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 보험 안 팔아요…생보사, 줄줄이 실손 판매 중단
  • 황원영 기자
  • 입력: 2021.04.06 12:19 / 수정: 2021.04.06 12:19
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신한생명은 지난해 말부터 실손보험 판매를 중단했다. 이로써 17개 생명보험사 중 10개사가 실손보험을 팔지 않게 됐다. /신한생명 제공
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신한생명은 지난해 말부터 실손보험 판매를 중단했다. 이로써 17개 생명보험사 중 10개사가 실손보험을 팔지 않게 됐다. /신한생명 제공

신한생명도 실손보험 판매 중단 합류 [더팩트│황원영 기자] 신한생명이 실손의료보험(실손보험) 판매를 중단했다. 실손보험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다. 이로써 17개 생명보험사 중 10개사가 실손보험을 팔지 않게 됐다. 실손보험을 취급하는 보험사 역시 가입 문턱을 높이는 상황이다.

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신한생명은 지난해 말부터 실손보험 판매를 중단했다. 앞서 신한생명은 지난해 월부터 설계사 채널의 실손보험 판매를 중단하고 온라인을 통해서만 가입자를 받아왔다.

현재 신한생명은 신계약 판매를 중단하고 기존 계약을 신 실손상품으로 전환할 때만 가입을 받고 있다.

앞서 KB생명과 오렌지라이프, 라이나생명, AIA생명, 푸본현대생명, KDB생명, DGB생명, DB생명, 미래에셋생명 등도 실손보험 판매를 중단했다.

실손보험을 판매하는 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 NH농협생명, 동양생명, 흥국생명, ABL생명 등 7개사는 보험 가입 연령을 낮추는 등 보험 판매에 소극적이다.

손해보험사의 경우 13개사 중 악사손해보험, 에이스손해보험, AIG 손해보험 등 3곳이 실손보험을 판매하지 않고 있다. 손보사들 역시 가입 가능 연령을 낮추고 언더라이팅(인수심사)을 강화했다. 병력이 없는 젊은 소비자도 사전진단 후 가입할 수 있게 된 셈이다.

보험사들이 실손보험 판매 중단에 나서는 것은 수익성 하락 때문이다. 실손보험은 약 3800만명이 가입해 제2의 건강보험이라고도 불린다. 하지만 허위·과잉 진료에 따른 적자 누적으로 보험사는 물론 가입자들의 부담도 커졌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생·손보사 전체 실손보험 발생 손해액은 11조 7907억 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반면 가입자로부터 받은 보험료 가운데 사업운영비를 떼고 보험금 지급에 쓸 수 있는 위험보험료는 9조734억 원에 그쳤다. 이를 고려한 보험사 손실액은 2조7173억 원에 달한다.

손해보험사 기준 위험보험료 대비 발생손해액의 비율은 130.5%로 2019년(134.6%)에 이어 2년 연속으로 130%를 넘겼다. 보험료로 100원을 받아 보험금으로 130.5원을 지급했다는 뜻이다.

2018년부터 3년간 실손보험에서 발생한 손실액은 총 6조1000억 원이다. 전체 실손보험 가운데 손해보험 계약 비중이 82%이므로 최근 3년간 전체 보험업계의 실손보험 손실액은 7조4000억 원으로 추정된다.

실손보험 손해율을 악화시키는 주요 원인으로는 도수치료, 자기공명영상(MRI) 등 비급여진료가 꼽힌다. 의료기관이 무분별하게 비급여 진료를 늘리고 보험가입자가 의료 쇼핑에 나서면서 실손보험 손해율이 악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지난해 일부 질환 보험금이 비정상적인 증가세를 기록했다. 백내장에 지급된 보험금만 4101억 원으로 2017년(881억 원) 대비 네 배로 폭증했다. 피부질환 보험금은 127% 늘어난 1287억 원이 지급됐다. 보험금 지급액 중 41%를 차지하는 근골격계질환은 도수치료 등을 중심으로 3년 만에 50.5% 늘었다.

일부 병의원에서 실손보험 가입 여부를 확인한 뒤 필요하지 않은 추가 시술과 검사료 부풀리기 등으로 진료비를 대폭 올려 받는다는 게 보험업계의 설명이다.

실손보험은 가입 시기에 따라 △구(舊)실손보험(2009년 9월까지 판매) △표준화실손보험(2009년 10월부터 2017년 3월까지 판매) △신(新)실손보험(2017년 4월 이후 판매) 등 크게 세 가지로 구분된다. 이 중 구실손보험과 표준화실손은 급여치료와 비급여치료를 모두 주계약에 포함하고 있다. 구실손보험의 경우 보험사가 통상 치료비의 100%를 보장해줘 손해율이 높을 수밖에 없다.

보험사들은 구실손·표준화실손 가입자를 신실손으로 전환시키기 위해 독려하고 있다. 신실손은 소비자의 자기부담금이 많고 비급여진료는 추가 특약으로 분리돼 있다.

7월에는 비급여진료를 받을수록 보험료를 할증하는 4세대 실손보험도 출시된다. 과다하게 보험금을 청구한 가입자에게 보험료를 할증하는 대신 보험금을 청구하지 않은 가입자의 보험료는 할인하는 방식이다. 의료 이용이 적은 가입자의 경우 과거 상품보다 최대 70% 저렴한 보험료로 가입할 수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실손보험 상품의 손해율 누적은 보험사뿐 아니라 소비자에게도 보험료 인상, 가입 거절, 혜택 축소 등의 문제를 일으킨다"며 "비급여 치료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명확해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won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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