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3일 거래부터 1년 2개월 가량 중단됐던 공매도 거래가 재개된다. /더팩트 DB |
"가치주 하락 가능성 높아…지수 영향 작을 것"
[더팩트ㅣ박경현 기자] 내일(3일) 개장 후 거래부터 1년 2개월 가량 중단됐던 공매도가 재개된다. 시장에는 공매도가 증시에 하락 압력을 줄 수 있다는 우려와 생각보다 여파가 크지 않을 수 있다는 긍정론이 함께 나오고 있다.
공매도는 주가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는 종목을 빌려 미리 매도한 뒤 실제로 가격이 낮아졌을 때 다시 사들여 차익을 남기는 거래 기법이다. 그러나 그동안 개인투자자들의 공매도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수준에 가까운데다, 공매도를 이용한 주가 폭락에 개인들이 피해를 입는 사례가 발생하자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앞서 지난해 3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당시 증시 안정을 위해 한동안 공매도 거래가 중지 돼 왔지만 오는 3일부터 한정적으로 거래가 재개되는 것이다.
새롭게 시작되는 공매도는 시장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부분적으로 시행한다. 종목은 코스피200·코스닥150 지수 구성 종목 대상으로 제한된다. 대상이 된 종목은 주로 시가총액이 크고 유동성이 풍부해 공매도로 인한 주가 폭락 영향이 비교적 낮은 종목이다.
개인투자자들에 대한 공매도 거래 수준도 대폭 확대됐다. 개인들은 '개인대주' 제도를 통해 해당 종목의 공매도 투자가 가능해진다. 다만 공매도를 위한 사전교육과 모의투자를 이수해야 하며 증권사별 차입 한도 이내에서만 거래가 가능하다.
증권사들도 일제히 신용융자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공매도 서비스 시행에 나선다. 3일부터는 증권사 17곳(NH투자, 키움, 신한금투, 대신, SK, 유안타, 한국투자, 하나, KB, 삼성, 교보, 미래에셋, 케이프, BNK, 상상인, 한양, 부국 등)에서 공매도가 가능하다. 또한 올해 안에 나머지 11개사(이베스트, 유진, 하이, 메리츠, KTB, IBK, DB, 한화, 현대차, 신영, 유화 등)까지 서비스가 확대된다.
공매도 재개가 다가올 수록 개인투자자들을 중심으로 증시 하방 압력에 대한 긴장감이 높아지는 상황이다. 실제로 이같은 긴장감이 투심에 반영돼 지난 30일까지 4거래일 연속 코스피가 하락했다. 지수는 지난 27일 3218포인트로 출발해 30일 3154포인트까지 내렸다.
코스닥에서도 반도체 장비 및 소재 종목을 중심으로 꾸준히 주가가 빠지며 1000선을 내줬다. 시장에서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앞두고 경계심과 미국 국채금리 상승 등의 영향이 고루 작용했지만 아시아증시 전반의 흐름을 볼 때 공매도 재개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다.
공매도가 재개되면 특히 가치주에 속하는 바이오 업종과 높은 PER(주가수익배수)을 지닌 종목들이 타깃이 될 가능성이 크다. 지난 2009년과 2011년 공매도 제한이 해제됐던 시기에도 가치주가 성장주 대비 높은 하락세를 보였다.
시장의 분위기는 다소 어둡지만 업계 전문가들은 주가 조정이 1개월 정도에 그치는 등 매우 제한적이라는 전망이다. /더팩트 DB |
시장의 분위기는 다소 어둡지만 업계 전문가들은 주가 조정이 1개월 정도에 그치는 등 매우 제한적이라는 전망이다. 특히 코스피 지수 상승과 공매도가 양의 관계를 보인 바 있어 둘 중 하나가 늘어나면 함께 늘어나는 모습을 보였다고 분석했다.
이경수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공매도재개는 지수 측면에서의 영향력은 크지 않다는 판단이다"며 "최근 10년간 코스피 주간 수익률과 대차잔고 증감율의 관계는 양의 관계로, 공매도가 늘어나면 지수 역시 상승했거나 지수가 상승하면 공매도가 늘어나는 관계였다"고 설명했다.
다만, 일부 종목에는 가격 변동성을 높이는 수급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기에 공매도 대상이 될 종목을 선별할 필요성은 있다는 조언이다.
이 연구원은 "인덱스 측면에서는 공매도의 영향력이 거의 없겠지만 종목별 영향력은 천차만별일 것" 이라며 "공매도 재개는 특정 종목군에 영향을 미치게하는 시장 성향 변화를 야기할 수 있을 것으로, 공매도 세력들은 주가가 많이 올랐거나 고평가된 종목군을 위주로 공격(숏)을 하는 경향이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금융당국에서도 공매도 재개를 앞두고 꾸준히 제도 개선에 힘써 온 만큼 부작용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피력했다. 금융위원회를 비롯한 유관기관은 공매도 재개를 결정한 지난 2월 이후 전산 개발과 증권사·거래소 이중 적발 시스템 구축, 불법 공매도에 대한 처벌 수준 강화, 개인의 공매도 기회 확충 등을 시행했다.
특히 불법 공매도(무차입 공매도)에 대한 처벌 수위가 높아졌고, 개인 대주제도가 확대된 점 등은 그간 공매도의 문제점으로 꼽혀 온 형평성 부분을 보완할 것이라는 판단이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최근 구축한 불법공매도 적발시스템을 통해 모니터링 및 적발을 강화해 나갈 예정"이라며 "증권사 자체적으로 불법공매도에 대한 철저한 점검과 예방 활동을 당부한다"고 말했다.
pkh@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