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온은 소비자들의 요청에 따라 지난 2019년 '배배'를 재출시하고 지난달 '와클'을 선보였다. /오리온 제공 |
김민혜 오리온 브랜드팀 과장 "재출시 요청해준 '팬심'에 감사"
[더팩트|문수연 기자] 어린 시절 추억의 과자들이 마트에서 하나둘씩 다시 보이기 시작했다.
오리온의 '향수 마케팅'의 시작은 소비자들의 쏟아지는 요청으로부터 시작됐다. 오리온은 소비자들의 의견을 반영해 지난 2018년 '태양의 맛 썬'을 재출시한 데 이어 '치킨팝', '배배' 등 다양한 제품을 재출시했다. 배배는 지난 2019년 재출시 후 스테디셀러로 자리매김하며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으며, 지난달에는 '와클'을 다시 출시해달라는 소비자들의 요청에 따라 15년 만에 재출시가 결정됐다.
배배와 와클의 재출시 프로젝트를 담당한 김민혜 오리온 브랜드팀 과장은 마케팅의 성공 요인을 묻자 망설임 없이 "소비자들의 목소리"라고 말했다.
김 과장은 배배와 와클의 제출시 배경에 대해 "제품은 고객의 관심이 떨어지면 사라질 수밖에 없다. 주 제품 모두 다른 제품으로 전환하거나 신제품 출시를 위해 단종됐다"라며 "그러나 어린 시절 즐겨 먹던 과자에 대한 향수에 젖은 소비자들이 오리온 공식 홈페이지, SNS, 고객센터 등으로 재출시 요청을 하기 시작했고 배배는 약 500건, 와클은 150건의 문의가 쏟아졌다"고 설명했다.
소비자들의 요청이 빗발쳤지만 단종됐던 과자를 다시 생산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김 과장은 "제품 하나를 출시까지의 의사 과정이 생각보다 복잡하다. 특히 재출시의 경우 기존 제품과 최대한 유사하게 만들면서 부족했던 점을 개선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라고 말했다.
소비자들의 요청에 따라 재출시가 결정된 데다 레트로 열풍이 일면서 재출시 후 반응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지만, 내부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김 과장은 "화제성이 높은 편이었기 때문에 성공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도 컸지만 내부에서는 '예전만큼 잘 만들 수 있겠어?'라는 우려도 컸다"라며 "과거 레시피 자료가 남아 있긴 하지만 맛 표현 자체가 주관적이기 때문에 똑같이 만드는 게 어려웠다"라고 말했다.
오리온 공식 홈페이지, SNS, 고객센터 등으로 배배는 약 500건, 와클은 150건의 재출시 문의가 쏟아졌다. /더팩트 DB |
오리온이 내부적으로 '기존 제품보다 낫다'는 인정을 받은 제품만 출시하는 만큼 배배와 와클 모두 수차례의 내부 평가와 소비자 평가 과정을 거쳤다.
김 과장은 "과거 배배와 와클을 경험했던 분이 새로 만든 제품을 시식하고 평가하는 내부 조사를 실시했고, 재출시 요청을 해주셨던 소비자분들 위주로도 조사를 했다"라며 "재출시는 신제품과 달리 '과거의 나와 싸운다'는 느낌이라 기존 제품과 차별점도 분명히 있어야 했기 때문에 과정이 더 오래 걸렸다"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과정 끝에 배배와 와클 모두 업그레이드된 모습으로 재탄생하게 됐다. 김 과장은 "배배의 경우 소비자들이 재출시 요청을 할 때 '배배가 그리워서 비슷한 '계란과자'를 먹고 있는데 어릴 때 먹었던 분유 맛 과자가 그립다'고 하셔서 사르르 녹는 식감과 분유 맛에 중점을 뒀다. 분유 함량을 더 늘렸고 더 좋은 원료를 찾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이어 "와클은 딱딱한 식감과 중독적인 어니언 바게트맛을 구현하는 데 신경 썼다. 다만 '너무 딱딱하다'는 소비자 반응으로 단종됐던 적이 있는 제품이기 때문에 좀 더 크런치한 식감을 살리기 위해 노력했다"라고 덧붙였다.
오리온은 향후에도 지속적으로 소비자와 꾸준히 소통하며 제품을 개발하겠다는 계획이다. /오리온 제공 |
제품 출시 후 소비자 반응은 예상보다 더 뜨거웠다. 김 과장은 "배배의 경우 재출시 초반 소비자들 사이에서 '배배사냥'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구하기 어려울 정도로 반응이 뜨거워서 다른 제품 생산을 줄이고 배배 생산을 늘릴 정도였다. 출시된 지 이제 한 달이 지난 와클 역시 많은 기대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과장은 "지난 2019년 초에 남성 소비자분이 '임신한 아내가 입덧을 하는데 배배가 먹고 싶다고 한다. 그런데 구할 수 없어서 답답하다'고 하셨다. 그해 10월 배배를 재출시하게 돼서 제품을 보내드렸는데 지난해 중순쯤 딸과 함께 배배를 먹는 사진을 보내주셔서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이어 "이 외에도 '어릴 때 소풍 간식으로 가져갔는데 이제 맥주 안주로 먹는다'는 반응도 있고 아이랑 함께 먹는다는 얘기도 많이 들려주시는데 이러한 반응을 볼 때 이 일을 하면서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제품 재출시 후에도 소비자들의 반응 살피기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오리온은 향후에도 지속적으로 소비자와 꾸준히 소통하며 제품을 개발하겠다는 계획이다.
김 과장은 "재출시 요청을 직접 해주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인데 귀찮음을 무릅쓰고 의견을 주시는 '팬심'에 감사하다. 앞으로도 계속 의견을 주셨으면 좋겠다"라며 "재출시 제품은 한 번 단종됐던 것들이라 소비자분들이 계속 사랑해주셔야 살아남을 수 있고 라인업도 넓힐 수 있다. 많은 사랑 부탁드린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