K-반도체'의 위상을 높이고 그간 메모리 대비 상대적으로 비중이 낮았던 파운드리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전략이다.

◆ 삼성전자, 시스템반도체에 '38조 원' 추가 투자

13일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에서 진행된 'K-반도체 벨트 전략 보고대회'에서 "세계 반도체 시장이 거대한 변혁의 시기를 맞고 있다"며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분명하다. 외부 충격에 흔들리지 않을 선제적 투자로 국내 산업 생태계를 더욱 탄탄하게 다지고 글로벌 공급망을 주도해 이 기회를 우리의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적극적인 투자와 지원을 공언한 가운데 국내 대표 반도체 제조사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대규모 신규 및 추가 투자 계획으로 화답했다.

먼저 삼성전자는 평택캠퍼스에서 열린 'K-반도체 벨트 전략 보고대회'에서 향후 2030년까지 시스템반도체 분야에 총 171조 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지난 2019년 '시스템반도체 비전 2030' 발표 당시 수립한 133조 원의 투자 계획에 38조 원을 추가해 시스템 반도체 투자 규모를 대폭 확대했다. 삼성전자는 첨단 파운드리 공정 연구개발과 생산라인 건설에 속도를 높인다.

삼성전자는 "최근 모든 산업 영역에서 전례 없는 반도체 부족 사태가 빚어지고 각국 정부가 미래 산업의 핵심인 반도체 공급망 유치를 위해 경쟁하는 상황"이라며 "삼성전자의 시스템반도체 투자 확대는 'K-반도체'의 위상을 한층 더 높이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평택캠퍼스 제3공장(P3) 완공에도 속도를 낸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는 D램, 차세대 V낸드, 초미세 파운드리 제품까지 생산하는 첨단 복합 생산라인으로, 3공장에서는 EUV 기술이 적용된 14나노 D램과 5나노 로직 제품을 양산할 예정이다. 완공 시기는 내년 하반기로 전망된다.

생태계의 발전을 위한 상생협력과 지원·투자도 더욱 확대한다. 시스템반도체 생태계 육성을 위해 팹리스 대상 IP 호혜 제공, 시제품 생산 지원, 협력사 기술교육 등 다양한 상생 활동을 더욱 확대한다.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금 대한민국의 반도체 산업은 거대한 분수령 위에 서 있고 대격변을 겪는 지금이야말로 장기적인 비전과 투자의 밑그림을 그려야 할 때"라며 "우리가 직면한 도전이 크지만 현재를 넘어 미래를 향해 담대히 나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시스템반도체에 총 171조 원을 투자하고, SK하이닉스는 파운드리 생산능력을 기존 대비 2배 이상 확대한다. /삼성전자 제공

◆ SK하이닉스, 파운드리 생산 능력 확대…생태계 활성화 지원

SK하이닉스 역시 이날 파운드리 생산능력을 기존 대비 2배 이상 확대해 반도체 경쟁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SK하이닉스의 비메모리 사업 비중은 전체 매출에서 2% 수준에 불과하다. 자회사인 SK하이닉스시스템IC가 중국에서 파운드리 사업을 운영 중이고, 청주 사업장에 파운드리 설비 공간이 남아 있는 정도다.

SK하이닉스 측은 "최근 전 세계적으로 비메모리 반도체 공급 부족이 심각해진 상황에서 생산능력을 늘려 공급 안정화에 기여하고, 국내 팹리스 기업들을 지원해 비메모리 생태계를 활성화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구체적인 투자 방안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설비증설 등 다양한 전략적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내부 검토 후 구체적인 내용을 발표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M&A(인수합병) 전문가로 알려진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이 SK하이닉스를 이끄는 만큼 조만간 M&A 소식을 발표할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박 부회장은 2017년 일본 키옥시아(당시 도시바메모리) 투자, 지난해 인텔 낸드사업 인수계약 등 SK하이닉스의 굵직한 투자에 관여한 바 있다.

박정호 SK하이닉스 대표이사 부회장은 최근에도 "파운드리에 더 투자해야 한다"며 "국내 팹리스들에 파운드리 세계 1위인 대만 TSMC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해주면, 이들 기업은 여러 기술개발을 해낼 수 있다"고 밝히며 투자 확대의 필요성을 언급한 바 있다.

아울러, 반도체 생태계 활성화도 지원한다. SK하이닉스는 8인치 파운드리 사업에 투자해 국내 팹리스(시스템 반도체 설계기업)들의 개발·양산은 물론, 글로벌 시장 진출을 지원할 계획이다.

jinny0618@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