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부터 코스피200과 코스닥150지수 구성종목에 한해 공매도가 재개됐다. /더팩트 DB |
경제는 먹고사는 일과 관련된 분야입니다. 한 나라의 경제가 발전하면 국민의 삶의 질이 높아지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이지요. [TF비즈토크]는 갈수록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경제 분야를 취재하는 기자들이 모여 한 주간 흥미로운 취재 뒷이야기들을 생생하게 전달하기 위해 만든 코너입니다. 우리 경제 이면에서 벌어지고 있는 다양한 사건들을 들여다보기 위해 현장을 누비고 있는 <더팩트> 성강현·최승진·장병문·서재근·황원영·이성락·윤정원·문수연·최수진·정소양·이민주·한예주·박경현·이재빈 기자가 나섰습니다. 지난 한 주 동안 미처 기사에 담지 못한 경제계 취재 뒷이야기를 지금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투기라더니…" 가상화폐 관련 펀드에 500억 원 투자한 정부와 공공기관
[더팩트ㅣ정리=박경현 기자] -한낮에는 덥다가도 밤이 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쌀쌀한 기운이 감도는 한 주였습니다. 경제계 여러 부분에서도 안정을 보이는 듯하다 이따금씩 생겨나는 이슈들로 찬기운이 느껴지기도 했는데요. 증권업계에서는 오랜 기간 중지돼 왔던 공매도가 재개되며 업계 안팎에서 여러모로 시끄러운 주간이었습니다.
-또 금융권 내 가상화폐가 연일 화두에 오르고 있는 가운데 정부를 향해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IT업계에서는 공휴일에 2시간 가량 카카오톡이 먹통 현상을 보여 사용자들이 큰 불편을 겪었습니다. 유통업계에서는 남양유업, GS리테일, BBQ 등 여러 기업에서 잇달아 사과문을 발표하는 등 기업마다 안타까운 소식이 줄을 잇기도 했습니다.
지난 3일부로 공매도가 일부 재개한 가운데 상당수 개인투자자는 공매도 상환기간을 두고 불공평하다며 불만을 내비치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갈무리 |
◆ 개미들, 불공정한 공매도에 '뿔났다'…"기관‧외국인도 상환기간 제한해야"
-이번 주 주식시장의 가장 큰 이슈는 '공매도 재개'였습니다. 지난 3일부터 코스피200과 코스닥150지수 구성 종목에 한해 공매도가 재개됐죠. 금융당국은 코로나19 여파로 국내 증시가 급락하자 지난해 3월 16일부로 공매도를 전면 금지한 바 있습니다.
-공매도가 재개한 이후 증시는 어땠나요, 여파가 컸나요?
-초반에는 고평가 논란이 늘 따라다녔던 제약·바이오주, 게임주 등의 하락세가 두드러졌습니다. 재개 첫날인 지난 3일 코스피 지수는 20.66포인트(0.66%) 내린 3127.20에 마감했습니다. 코스닥 지수는 2% 넘게 폭락했고요. 당시 대차잔고가 많은 코스닥 바이오 종목들이 일제히 급락했습니다. 코스피·코스닥 공매도 거래대금 역시 약 1조1094억 원을 기록했고, 공매도 과열 종목도 22개에 달했습니다.
-이후에는 주가가 안정세를 회복했나요?
-공매도가 재개되고 이틀이 지나자 공매도 거래대금이 감소하고 과열 종목이 크게 줄어드는 등 주가는 안정되는 모양새를 보였습니다.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의 공매도 거래대금의 경우 4일에는 8920억 원으로 집계됐습니다. 전일 대비 19.4% 감소한 셈이죠. 외국인의 공매도 거래금액도 공매도 첫날보다 이튿날 21.3% 줄었습니다. 또한 거래소에서 공매도 일주일 내용을 분석한 결과 일주일간 코스피200은 오히려 약 1.5% 상승하기도 했습니다.
-공매도 재개에 따른 향후 전망은 어떻게 보시나요?
-대다수 투자 전문가들은 당장의 투자심리에는 충격을 주겠지만 그 기간은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습니다. 다만, 공매도에 취약한 코스닥 대형주와 일부 바이오주에 미치는 영향은 오래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이 공존하기도 합니다.
-그렇군요. 주가 움직임과 별개로 공매도 자체에 대한 불만도 많다던데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공매도 재개와 관련한 글들이 수두룩하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내용인가요?
-3일부터 6일까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공매도 관련 청원만 벌써 8건입니다. 이 가운데 7건이 공매도 상환기간에 대한 불만을 담고 있습니다. 7건의 청원에는 8일 오후 4시 30분 기준 도합 9만2200명 이상이 동의 의사를 밝힌 상태입니다.
-공매도 상환기간의 어떤 점이 문제로 지적되는 건가요?
-개인은 공매도를 위한 주식 차입 시 60일 이내에 갚아야 합니다. 이에 반해 기관과 외국인은 주식을 차입해도 상환기간의 제한이 없습니다. 기관과 외국인은 특정 주식에 대해 공매도 후 주식 가격이 올라 투자가 실패하더라도 주식 가격이 폭락할 때까지 갚지 않고 무한정 기다릴 수 있다는 얘기죠.
-불공평성이 문제가 된 거군요. 들어보니 개인투자자들 입장에서는 충분히 공매도 세력에 무기한 차입을 열어줬다고 반발할 만한데요. 금융당국은 왜 개인투자자들의 차입기간에 제한을 둔 건가요?
-금융위원회 측은 이에 대해 "당사자 간 차입계약을 맺는 기관과 달리 개인 대주는 한국증권금융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며 "한 사람이 오래 차입하면 다른 투자자는 기회를 얻지 못하는 문제가 있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당국은 기관의 경우 언제라도 대여자의 중도상환 요구에 응해야 하지만 개인은 60일을 보장받을 수 있다며 개인에게 오히려 유리한 제도라고도 말합니다.
-하지만 개인 투자자들은 금융위원회 설명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불만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주식관련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살펴보면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서 '"기울어진' 운동장이 아니라 '엎어진' 운동장이다", "60일 보장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무기한 차입 연장이 중요하다", "아직도 개인들이 공평한 위치가 아니다"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는데요. 개인을 비롯해 시장참여자 모두가 불리한 점을 최소화하도록 제도개선이 뒤따라야 할 것 같습니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이 각 기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7년 1월부터 올해 3월까지 중소벤처기업부와 KDB산업은행 등 정부 부처와 공공기관이 가상화폐 관련 투자상품에 투자한 금액은 502억1500만 원에 달한다. /더팩트 DB |
◆ 가상화폐 거래소 500억 원 투자한 정부에 '내로남불' 비판 쏟아져
-이번에는 금융권 소식을 들어볼까요. 가상화폐가 연일 화두에 오르고 있습니다. 지난주 정부를 향해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지적이 나오던데요. 무슨 일인가요?
-네. 가상화폐 투자를 규제하겠다고 나선 정부와 공공기관이 지난 4년 동안 가상화폐 관련 펀드에 약 500억 원을 투자한 것이 알려지면서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이 각 기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7년 1월부터 올해 3월까지 중소벤처기업부와 KDB산업은행 등 정부 부처와 공공기관이 가상화폐 관련 투자상품에 투자한 금액이 502억1500만 원에 달합니다.
-기관별로 살펴보면 중소벤처기업부 343억 원, KDB산업은행 117억7000만 원, 국민연금공단 34억6600만 원, 우정사업본부 4억9000만 원, 기업은행 1억8900만 원 등이 가상화폐 관련 투자상품에 투자했는데요. 직접 투자는 아니고, 펀드를 통해서 업비트·빗썸 등 가상화폐 거래소에 투자하는 형태로 투자가 이뤄진 것으로 파악됩니다.
-그동안 정부는 가상화폐 관련 "규제해야 한다"는 입장이지 않았나요?
-그렇습니다. 지난 4월 정부는 가상자산 관계부처 차관회의를 열고 가상화폐를 이용한 자금세탁과 사기 등 불법 행위에 대해 오는 6월까지 범정부 차원의 특별단속을 실시하기로 했습니다. 금융당국을 비롯해 정부는 가상화폐를 '실체가 없는 투기 자산'이라고 보고 관련 규제가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이죠.
-앞서 은성수 금융위원장도 가상화폐와 관련해 "인정할 수 있는 화폐가 아니다"고 말하면서 부정적 입장을 보였던 것으로 기억하는데요.
-네, 이에 윤창현 의원은 "가상화폐가 '도박'이라고 하면서 정부와 공공기관은 투자를 하는 모순이 반복되고 있다"며 "정부가 가상화폐에 대한 인식을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또한 해당 소식을 접한 누리꾼들도 "진짜 내로남불 '끝판왕'", "도박도 결국에는 하우스가 돈 버는 거 아니겠냐. 정부가 비트코인 하우스에 투자한 셈이네", "어이가 없다" 등의 비판이 쏟아졌습니다.
-가상화폐 투자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정부가 '내로남불'이라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렵겠네요.
카카오톡에서 지난 5일 오후 9시 47분부터 다음 날 0시 8분까지 접속 오류가 발생했다. /더팩트 DB |
◆ 카톡 먹통에 네이버 실검까지 '소환'…포털에 뿔난 이용자들
-이번엔 IT업계 소식입니다. 공휴일에 발생한 카카오톡(카톡) 먹통 논란이 업계를 뜨겁게 달궜는데요. 자세한 내용을 들어보겠습니다.
-네, 어린이날인 지난 5일 밤늦은 시각에 카톡에서 접속 오류가 발생했습니다. PC에서는 로그인 접속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았고, 모바일에서는 메시지 전송 자체가 불가능했습니다. 이 같은 오류는 오후 9시 47분부터 다음 날인(6일) 0시 8분까지 약 2시간 20분가량 이어졌습니다.
-오류의 원인은 밝혀졌나요?
-카카오 측이 내부 시스템의 오류라고 밝혔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문제가 발생했는지는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지난해에도 같은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나요.
-이번 카톡 오류는 지난해 7월 이후 약 10개월 만에 발생한 것인데요. 당시 카톡에서 1시간 가량 접속 지연, 메시지 송수신 오류 등의 현상이 발생했습니다. 지난해 3월에도 약 1시간 가량 카톡에서 접속 지연 현상이 발생해 사용자 피해를 일으켰습니다. 1년 2개월 사이에 카톡에서만 3차례의 오류가 발생한 셈이죠.
-이용자 불만도 쏟아졌다죠.
-카톡은 국내 메신저앱 시장 점유율 95%를 차지하는 서비스입니다. 가족, 지인과의 사적 대화는 물론 업무 관련 대화까지 '카톡'을 통해 이뤄집니다. 이 때문에 오류 당시 다수의 사용자가 온라인 커뮤니티, SNS(사회관계망서비스) 계정에 '불편하다', '답답하다' 등의 불만을 표출했습니다.
-또 다른 이용자들은 "이래서 메인 메신저의 영향력이 과해져도 안 좋다", "독점을 반대하는 이유가 바로 이런 현상 때문", "다른 메신저앱으로 갈아타자", "카톡은 쇼핑, 동영상 등 기존 메신저 기능 외에 다른 서비스를 덜어내야 한다" 등의 강도 높은 비판을 내놓았고요.
-카톡 오류 당시 네이버에 대한 불만은 왜 나왔나요?
-네이버가 '실시간급상승검색어(실검)' 서비스를 폐지한 탓에 이용자들이 정확한 정보를 전달받지 못했다는 이유입니다. 그간 인터넷 이용자들은 네이버 실검을 통해 그간 그때그때 발생하는 이슈를 발 빠르게 확인했지만 네이버가 지난 2월 실검을 폐지한 이후 정보 접근성이 떨어졌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일부 카톡 이용자들은 정확한 원인을 파악할 수 없어 기기 자체의 문제라고 판단했고, 스마트폰에서 카톡을 삭제한 뒤 재설치하는 등 번거롭고 불필요한 과정을 거쳐야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대화나 자료가 사라져 비난의 화살이 네이버로 돌아간 겁니다.
-영국 대문호 셰익스피어의 작품 속 구절이 떠오르네요. '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 국내 대형 포털인 네이버와 카카오가 이용자들의 불만을 잠재우고 호평을 받을 수 있을지 지켜봐야겠습니다.
남양유업이 최근 자사 발효유 제품 불가리스가 코로나19 억제 효과가 있다는 발표를 해 경찰 압수수색을 받은 가운데 홍원식(사진) 남양유업 회장이 지난 4일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열고 사의를 표명했다. /임세준 기자 |
◆ 사과 또 사과…바람 잘 날 없는 유통가
-유통업계는 조용할 날이 없는 한 주였습니다. 각종 논란이 발생하면서 남양유업, GS리테일, BBQ 등 여러 기업에서 잇달아 사과문을 발표했다죠?
-네. 맞습니다. 먼저 '불가리스 사태'를 일으킨 남양유업은 홍원식 회장과 이광범 대표이사가 사의를 표명했습니다. 특히 홍 회장은 지난 4일 기자회견에서 눈물을 흘리며 "자식에게도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다"고 밝혔는데요.
-남양유업은 지난 2013년 '대리점 갑질' 사태에 이어 과대광고, 기업 문화, 경쟁사 비방 댓글 등 크고 작은 잡음이 끊이지 않았는데 홍 회장이 공식석상에 올라 직접 대국민 사과를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불가리스 논란으로 경찰 압수수색을 받고 세종공장이 2개월 영업정지 처분을 받을 위기에 처하면서 기자회견까지 감행한 것인데요. 하지만 이미 돌아선 여론은 쉽게 회복될 것 같지 않습니다.
-그렇군요. 최근 GS25를 운영하는 GS리테일도 사과문을 발표했는데 '남성 혐오' 논란이라니 무슨 일인가요?
-GS25의 '남혐 논란'은 지난 1일 회사 측이 SNS 계정에 '캠핑가자' 이벤트 포스터를 공개하면서 촉발됐는데요. 해당 포스터에 손가락과 소시지 이미지 포함됐는데 누리꾼들은 해당 손 모양이 여성주의 커뮤니티 '메갈리아' 로고를 표현한 것이며, 소시지는 남성의 성기를 표현한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GS25가 곧바로 포스터 수정안을 내놨지만, 수정된 포스터 하단에 포함된 '달과 별' 모양이 서울대 내 여성주의 학회 '관악 여성주의학회' 마크와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거센 비난을 받았는데요. 이후 조윤성 GS리테일 사장이 사과문을 발표했지만 논란의 여파는 'GS25 불매운동'으로 번지고 있습니다. 남초 커뮤티에서는 GS샵 탈퇴를 인증하는 글들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GS25의 군부대 PX 계약을 전면 철회해주십시오'라는 청원도 올라왔습니다.
-그렇군요. GS25에 이어 BBQ도 '남혐 논란'에 휩싸여 사과하며 진화에 나섰다고 하는데요.
-네. 최근 BBQ 메뉴 '소떡' 이미지에 포함된 손 모양이 '메갈리아' 로고와 유사하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논란이 불거졌습니다.
-이후 BBQ는 소떡 사진을 홈페이지와 앱에서 모두 삭제하고 지난 7일 SNS를 통해 "논란의 여지를 미연에 방지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 반성한다"며 '남혐 논란'에 대해 사과했는데요. 유통업계에서 잇따라 젠더 갈등이 이슈로 떠오르고 매출에도 영향을 끼치는 만큼 업체들은 판매 중인 상품이나 광고 홍보물, 디자인에 문제가 되는 내용이 없는지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합니다.
pkh@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