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앤컴퍼니는 30일 경기도 성남시 판교 본사에서 제67기 정기 주주총회를 연다. 이날 조현식 한국앤컴퍼니 부회장과 조현범 한국앤컴퍼니 사장의 표대결이 펼쳐질 예정이다. /더팩트 DB |
국민연금·ISS, 이한상 감사위원 겸 사외이사 후보 추천
[더팩트ㅣ장병문 기자] '형제의 난'으로 불리는 한국앤컴퍼니 경영권 분쟁이 30일 분수령을 맞는다. 이날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에서 조현식 한국앤컴퍼니 부회장과 조현범 한국앤컴퍼니 사장의 표대결이 향후 경영권 향방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최근 주요 기관투자자와 의결권 자문사가 조현식 부회장을 지지하면서 주주들의 표심이 어디로 향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한국앤컴퍼니는 이날 오후 경기도 성남시 판교 본사에서 제67기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연결재무제표 승인의 건 △정관 일부 변경의 건 △이사 선임의 건 △감사위원회 위원 선임의 건 △감사위원회 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선임의 건 등을 처리한다.
이번 주총의 쟁점은 감사위원회 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선출 건이다. 조현식 부회장은 이한상 고려대 교수를 감사위원 겸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했고 주총에서 통과되면 대표이사직을 내려놓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반면 회사 측은 김혜경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초빙교수를 내세우고 있다. 한국타이어는 지난 23일 "회사의 안정적인 성장과 발전을 위해 이사회에서 추천한 감사위원을 지지해 주실 것을 간곡히 말씀드린다"며 주주들에게 호소했다.
조현식 부회장은 회사 측 후보인 김혜경 교수에 대해 독립성이 결여된 인물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최대주주 인척의 대통령 재직 시절 청와대 비서관을 역임한 바 있어 주요 주주 인척과의 관계 및 정부 관련 독립성에 문제가 있다"고 견해를 밝힌 바 있다.
김혜경 후보는 이명박 정부 시절 청와대에서 여성가족비서관과 시민사회비서관을 역임했다. 조현범 사장이 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위라는 점에서 김혜경 후보에 대한 독립성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한국앤컴퍼니 지분 5.21%(지난해 3분기 기준)를 들고 있는 국민연금은 조현식 부회장을 지지하고 나섰다. 국민연금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수탁위)는 한국앤컴퍼니 주총 안건 중 '감사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선임'에 대해서는 조현식 부회장이 제안한 이한상 교수 선임안에 찬성했다.
수탁위는 김혜경 후보보다는 이한상 교수가 회사 감시·감독 기능 강화에 부합할 것이라고 봤다.
국내 의결권 자문사인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CGCG)도 이한상 교수를 추천했다. CGCG는 "김혜경 후보가 선임될 경우, 회사는 여성 이사 의무 선임을 충족할 수 있고, 이사회 구성의 다양성이 제고될 것으로 보이나 감사위원으로의 적격성에는 이한상 후보가 더 적합한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회사가 추천한 김혜경 후보에 대해서는 반대를, 주주제안으로 추천된 이한상 후보에 대해서는 찬성을 권고한다"고 판단했다.
또 다른 국내 의결권 자문사 서스틴베스트도 조현식 부회장의 손을 들어줬다. 서스틴베스트는 조현범 사장이 지난해 말 배임수재 및 업무상 횡령 등의 혐의로 2심 판결을 받고도 대표이사로 오른 것을 지적했다.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인 ISS와 글래스루이스는 의견이 갈렸다. 먼저 ISS는 조현식 부회장의 안건에 찬성했다. ISS는 이한상 후보의 과거 지배구조 개선 및 다른 기업들의 사외이사 경험에도 높은 평가를 했지만, 김혜경 후보는 이명박 전 대통령 재직 시절 청와대 비서관을 역임한 것을 두고 독립성이 결여됐다고 봤다.
반면 글래스루이스는 이한상 후보가 선임될 경우 이사회 전원이 남성으로 구성된다는 점을 이유로 김혜경 후보를 추천했다.
한국앤컴퍼니는 이번 주주총회에서 △연결재무제표 승인의 건 △정관 일부 변경의 건 △이사 선임의 건 △감사위원회 위원 선임의 건 △감사위원회 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선임의 건 등을 처리한다. /더팩트 DB |
기관 투자자와 외국인 투자자에게 영향력을 미치는 의결권 자문사들이 의견을 내놓으면서 소액 주주들의 표심이 어디로 향할지가 관건이다.
올해 주총부터 적용되는 '3% 룰'에 따라 대주주의 의결권을 3%로 제한한다. 한국앤컴퍼니 지분 42.9%로 최대주주인 조현범 사장과 19.32%를 들고 있는 조현식 부회장 모두 3%의 의결권만 행사할 수 있다. 10.82%의 지분을 가진 조양래 한국앤컴퍼니 회장의 차녀 조희원 씨와 국민연금 역시 3%의 의결권만 인정된다.
국민연금은 조현식 부회장을 지지했으며, 조희원 씨는 중립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 한국앤컴퍼니의 소액주주 지분은 22.61%이다. 소액주주들의 표심이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 재계 관계자는 "이번 주총에서 이한상 후보가 감사위원으로 선택받으면 조현식 부회장의 영향력은 커질 수 있다"며 "내년 본인의 사내이사 연장안을 두고 다시 한 번 표대결을 벌일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jangbm@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