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판정에 6개월가량 소요 [더팩트│황원영 기자]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과 재무적 투자자(FI)가 벌이고 있는 풋옵션(주식매수청구권) '진흙탕 싸움'이 마지막 관문에 들어섰다. 국제상사중재위원회(ICC)는 닷새간 이어지는 치열한 공방 끝에 최종 결론을 낼 전망이다.
15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ICC는 이날부터 5일간 신 회장과 FI 간의 풋옵션 중재재판 청문회를 연다.
청문은 지난해 9월 열릴 예정이었으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연기됐다.
청문회 기간 양측의 변론을 듣게 되며, 신 회장도 참석할 전망이다. 신 회장 측은 이번 ICC 중재재판 변론을 위해 법률자문을 구하고 자료를 수집하는 등 철저한 대비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ICC 중재재판은 2019년 3월 어피너티 컨소시엄의 신청에 따라 시작됐다.
앞서 어피너티, IMM PE, 베어링 PE, 싱가포르투자청 등으로 구성된 어피너티 컨소시엄은 2012년 대우인터내셔널이 보유한 교보생명 지분 24%(492만주)를 1조2054억 원에 사들였다. 주당 24만5000원 수준이다.
당시 어피너티는 2015년 9월까지 IPO(기업공개)가 이뤄지지 않으면 신 회장 개인에게 풋옵션을 행사할 수 있다는 주주간 계약(SHA)을 맺었다.
하지만 신 회장이 자본확충 등을 이유로 IPO를 하지 않으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약속된 기한인 2015년에서 추가로 3년이 지난 2018년 10월 FI는 주당 40만9000원(총 2조122억 원)에 풋옵션을 행사했다.
이에 대해 신 회장은 가격 산정이 터무니없다는 이유로 반발했다. 신 회장은 생명보험사의 시장가치가 떨어진 만큼 자사 주가가 주당 20만 원 중반대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약 8000억 원대 가격 격차에 분쟁이 일자 어피너티가 ICC 국제중재를 신청했다.
이에 맞서 교보생명은 풋옵션의 공정시장가치(FMV)를 산출할 때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이 평가 기준일을 고의로 FI에 유리하게끔 적용했다며 지난해 4월 이들을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은 올해 초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 소속 회계사 3명과 어피너티 소속 법인 관계자를 공인회계사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기소 했다.
교보생명은 금융당국에도 안진회계법인을 철저히 조사해달라고 여러차례 진정서를 냈다.
투자금 회수가 시급해진 FI 측은 2019년 3월부터 두 차례에 걸쳐 신 회장의 배당금 약 850억 원에 대해 가압류했다. 지난해 4월에는 신 회장의 자택과 급여에 대해서도 가압류 조치를 한 상태다. 신 회장의 연봉은 2019년 기준 약 7억9100만 원이다.
지난달에는 육탄전으로 이어졌다. FI가 신 회장 소유 주식에 대해서도 가압류하겠다며 신 회장 자택과 서울 광화문 교보생명 본사를 방문했다. 이를 막는 과정에서 신 회장 자택 경비원이 부상을 당했다.
교보생명은 검찰 기소가 ICC 중재법정의 판단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검찰이 FI와 안진회계법인의 공모에 대해 유죄로 판단하고 기소한 만큼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이 제출한 교보생명 주식에 대한가치평가보고서에 대한 신뢰성을 잃게 만들었다는 이유에서다.
반면 FI는 검찰이 제출된 증거자료를 보고 기소 결정을 했더라도 ICC에서 전혀 모르는 새로운 증거에 입각한 것이 아니므로, 중재에 영향을 미칠 수 없다는 입장이다.
ICC 중재재판 1차 청문회는 지난해 진행됐다. 판정에 통상 6개월 정도 소요되는 만큼 오는 9월쯤 결론 날 전망이다.
경우에 따라 교보생명에 대한 신 회장의 경영권마저 흔들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풋옵션 행사 규모가 2조 원이 넘는 데다 패소할 경우 지연이자도 발생해 금액 부담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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