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SG 경영 강화 고려한 움직임으로 해석[더팩트ㅣ이성락 기자] 허태수 GS그룹 회장이 사외이사후보추천위(사추위)원직에서 물러나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그룹 총수가 사외이사 선임 절차에 관여해왔던 관행이 지난 15년 동안 이어졌지만,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강조하며 사외이사의 투명성·독립성을 보장하는 경제계 변화 흐름에 맞춰 이러한 선택을 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8일 GS에 따르면 허태수 회장은 지난달 개최된 이사회에서 회사의 사추위에서 물러났다. 사추위는 기업 이사회 내부에 설치된 사외이사 관련 소위원회로, 사외이사 선임 절차를 진행한다. 이전까지 사내이사인 허태수 회장과 양승우, 허경욱 등 2명의 사외이사로 구성돼 있었다.
GS는 허태수 회장이 사추위에서 물러난 것을 포함해 양승우, 한진현 등 2명의 사외이사와 홍순기 ㈜GS 대표이사 등 총 3명으로 사추위를 재구성했다. 2006년 설립 이후 허창수 명예회장과 허태수 회장으로 장기간 이어진 그룹 총수의 사추위 활동이 마무리된 셈이다. 허태수 회장이 사추위에서 물러난 것과 관련해 GS그룹 관계자는 "이유는 확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허태수 회장이 이러한 결정을 내린 것을 놓고 ESG 경영과 무관치 않다는 의견이 나온다. 그간 재계 안팎에서는 총수 일가를 견제해야 할 사외이사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이유로 '총수의 입김'이 거론돼왔다. 이사회 활동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 사외이사 후보 추천 과정에서 총수의 입김을 배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허태수 회장은 올해부터 ESG 경영을 본격 강화하고 있다. 각 계열사의 최고환경책임자로 구성된 '친환경협의체'를 출범시키며 '친환경을 통한 지속가능경영'을 그룹 핵심 가치로 수립한 데 이어 'ESG위원회'를 신설해 ESG 활동에 대한 이사회의 관리·감독을 강화했다. 독립적으로 활동하는 사외이사의 다양한 시각을 회사 정책에 반영하는 것도 ESG 경영 강화 차원에서 이뤄져야 할 작업이다.
다만 사내이사인 홍순기 대표가 사추위에 포함, 허태수 회장의 영향력이 여전히 커 '총수 입김 배제'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앞서 SK하이닉스는 사외이사에 사내이사가 포함돼 있으면 공정성과 투명성을 확보할 수 없다고 보고, 사추위를 100% 사외이사로만 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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